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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세상을 다 망쳤다.

by 이윤우

일상을 지내면서 자주 불안하고, 화가 나고, 막연하게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 중 몇이 자기 성질대로 못해서 그럴 때가 많다는 걸 짚고 넘어간다. 얼핏 불안, 화, 우울, 두려움 같은 게 밀려올 때는 이런 감각을 놓지 못하는 나 자신을 가엽게 여기는 마음, 즉 누구든 이 마음을 해결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느끼는데, 그 누구도 당신의 불안을 해결해줄 수 없다. 그 불안은 당신 스스로 해결하면 안 되는 특이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종잡을 수 없이 그런 기분을 느끼는 원인이 ‘ 당신의 못된 성질머리 ’일 수도 있다는 걸 짚고 넘어간다. 원하는 이미지로 소비되고 싶은 욕심에 불안하고, 돈이 없어서 불안하고, 세상이 너무 막막한데 일이 하기 싫어 불안하고, 오늘 내 기분 나쁘게 한 사람 있으면 갉아야 되는데 못 갉는 현실에 불안하고, 결국 뭐가 더 갖고 싶거나 성질대로 굴고 싶은 욕심에 불안한데 이런 게 욕심이라고는 생각조차 못 하는 게 얼마나 못된 성질머리냐는 말이다.


이건 냅다 고쳐야 된다.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고, 책을 읽고, 좋은 그림 같은 걸 찾아봐서 될 게 아니라, 내 성질머리가 더러워 이렇다는 사실을 바로 보고 인정하고, 그저 나 자신을 바로 보기 전에 세상부터 미워한 못된 성격을 고치는 문제로 진입해야만 하는데, 이들의 기이한 점이 성격을 고칠 생각을 안 한다는 거다. 왜냐고? 실은 그렇게 사는 게 편하니까.


내 추구미가 예민하지 않으면, 날렵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형상에 가까우니까. 예민한 사람이 감각할 수 있는 무엇이 있다고 믿고, 그 감각이 나를 더 돋보이게 만드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그것이 곧 내가 남과 다르다는 지점이라고 믿으니까. 예민해서 괴롭다고 말하면서도 절대 예민함을 포기하지 않는 모순을 지니는 게 이자들이다. 이자들은 결국 타고나기를 아픈 게 아니라, 스스로를 아프게 하는 쪽에 지나지 않는다. 스스로를 그렇게 아프게 하면서도 잘 살아있으니 얼마나 건강한 신체를 타고난 셈인가.


대체 이자들은 어째서 그대들의 못된 성질머리, 다른 사람의 약점을 골라잡아 갉아도 된다고 믿는 마음, 혹은 약점을 인지한 것 같아서 우세해진 것 같은 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는가. 그대들이 이상한 데서 자랑스러움, 뿌듯함, 스스로 미감이 있어 근사하고 멋진 걸 판독한다고 믿는 마음 같은 걸 지니니까 진짜 대접받아야 할 사람들이 대접을 못 받는 세상이 됐다. 참 희한하게도 이자들은 스스로 나라를, 집단을, 약자를 구한다고 믿는다. 사실 네가 약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세상이 거꾸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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