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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재 Jan 20. 2024

한국 스타트업들이 미국으로 넘어오는 이유

스타트업 #9 - 미국 진출

실리콘벨리에서 가장 큰 한인 스타트업 커뮤니티인 82 스타트업 Summit 2024가 1월 12일에 개최되었다. 종일 티켓이 $120(한화 약 16만 원)인데도 사전구매자만 천명이 넘었다. 우리 팀 같이 미국에 베이스를 둔 스타트업 파운더들부터,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인 스타트업, 미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는 한국 VC, 미국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 까지 이번 커뮤니티 행사의 열기는 가히 지금껏 열린 한인 스타트업 커뮤니티 중 최고였다.

우리 팀은 2년째 이 행사에서 피칭과 부스전시를 하고 있는데 작년에 비해 참여자가 두 배가 된 걸 보면 한국사람들이 미국에 진출한 스타트업에 관심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이번 행사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와 기간이 겹쳤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하루 일찍 샌프란시스코로 넘어온 걸 생각하면 실리콘벨리는 아직 뜨겁다.


그럼 왜 한국 스타트업들이 미국으로 진출하려고 하는 걸까?


선례가 있다.

지금 미국에는 성공한 한국인 파운더의 미국 스타트업이 다섯 개가 있다. 샌드버드(Sendbird), 눔(Noom), 몰로코(Moloco), 타파스(Tapas), 피스칼노트(FiscalNote) 이 다섯 개의 회사가 유니콘을 달성하거나 엑싯을 하며 한국인이 미국에서 창업하여 성공할 수 있음을 직접 증명했다. 이번 82 스타트업 서밋 2024에서는 몰로코의 안익진 대표님과 눔의 정세주 대표님이 연사를 해주셨는데 참고로 이 두 회사의 기업가치는 합쳐서 $5B(한화 약 6.5조)가 넘는다. 약 10년 만에 만들어낸 성과이다. (물론 그전에 더 오랜 기간 다른 창업과 피벗팅 등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하셨다!)


미국은 스타트업에 대한 동경이 있다.

미국은 스타트업 파운더는 당연하고 스타트업 종사자들 역시 세상을 바꾸는 대단한 도전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 인식한다. 한국은 2020년 스타트업 붐이 일면서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을 알게 되었지만 아직 일부 사람들에게는 대기업 못 가서 들어간 중소기업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리콘벨리는 시장분열(Market Disruption)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듯이 작은 회사들이 이미 큰 회사들을 뛰어넘는 경우가 이제는 일반적이기까지 하다. 미국 사람들은 스타트업 종사자들을 '시작할 생각도 못했던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사람들'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좋은 대학교 나오거나 미국에서 MBA를 하고 돌아오면 자연스레 대기업을 먼저 떠올리기 십상이다. 미국은 스탠퍼드, 하버드, (그리고 미시간) 출신들, 혹은 탑스쿨 MBA 출신들이 창업을 하고 있다. 물론 그들도 구글과 메타 같은 큰 회사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켈로그(Northwestern) MBA는 최근 실리콘벨리 쪽 스타트업 인턴쉽 프로그램까지 만들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대변해주고 있다.


세계시장 진출의 발판이다.

한국 소비자들과 미국 소비자들은 너무나 다르다. 한국은 단일민족으로써 오랜 기간의 역사를 가져왔지만 미국은 옆집 사는 20년 지기 친구도 문화, 지식의 수준, 경제의 수준이 다르다. 우리는 기업에게 판매하는 B2B 비즈니스 구조인데 한국 회사들은 대부분 비슷한 니즈를 가지고 있는 반면 미국은 매출, 팀사이즈, 회사 위치, 그리고 심지어 판매 상품까지 같지만 기술의 진척도나 니즈가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한국은 범용적인 고객층을 타깃 할 수 있는 프러덕이 중요하고 미국은 진입할 시장의 고객세분화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작년에 우리도 한국에서 잘 팔던 프러덕을 미국으로 가져갔을 때 많은 예비 고객사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 아무도 구매하지 않는 프러덕이었음을 확인하는 데에만 수개월을 낭비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잘 된 프러덕트는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어느 정도 시장 최적화가 필요한 반면 미국시장에서의 성공한 프러덕은 세계시장으로의 진출이 조금 더 용이하다.


단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시장이 무조건 정답이 아니다. 비즈니스 상황도 고려해야겠지만 미국은 경쟁이 심하다. 기회의 땅이라 그런지 기회를 찾아온 팀들이 너무 많다. 게다가 스탠퍼드, 하버드 출신들이다. 그리고 언어의 장벽도 크다. 극 E를 자랑하던 나도 현지 네트워킹 이벤트에 가면 I가 된다. 정말 아이가 된 듯 어른들의 말을 이해하고 따라가기 벅차다. 나름 미국 6년 차인데도 말이다.. 비용도 많이 든다. 정말 대충 말하자면 한국에서 두세 명 채용할 수 있는 비용으로 미국인 한 명 감당하기 벅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진출해야 할까?


Yes, if you have a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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