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날
바람이 죽었다
해는 가만히 있었다
구름은 흩어지지 못하고
나뭇잎은 그대로 멈췄다
세상은 알고 보면 바람이 움직이는 것
바람으로 날이 덥고 바람으로 춥고
바람으로 비가 눈이, 내린다
바람은 내 인생에서 얼마나
그럴 듯한 연출을 하였나
바람에게 나는 얼마나 그럴 듯하게
보였을까
바람에게 잘 보이는 게 성공하는 삶
그렇지 않은가
시시때때로 바람이 일고
시시때때로 바람을 만나고
시시때때로 바람을 빌고
나는 바람에게 빚진 채로 인생을
영영 마감할지도 모른다
바람이 죽고 나는 더 바랄 것도 없이
그저 밋밋하게 하늘 어느 한 복판에서
없는 것처럼 머물렀다
이 나이토록 나는 너무 바람에게
의지하였고 이 나이토록 바람으로
모든 걸 기원하였으나,
이제 나의 바람이 죽었다
손끝에 침을 묻히고 바람을 느껴봐
그대의 바람은 살아있는가?
그렇다면 그대의 삶도 살아있으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