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는 집에 남겨둔 채 전쟁에 임하는 자세
아침은 해가 뜨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역할'을 준비하며 시작된다. 옷장 문을 열고 오늘 입을 갑옷을 고른다. 어제와 비슷한 색, 튀지 않는 디자인의 옷. '나'를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라, '나'를 감추기 위한 선택이다.
거울 앞에 서서 표정을 연습한다.
적당히 친절하고, 적당히 성실하며,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얼굴.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나는 그렇게 익숙한 가면을 꺼내 쓴다.
출근길 차창에 비친 모습은 분명 나인데, 어딘가 낯설게 느껴진다. 자유롭게 농담하고, 서툴게 감정을 표현하며, 가끔은 엉뚱한 상상을 하던 진짜 나는 어디에 있을까. 진짜 나는 이른 아침, 잠든 가족의 숨소리 곁에, 혹은 온기가 채 가시지 않은 침대 위에 고이 두고 온 듯하다.
왜 나는 이토록 다른 두 사람이 되어야만 할까. 어쩌면 내가 속한 이 회사라는 공간이 보이지 않는 전쟁터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의 솔직함은 누군가에게 약점이 되고, 나의 감정은 프로답지 못함으로 평가받는 곳. 생존을 위해,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나는 기꺼이 스스로의 색을 지우고 조직이 원하는 규격의 부품이 되기를 자처한다.
이 글은 그렇게 매일 '진짜 나'를 어딘가에 잠시 맡겨두고 출근하는 나의 이야기다. 화려한 성공담이나 거창한 해결책은 없다. 다만, 회의실 구석에서, 탕비실의 커피 한 잔 앞에서, 모니터 불빛 뒤에서 내가 애써 삼켜왔던 수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담담히 관찰하고 기록하려 한다.
나의 이야기가, 당신의 마음속에서만 맴돌던 그 불편한 진실에 이름을 붙여주고 공감할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오늘 점심 뭐예요?"라는 즐거운 질문 뒤에 가려진 미묘한 눈치싸움. 직장인의 소소한 행복인 점심시간, 그 안에도 보이지 않는 서열과 경쟁이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구내식당의 풍경을 통해 우리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본 글은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단체를 보호하기 위해, 작중에 등장하는 인물, 배경, 회사명 등은 모두 가상으로 설정되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