『마침표 없이 외침』출판 후기
2025년 1월부터 책 출판 미팅을 시작해서, 5월 말에 책이 출판됐다. 벌써 책이 나온 지 3개월이 지났다. 책을 출판하고 난 이후에는 북토크와 홍보를 하면서 정신이 없었고, 이제야 조금 여유가 생겨서 책 출판에 대해 돌아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출판을 돌아보며 몇 가지 생각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책을 만들며 했던 선택들, 기억에 남는 과정들, 그리고 누군가의 책장에 꽂혀 있을 이 책에 대해서.
'루이즈더우먼'이라는 출판사와 책을 만들었다는 것
처음 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어느 출판사에 글을 보내야 할까 고민했었다. 지금은 결과적으로 '루이즈더우먼' 출판사와 책을 만든 것이 이 책을 형식적으로 완성시켜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페미니즘 미술을 계보화된 시선이나 이분법적 시선으로 보는 관점과 다른 관점으로 동시대의 페미니즘 미술을 해석하고 싶었다. 책도 처음 내는 데다가 기존의 관점과 다른 해석을 시도하다 보니, 책을 출판하는 데에 필요한 경제적, 문화적, 인적 자본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루이즈더우먼' 출판사와 만듦으로써, 새로운 목소리를 내는 주체가 외부의 자원들에 의지하지 않고도 발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물리적 실체인 '책'으로 증명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
표지 디자인의 비밀: 내지 마인드맵
책을 만들면서 크게 신경 썼던 두 가지 부분은 디자인과 원고였다. 이 책에서 특징적으로 볼 수 있는 디자인 요소 중 하나는 내지의 마인드맵이다. 처음에는 연구 노트를 콘셉트로 해서 책 표지를 만들 생각으로 디자인 방향을 제시했었다. 무난한 스튜디오의 우미숙 디자이너님은 연구 노트를 보고 다이어그램 형식으로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압축한 마인드맵을 그려보면 어떨까 제안해 주셨다. 결과적으로 페미니즘 미술과 여성사, 책의 주장 등의 전반적인 내용을 요약한 마인드맵을 내지에 넣고, 그 마인드맵에서 텍스트를 제외한 그림을 책의 표지에 사용하기로 했다. 표지 그림에 있는 연결된 선들은, 표지를 넘기면 내지 첫 장의 마인드맵을 통해 그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미술계_내_성폭력' 운동과 '루이즈더우먼'이 발생하게 된 페미니즘 미술사, 한국 여성사 등의 여러 가지 맥락과 연결점들을 기억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길 바랐다.
7번의 교정교열
책을 만들면서 가장 심리적·신체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은 교정교열에 관한 부분이었다. 출판사가 이제 만들어지기도 했고, '루이즈더우먼'의 운영진도 출판만을 중심으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편집자 없이 교정교열을 해야 했다. '루이즈더우먼'의 멤버이시고 교정교열 경험이 많으신 이시마 작가님과 백하 작가님과 교정교열을 5차 정도까지 함께 진행했지만, 결국 원고를 끝내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계속해서 오탈자를 찾고, 수정사항들을 체크하다 보니 교정교열이 7차까지 이어졌었다. 책을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책도 글도 마지막이 아닌, 이번을 계기로 더 많이 써나갈 것이라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시간을 내서 교열을 봤다. 개인적으로 큰 경험과 공부가 되었던 보람 있는 시간이었고, 교정교열이 체력과 정신력 싸움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었다.
누군가의 책장에 머물게 된 책: 한 권의 용기가 되길
내 책장에는 꽂아둔 지 오래된 책들이 있다. 어떤 책은 이미 읽어버렸기 때문에 책장에 꽂아둔 것이고, 어떤 책은 아직 읽지 않았는데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거나 시간이 없어서 꽂아둔 것들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책은 누군가에게 읽힐 때 비로소 그 가치를 발휘하지만, 한편으로 책이 책으로서 읽히는 시간은 책의 생애에 그리 길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만들면서, 『마침표 없이 외침』 책이 누군가의 책장에 꽂혀있는 모습을 종종 상상하곤 했다.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독자들이 책장에 꽂힌 책을 보고 기억할 수 있는 건 뭘까?', '나는 그게 무엇이기를 바랄까?' 생각했다.
나는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용기'에 관한 것이기를 바랐다. 언어가 되지 못한 감각들을 언어로, 이야기가 되지 못한 경험을 이야기로, 기록되지 못한 시간을 기록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는 한 권의 용기가 될 수 있었으면 했다. 이 책은 나에게 한 권의 용기가 되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주는 책이 되면 좋겠다.
책은 이제 하나둘씩 내 손을 빠져나가고 있다. 책이 팔려나가는 것을 보는 기분은, 마치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는 심정과 비슷하다. '사람들이 책을 어떻게 봐줄까?', '혹시 어떤 부분이 오해되어 읽히지는 않을까?', '책이 학문의 영역에서 잘 기능할 수 있을까?'같은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기도 한다. 하지만 책의 끝머리에 썼던 초심을 기억하며, 이 책의 출판이 나와 연구와 연구의 대상까지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게 할 것이라고 믿어본다.
그럼 더 넓은 세상에게,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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