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국민 요정 최진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한 별들
스마트폰 배경화면이 없던 시절, 우리는 문방구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비닐에 곱게 싸인 스타들의 사진, 일명 '책받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좋아하는 스타의 사진을 고르고, 혹여나 구겨질까 조심스레 코팅까지 해서 책상 위에 올려두면 공부가 절로 되는 기분이었다. (물론 기분 탓이다.) 잡지를 오려 스크랩북을 만들던 정성은 또 어땠는가. 나의 책받침 주인공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당연히, 최진실이었다.
1989년,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라는 멘트로 혜성처럼 등장한 그녀는 90년대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이미연과 함께 하이틴 스타로 거듭났던 그녀였다. 기존의 전형적인 미인상과는 달랐다. 통통 튀고, 발랄하고, 옆집 누나처럼 친근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신세대 스타'의 탄생이었다.
드라마 <질투>의 마지막 장면 속 최수종과의 키스신은 그 당시 남학생들의 가슴에 질투심을 유발한 장면이었다. "감히 내 여인을...."
그녀는 단순한 스타가 아니었다. 우리의 청춘 그 자체였고, 영원히 늙지 않는 '국민 요정'이었다.
남학생들의 책받침이 최진실이었다면, 여학생들의 왕자님들은 단연 '더 블루(The Blue)'였다.
세련된 손지창과 터프한 김민종.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이 듀오가 "그대여~ 나의 두 눈을 봐요~" 하며 노래를 부르면, 대한민국은 열광했다. 1994년 드라마 <느낌>의 OST인 이 노래는 남학생들의 최고의 애창곡이었다.
특히 김민종 특유의 비음 섞인 창법이 돋보이는 '착한 사랑'은 노래방에서 한 번쯤은 불러 봤을 법한 노래이지 않은가.
"기대여~~ 난 호늘도..."
이렇게 코를 섞어 불러야 제맛이었다. ^^ 이처럼 그들은 90년대가 사랑한 '낭만'과 '멋' 그 자체였다. 그 당시 필자도 노래방 가면 신승훈, 김민종, 신해철 노래 위주로 불렀는데 김민종 노래만 부르면 친구들이 1절 끝나고 바로 꺼버렸던 기억이 있다. 그 이유는 아직도 미스테리 이다. (아무래도 너무 잘 불러서 '질투' 했던 건 아닐까. ㅋㅋㅋ)
돌이켜보면 90년대는 "청춘"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였고, 그 장르를 완성한 주연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많았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는 장동건, 원빈, 정우성, 배용준, 이정재가 그야말로 '눈빛 하나로 서사를 쓰던' 시절이었다. 여배우들 역시 심은하, 김희선, 전도연, 고소영 등 이름만으로도 화면의 공기를 바꾸는 아이콘들이었다.
가요계는 바야흐로 '팬덤'의 시대가 열렸다. 서태지를 필두로 신승훈, 김건모, 조성모가 밀리언셀러를 기록했고, H.O.T.와 젝스키스의 경쟁 구도, S.E.S.와 핑클의 요정 전쟁은 10대들의 문화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여기에 베이비복스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남자들의 심장을 밖으로 튀어나오게 만들었다.
어디 그뿐인가. 주말 밤을 책임지던 주병진, 이경규, 신동엽, 강호동, 그리고 메뚜기 유재석이 웃음을 주었고, 스포츠 뉴스에서는 '농구대통령' 허재, '테리우스' 안정환, 그리고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소식이 우리의 심장을 뛰게 했다.
세월이 흘러 그들도, 우리도 나이를 먹었다. 누군가는 별이 되어 떠났고, 누군가는 중후한 중년이 되었다..하지만 내 마음 사진 안에서 그들은 여전히 가장 빛나는 20대의 모습으로 웃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던 우리의 마음 역시, 여전히 그 시절 그 뜨거웠던 온도 그대로 남아 있다.
90년대, 그 찬란했던 청춘의 페이지를 함께 넘겨준 나의 스타들에게, 그리고 그 시절을 함께 건너온 우리 모두에게 안부를 전한다.
지금까지 90년대의 추억들을 소환했고, 오늘로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같은 추억이었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우리 엄마 아빠들이 이렇게 살아왔구나' 하는 역사의 현장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90년대가 사회와 문화적으로 급변하는 시기였다는 점입니다. 일본 문화가 개방된 것도, 문민정부가 시작된 것도 이 시기였고, IMF로 가장 힘든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힘들고 변화무쌍했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편리하고 풍요로운 생활이 가능해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공감해 주시고 같이 추억해 주신 독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