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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이지 않는 걸까 2.

by 윤타

오후 3시, 지하철 안은 적당히 사람들로 들어차 있었다. 타고 내리는데 불편하지는 않아서 출퇴근 시간에 비하면 천국이었다.


한눈에 봐도 실용적으로 보이는 숄더백을 왼쪽 어깨에 둘러 맨 중년의 백인 여성이 종이책을 읽으며 서 있었다. 관광객은 아닌 듯했다. 차분한 몸가짐과 단정한 옷차림이 근처 대학에서 강의를 마치고 나온 교수나 강사일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느닷없이 한 젊은 여자가 뒤에서 그녀를 툭 치고 지나갔다. 어깨에서 떨어져 내린 숄더백이 팔꿈치 안쪽에 무겁게 걸렸다. 그녀는 숄더백을 가만히 다시 어깨에 메고 자신을 치고 간 여자의 뒷모습을 잠시 쳐다보았다. 내가 보이지 않는 걸까. 그녀의 얼굴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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