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리스트

블랙

by 수요일

나는 블랙을 참 좋아해서

검은 옷이 대부분이다.

검은 색은 그 안에 담긴 모든 색들을

얼마나 안타까워하는가.


검은색을 가만히 보면

때때로 무지개 빛이 도는 걸

검은 차를 물끄러미 바라보면

영롱한 무지개가 다이아몬드처럼

웅크리고 있다.


검은색 리스트가 부럽다.

온갖 색을 다 끌어안고도

아무 티도 흔적도 안 내며

스스로 색이라 하지 않는다.

남들이 색이라고 해주는 것이다.


붉은 빛을 띤

파란 빛을 띤

초록을 띠거나

노랑을 띤 블랙을 본 적이 있다면


아마도 내 말이 무엇인지 알 거야.

노랑이라 하지 못하는 블랙

파랑이라 하지 못하는 블랙


블랙이라 하지 못하는,

블랙이라 칭해질 자격이 없는 블랙


작가도 못 되는 무명의 블랙은

박근혜의 까막눈에 블랙될 자격도 없는

나같은 블랙은 얼마나 서글프냐.


나는 무명이라

블랙도 못 되었다.


부러운 블랙

리스트






작가의 이전글차은택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