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타 Jan 12. 2024

말버릇

그는 수업하러 실기실에 들어갔습니다. 진행할 워크숍을 설명하려고 칠판 앞에 섰다가 왼쪽 구석에 작은 낙서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의 캐릭터가 귀엽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인지 어떻게 아냐고요? 하트 표시와 함께 그의 별명이 쓰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옆에 ‘설득되었습니다’라는 글자도 있었고요. 


그는 순간 수업을 잠시 멈추고 픽사티브를 사러 갈까 고민하였습니다. 하지만 꾹 참고 (눈물을 머금고)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그 낙서를 지워버렸습니다. 그는 자신의 냉철한 이성理性에 다시 한번 스스로 감탄하고 만족했습니다.

_

미술 전공자가 아닌 분들을 위한 보충 설명.

*픽사티브(픽서티브): 목탄화나 파스텔화가 지워지지 않게 종이에 단단히 고정시키는 액체 스프레이.

_

덧.

‘설득되었습니다’는 수업에서 그가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말버릇입니다. 학생들의 작업 의도와 콘셉트에 ‘설득’되었을 때 감탄하면서 내뱉는 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보통 독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