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할 수 없는 것에 고민하지 않는다
우리가 겪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결과를 통제하려 들 때 발생합니다. 날씨나 타인의 마음, 그리고 경기 결과 같은 것들은 나의 의지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오타니 쇼헤이는 이 Separation of Control을 명확히 꿰뚫고,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마음 쓰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는 "좋은 피칭을 했음에도 결과가 나쁘다면, 그것은 내가 좌우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긋습니다. 이것은 패배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 고민의 대상을 오직 '내가 제어할 수 있는 것'으로만 좁히는, 지극히 실용적이고 전략적인 뺄셈의 미학입니다.
이러한 오타니의 사고방식은 승리 투수 요건을 대하는 태도에서 잘 드러납니다. 과거 일본의 사와무라상은 투수의 승수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았지만, 메이저리그는 다릅니다. 제이콥 디그롬이 불과 10승, 11승만으로도 2년 연속 사이영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메이저리그가 투수의 가치를 승패가 아닌 삼진이나 볼넷 억제율 같은 '통제 가능한 지표'로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오타니 역시 2023년 시즌, 10승에 머물렀지만 피안타율 1위 수준의 압도적인 구위를 보여주었습니다. 승패는 타선의 지원과 불펜의 활약이라는 타인의 영역에 달려있음을 알기에, 그는 승수 부족을 고민하는 대신 "볼넷을 주지 않고, 장타를 맞지 않고, 삼진을 잡는 것"이라는 자신만의 퀘스트에만 집중했습니다.
오타니가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것은 승부욕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감정을 소모하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컨트롤할 수 없는 일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그의 태도는 단순한 마음의 위안이 아니라, 자신의 한정된 에너지를 100% 투구 그 자체에만 쏟아붓기 위한 가장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바꿀 수 없는 결과를 걱정할 시간에,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공 하나에 전력을 다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불확실한 승부의 세계에서 오타니가 스스로를 지키고 완성해 나가는 가장 강력한 방법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