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형성(classical conditioning)
커피 마니아 친구가 있다. 커피잔까지 데워서 완벽한 온도를 유지하며 커피를 즐기를 친구다. 그런데 유일하게 믹스커피를 마실 때만큼은 종이컵에 타서 마신다. 믹스커피는 종이컵에 타 마셔야 제맛이란다.
또한 계란 후라이는 늘 카찹에 찍어 먹는 친구도 있다. 60이 다된 나이지만 계란후라이를 먹을때는 케찹을 찾는다. 계란 후라이는 케찹과 함께 먹지 않으면 제맛을 못낸다고 말한다.
나는 엘리제를 위하여 음악을 들으면 슬프게도 80년대 후진하던 초록색 쓰레기차가 떠오른다, 비발디의 사계 봄 1악장을 들으면 학창 시절 점심시간으로 순간이동을 하고 왁지지껄 떠들며 도시락을 나누어 먹던 친구들 얼굴이 떠오른다.
실제로 몇 년 전,, 이 음악을:우연히 듣고 옛 친구가 떠올라 sns를 통해 찾은 적도 있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조건형성이 되었다고 말한다. 조건 형성을 설명할 때 대표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실험은 파블로프의 개다.
러시아의 심리학자 파블로프가 자신의 개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종을 쳤더니 나중에는 종만 쳐도 침을 흘렸다. 이것은 종과 밥이라는 두 가지 자극이 연합되어 ‘침 흘림’이라는 조건반사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 실험은 두 가지 자극이 연관되어 새로운 반응을 학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이러한 과정을 고전적 조건형이라고 한다.
'고전적'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은 조건형성 실험에서 가장 먼저 실시되었고 가장 오래되어서 쓰는 단어이다. 파블로프의 이 연구는 이후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된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배우는 모든 것이 이 종 법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실제로 이러한 조건형성은 우리의 삶 속에도 깊이 스며 있다.
첫사랑과 자주 걷던 거리를 다시 걷거나 그 시절 함께 들었던 음악을 들으면, 가슴 깊은 곳에서 묘한 설렘이 피어난다. 데이트 장소와 첫사랑이 연합되어 설렘이라는 반응을 불러 온 것이다.
금연을 결심하고 실행하는 분들 대부분은 술마실 때 흡연 욕구를 가장 참기 힘들다는 말을 한다. 그것은 술을 마실 때마다 담배도 함께 피우며 스트레스를 해소했기 때문에 술과 담배가 엽합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금연 실행 1원칙이 직장일 잠시 접어두는 휴가 때나 안식년,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유로울 때 시도하라로 권한다.
조건형성은 일상생활에서 댜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서는 특정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제품과 모델, 또는 배경 음악과 연합시킨다.
음료 광고에서 활기차고 즐거운 음악이나 멋진 풍경이 나오면 그 제품을 소비할 때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광고의 배경음악은 엽합된 조건자극이고 소비자가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이 조건반응으로 학습되는 것이다. 화장품이나 자동차 광고에서 유명 배우를 섭외하는 것도 같은 원리이다.
이처럼 조건형은 단순한 이론적 개념을 넘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 자녀 교육에서도 이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면 학습 습관 형성을 촉진할 수 있으며, 나쁜 습관은 교정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특정 교과목을 지루하거나 어렵게 느끼는 경우 그 과목을 긍정적인 경험과 연관시키면 학습 동기가 향상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흥미로운 자료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과목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형성하도록 도울 수 있다.
사회과목을 유난히 어려워했던 필자의 딸아이에게 사회 공부를 시킬 때는 딸아이가 가장 즐겨하는 역할놀이와 연합을 시켰다. 인형을 동원해서 엄마와 함께 학생 역할을 했고 딸아이는 사회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다. 유난히 선생님 놀이를 즐겨했던 딸아이는 역할놀이를 하고 싶을 때는 사회 공부하자고 제안했다.
정서적 반응도 고전적 조건형성에 의해 학습될 수 있다. 어린 시절 특정 음악을 듣고 행복한 경험을 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그 음악을 들을 때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가족여행 때마다 아빠 차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먼 훗날 아이들이 장성한 뒤에도 추억에 노래를 들으면 가족여행 때 느꼈던 행복감에 젖을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보상을 통해 고전적 조건형성을 활용할 수 있다. 학생이 좋은 성과를 내면 그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여 학습 동기를 높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보상 없이도 긍정적인 반응이 학습되어 학생은 학습 자체에 흥미를 느낄수 있다.
학창시절 공부할 때마다 엄마가 직접 만들어준 특별 간식이 시험와 연합된 사례가 있다.
얼마 전, 서른을 넘긴 아들이 어린아이처럼 엄마에게 뭔가를 요구하며 졸랐다. "제가 중고등학교 시험 공부할 때 만들어 주셨던 삼각 샌드위치 먹고 싶어요.” 아들이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필자는 아이들이 중. 고등학교 때, 시험 때만 되면 손수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제공하였다. 시험공부로 애쓰는 아이들에게 엄마의 정성을 보태서 응원하려는 마음이었다. 다양한 간식을 제공하지 않고 오직 삼각 샌드위치만 준 것은 필자가 유일하게 만들 수 있는 간식이기 때문이다.
시험을 앞두고 엄마표 샌드위치가 먹고 싶은 것을 보니 아마도 시험공부와 샌드위치가 연합이 된 것 같다. 아마 이러한 동일한 자극의 연합이 아들에게는 조건형성이 되었다고 추측된다.
나는 될수록 20여 전에 만들었던 레시피대로 그 시절의 브랜드 햄과 치즈를 구입해서 만들어 주었다. 시험 준비와 엄마가 만들어 준 샌드위치의 연합, 이 얼마나 아름다운 추억의 소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