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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Jun 25. 2016

E3 2016, 게임기가 사라진, 게임이 드러난

세계 최대의 게임쇼가 내게 보여준 것들

지난 6월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미국 LA 컨벤션 센터에서는 세계 최대의 게임쇼인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가 열렸다. 이슈를 지배하는 하드웨어가 부재한 상태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대신 곧 나올 기대작들이 줄지어 선보인 행사라고 평가해도 좋을 만큼 하고 싶은 게임들이 가득했다. 가상현실 게임들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그뿐일까? 다른 한편으론 게이머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조금은 엿보인 이벤트이기도 했다. 그동안 E3는 게임 업계 관계자들이나 언론 종사자들을 위한 행사의 성격이 짙었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 행사 참가자 7만 명 중에서도 업계 관계자가 5만 명이고, 일반 게이머들은 2만 명에 지나지 않았다. 게이머들이 많이 참가하는 다른 게임쇼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번에는 일반 게이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쓴 것이 보였다. 트위치 TV 등을 통해 행사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면서, 행사의 초점을 언론 보도보다 팬에게 맞췄다. 미디어를 우대하던 기존 관행에서 조금 벗어났다고 해야 하나. 이 때문에 4200만 명의 누적 시청자가 행사를 본 것은 물론, 관련 트윗이 700만 개나 작성되고 인스타그램에 올려진 사진에는 50만 개의 좋아요가 눌러졌다고 한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사전에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아 놓긴 했지만, 새로운 게임기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은 흘러나오기를 바랐다. 하지만 모두 묵묵부답. MS에서만 슬림형 ‘엑스박스 원 S’나 차세대 게임기 ‘프로젝트 스콜피오'을 공개하고, 소니와 닌텐도는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젤다의 전설' E3를 뒤흔들다

이번 E3 2016에서 내 마음을 가져간 게임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런 질문을 할 때마다, E3에 직접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보여주는 게임만 1000여 종이 넘는데 국내에서 들을 수 있는 소식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올해는 정말, 이 게임이 최고로 화제였다-라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모두의 예상을 깬 초 기대작, 2017년 발매 예정인 닌텐도의 신작,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드 더 와일드」다. 


사실 닌텐도가 이 게임 홍보에 전력투구를 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주목을 받을 줄은 몰랐다. 위 영상을 보라. E3 2016 마지막 날, '젤다의 전설'을 한번 플레이해 보겠다고 달려가는 사람들이다. E3에선 매우 보기 드문 풍경이다. 이렇게 달려가지 않으면 체험 플레이 한 번에 대기 시간 4시간, 거기에 '젤다의 전설'을 테마로 꾸민 닌텐도 부스를 구경하기 위해서는 줄을 다시 서야만 한다. 솔직히 이 게임이 나오면, 나도 닌텐도 NX를 구입하게 될지 모르겠다. 내 마지막 '젤다의 전설'은 게임 큐브에서 끝났지만.



8월에 곧 출시될 예정인 「데이어스 엑스 : 맨 카인드 디바이디드」 도 실사 영화 트레일러를 선보이며 내 눈길을 잡았다. 게임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 트레일러를 보고 관심이 생겨버렸다. 최근 우리가 고민하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안드로이드) 등의 테마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 이후, 흔한 SF 소재들마저 이젠 내 시선을 잡아끈다.


10월 출시 예정인 타이탄폴2의 신규 트레일러도 공개가 됐다. 아주 좋아하는 콘셉트의 게임인데, 온라인 플레이를 안 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금방 끝나 버려서 불만이 많았던 게임이다. 이번에는 길고(?) 재미있는 싱글 플레이 캠페인이 많이 포함되기를 바란다. ... 이미 '조태훈' 이 세 글자 덕분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긴 했지만.

그뿐만 아니라 이번엔 정말 하고 싶어지는 게임들이 많았다. 글에서 다루지 못한 「배틀 필드1」, 「파이널 판타지 15」, 「철권 7」, 「스파이더맨」, 「갓 오브 워」 신작 등을 비롯해 발매를 손꼽아 기다리게 만들만한 게임들이 올해도 즐비했다. 과연 올해 겨울은 따뜻하게(=불타오르는 게임기와 함께) 보낼 수 있을까? 기대해 본다.


가상현실 게임, 불안 요소가 드러나다


3대 가상현실 헤드셋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은,  PS VR의 출시일과 가격도 공개됐다. 오는 10월 13일, 399달러에 나올 예정이다. 소니가 준비한 VR 게임은 무려 80개. 콘텐츠의 성격도 다양해서 이미 잘 알려진 「썸머레슨」을 비롯해 「그란 투리스모」, 「철권 7」, 「스타워즈 배틀 프론트」, 「화이트 데이」등 유명 게임과 아폴로 11호 체험 등의 콘텐츠까지 포함되어 있다.

리스트는 화려한데,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막상 E3에서 체험해본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아직까지는 게임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슈퍼 히어로 게임을 즐기다 보면, 왜 내가 히어로가 아니고 일반인인지 바로 알 수 있다고나 할까. 또 어떤 게임들은 재미있기는 한데 팔 다리를 많이 움직이다 보니, 금방 피곤해진다고 한다. 꽤 많은 게임들은 VR 전용이 아니라 일반 게임과 가상 현실 게임 양쪽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기다.

그래도 가장 핫한 트렌드인 것은 사실이라, PS VR 말고도 다른 VR 기기도 여럿 선보였다. 대만 컴퓨덱스 때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백팩 PC'도 한 예다. E3에서 선보인 제품은 '델'의 게이밍 PC 라인업인 '에일리언 웨어'의 이름을 달고 나온, 시제품이다. 뭐 이런 것까지-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진짜 VR 헤드셋을 쓰는 순간 알게 된다. 내 근처에 있는 모든 것이 다 내 걸림돌이다. 스마트폰 VR 헤드셋이라면 '회전 의자' 사용은 필수다.

증강 현실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도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대체 누가 이런 생각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_-; 아무튼 당분간 현실 포켓몬 트레이너 지망생들이 여기저기서 출몰할 예정이다. '포켓몬 고 플러스'라는 전용 주변 기기도 함께 판매한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포켓몬 마스터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할 것이다. 수많은 스마트폰 배터리를 잡아먹을 것이 분명하니. 난 앞으로 로켓단이 어떻게 등장하게 될지, 그것이 더 궁금하다. 

 



그동안 PC와 콘솔 게임은 스마트폰 게임에 밀려 점점 시장이 쪼그라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PS4의 선전으로 콘솔 시장이 되살아나고, PC 게임 역시 VR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도약할 날개를 얻었다. 스마트폰 게임은 PC와 콘솔을 몰아내지 못했고, 각자 다른 영역을 차지하며 세계 게임 시장 규모를 훌쩍 키우고 있을 뿐이다. 그 와중에 즐길 게임도 점점 늘어나고, 우리들 지갑은 얇아져만 간다. 아무렴 어떠랴, 이런 게임들을 하지 못하는 세상보다는 하고픈 게임들이 너무 많이 고민인 세상이 더 낫다. 그리고 이번에 선보인 게임들이, 그런 우리의 욕심을 꼭 충족시켜 주길 바란다. 


...출시를 가장 기다리고 있는 게임은, '썸머 레슨'이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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