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결과가 좋든 나쁘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당신의 시도는 무엇인가요?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되는 시도는 널 낳은 것.
학생 신분으로 둘째를 낳아 기르는 것이 걱정됐지만 어쨌든 내게 온 아기이니 잘 낳아 기르자고 생각을 했는데 너에게 온갖 고생을 시켜서 미안해. 오늘도 목요일이라 이른 시간에 세브란스에 날 데리고 가서 재활 때도 방에 있고 실내자전거 탈 때도 옆에 있어주고. 너희 둘 혈액 검사를 해보는 게 어떨까 생각했다. 이십몇 년 후면 내가 넘어진 나이가 되는데 피로써 그런 유전자 정보가 다 검색이 될 것 같아서.
네가 질문을 보내고 내가 답장 형식으로 쓰는 거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둘째 가지는 것, 가진 감회, 낳는 마음, 낳고 나서 키우는 마음 등이 첫째와는 다르게 마련인데 첫째 땐 경험이 없어 모든 게 서툴고 걱정스럽고 둘째 때는 그래도 좀 느긋한 맘(상대적이지만)으로 키우는데 지금 생각하면 놀이방도 18개월에 첨으로 갔는데 잘 있었고 네가 그렇게 잘 적응하니 나는 그래도 안심을 했던 것 같다. 놀이방 일찍 보낸 것도 후회된다. 꿈동산 놀이방도 왜 보냈나 싶고 마무리짓지도 못할 논문 때문에 널 여기저기 맡기고 특히 초등학교 일 학년 때 인경놀이방 간 것을. 선생님 좋으셨지만 수업 끝난 뒤 있을 곳이 없어서였으니 미안해.
놀이방-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대학교를 거치는 동안 난 참으로 엄마 노릇을 잘 못한 듯. 그나마 이 병이 늦게 와서 너희를 키우는 동안에는 지장이 없었던 게 다행이랄까. 근데 내가 옆에서 그렇게 재촉하는 역할을 했다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 나름으로는 내가 어느 집에 도움을 주러 갔을 때 "지금 뭐 하고 있니"라고 나를 다잡는 소리 같은 게 있는데 내 생각엔 P로서 J로 가득 찬 환경에서 크다 보니 마음의 여유 같은 게 많이 없는 것 같다. 다시 키울 수 있다면 좀 더 여유 있게 잘할 텐데. 그렇지만 미술학원 보낸 것은 후회 안 해. 그건 네가 하고 싶어 한 것이었으니. 아무튼 후회 없는 건 널 자식으로 맞이한 것. 회한스러운 것은 말년에 널 고생시킨 것. 이러려고 널 자식으로 두었나 싶을 만큼.
2024.04.18
*질문은 2021년 컨셉진 인터뷰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받은 질문을 참고했습니다. (https://missioncamp.kr/340113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