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by 윤타

『시민 케인』(1941). 오슨 웰스 감독.


케인의 두 번째 아내 수전은 자신이 오페라 주연을 맡을 실력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공연을 거부한다. 케인 역시 그 사실을 알지만, 자신의 욕망을 관철하기 위해 그녀에게 공연을 강요한다.


수전은 앉아 있고 케인은 서 있다. 케인을 올려다보는 수전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자, 그 위로 케인의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덮인다. 케인의 모습은 화면에 직접 보이지 않지만, 절망하는 수전의 얼굴을 시커멓게 뒤덮은 어둠 속에서 그의 완고한 표정과 폭력적인 위압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흑백 영화였기에 가능했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케인은 당시 거대 민간 권력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사회 철학자 존 듀이(1859~1952)는 민간 권력이 지배하는 체제 아래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진지한 논의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듀이는 금융과 토지, 산업을 장악한 기업이 언론과 프로파간다 수단을 동원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 정치는 ‘대기업이 사회에 드리운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영화 속 케인은 정확히 이런 대기업을 소유한 인물이었다. 수전의 얼굴에 드리운 케인의 그림자는 자신의 사적 욕망과 이익을 위해 사회 전체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대기업의 그림자’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과대평가되었다는 비판도 많은 영화지만, 이 장면에서는 자연스럽게 감탄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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