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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쉬의 인사이트 Jul 20. 2021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

영화 <고백>

인터넷 상에서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등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는 이야기들이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개념이 혼동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 거 같다. 결론부터 요약한다면,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대동소이하며, 현재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진단명으로 분류되고 있다. 전 세계의 정신의학계에서 공용하는 진단체계는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개정을 거쳐 DSM-5를 사용하고 있다. 명확한 것은 DSM-5에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라는 진단이 없다는 것이다.


DSM-5에서는 그러한 환자들을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로 진단하고 있다. 반사회적인 행동, 즉, 사회적 규범을 어기는 행동들을 반복하고, 충동 조절의 어려움을 겪고, 다른 사람과의 공감이 부족한 사람들을 분류하는 진단이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는 어디서 나온 용어인가.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진단 기준을 DSM에서 만들기 이전에 전통적인 정신의학-분석적 정신의학에서 나오기 시작한 개념이다. 즉, 역사적으로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더 먼저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DSM-1을 보면 Sociopathic trait을 규정하고 있으며 DSM-2에 이르러서야 반사회적 인격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사이코패스는 한국말로 정신병질자(Psychopaths)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이름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1941년에 Hervey Cleckley라는 사람이 '건강이라는 이름의 가면(The Mask of Sanity)'라라는 저서를 통해 기술하면서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겉으로는 정신병으로 보이지 않지만 행동이 혼란하고 현실과 사회의 요구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겉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전혀 책임감이 없고 타인의 감정이나 관심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의 양상에 대해 기술했다.


그 뒤로 '정신병질자'라는 용어가 수십 년간 사용되어왔고, 사회병질자(Sociopaths)라는 용어는 그러한 환자들의 어려움이 사실은 정신적인 것에 있지 않고 사회적인 원인, 사회적인 관계에 있다는 생각을 반영하면서 사용되어왔다. 즉, 정신병질과 사회병질은 진단명의 방향성이 다를 뿐, 같은 집단의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어떠하지만 소시오패스는 어떠하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은 대부분 정확한 근거가 없다. 실제로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모두 양심의 가책을 거의 받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정신병질적이거나 사회병질적인 부류의 사람들은 대부분 냉담하고, 무책임하고, 폭력적이거나 파괴적인 행동을 일삼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환자들을 DSM에서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부르고 있는데, 문제는 DSM-3에 이르러서부터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진단명이 아우르는 범위가 기존의 '정신병질자 (사이코패스)'라는 진단 범주와 조금씩 달라지게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DSM-3 시절, 교도소에 투옥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을 때(Hare, 183; Hart, Hare, 1998) DSM의 반사회적 인격장애에 해당하는 사람은 수감자 중 50~80%에 육박하였지만, 실제 '사이코패스'에 해당하는 사람은 수감자 중 25%만에 해당된다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 이유는, DSM에서 이야기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반사회적 행동' '객관적인 행동 양상'에 초점을 맞춰서 보고 있지만. '정신병질자'에 대한 기술은 생활 형태나 내적인 감정 상태, 습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는 좀 더 정신역동적인 측면의 진단적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즉, 반사회적인 행동-범죄 등을 성격적으로 일삼는다고 한다면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진단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이코패스처럼 완전히 냉담하고 피상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사이코패스라고 한다면 대부분 반사회적 인격장애에 포함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DSM이 전 세계 정신의학계의 표준 진단 기준이 되면서 현재 학문적으로는 '사이코패스'라는 진단은 거의 사용되지 않은지 오래이다. 대부분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둘이 같지만은 않다.


 DSM처럼 인정되지는 않지만 사이코패스에 대한 진단 체크리스트는 <Hare's Psychopathy Checklist-Revised, PCL-R>을 참조하면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무책임성, 충동성, 난잡한 성행동,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행동문제, 기생적인(parasitic) 생활형태, 냉담함, 공감 불가능함, 피상적인 정서, 죄책감의 결여, 권태로움을 쉽게 느끼는 경향성, 과장된 자기가치감, 피상적인 매력을 풍기는 말솜씨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PCL-R은 직접 자기 보고식으로 체크하는 검사가 아니라, 숙련된 정신과 전문의가 환자와 자세히 면담을 하고 난 뒤에 사용하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는 현재 임상(Clinical) 정신의학에서는 공식적으로는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다. 다만, 그러한 특성을 갖는 환자군의 정신역동적 측면이나, DSM에서 포함하지 못하는 생물확적 특성을 아우르는 위해서는 일부에서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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