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oidz, <Like All Before You>를 듣고
Julian Casablancas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인물이 아니다. The Strokes를 비롯한 그의 음악에서 종종 느껴졌던 '쿨함'은 사실 평이하고 무기력한 껍데기처럼 느껴졌던 순간들이 있었고, 심지어는 이가 불쾌하게 다가오는 경우 역시 다반사였다. 그가 자신의 음악에서 수차례 던져대는 심오한 질문들과 사색은 그 속에서 드러나는 여러 모순들과 아이러니들로 인해 그 의미가 흐트러지는 경우 역시 많았다. Julian의 2번째 밴드, 더 보이즈(The Voidz)는 그가 그러한 고통들 속에서 가장 몸부림치던 순간에 탄생하였다. The Strokes의 연이은 실패로 인해 흥미를 잃은 그는 새로운 밴드를 만들어 더 다채롭고 실험적인 음악을 시도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시도는 보기 좋게 성공했었다. 1집 <Tyranny>는 노이즈 록, 신스 펑크 등 다양한 장르를 융합하여 놀라울 정도로 밀도 있는 음악을 보여준 작품이었으며, 2집 <Virtue>는 그의 실험성과 목표가 완전히 뭉쳐져 탄생한 클래식이었다. 이후 모두의 이목이 더 보이즈에게로만 집중되어 있었던 2020년, Julian은 The Strokes의 새로운 앨범 <The New Abnormal>을 발매하며 평가를 완전히 뒤집는다. 여러 결점들과 어수선한 프로덕션에도 불구하고, <The New Abnormal>은 지난 15년간 나온 그들의 작품들 중 가장 기발하고 신선한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더 보이즈의 3번째 정규 앨범, <Like All Before You>는 사실 올해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였었다. Julian의 예술성은 정점에 달해 있었고, 그 어느 때보다 훌륭한 곡들을 많이 배출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Like All Before You>는 충격적인 실패이다. 본작은 그들의 이전 작품 <Virtue>와 비교해 보면 창의성과 전반적인 퀄리티에서 완전한 퇴보를 겪었으며, 또 여러 미완성 데모들을 검열 없이 마구잡이로 배치해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1분짜리 인터루드 트랙을 선공개로 발매했을 때부터 짐작하고 있던 미래이긴 했지만… Julian은 영혼을 팔아 <The New Abnormal>을 만들었나? 그 대가로 <Like All Before You>가 완전히 실패하도록 했나?
<Like All Before You>는 우선적으로 성의가 없다. Julian이 본작에 조금의 애정이나 진심을 담았다면 대부분의 트랙들이 사실 공개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올해 최악의 곡 중 하나인 "When Will the Time of these Bastards End?"를 예시로 들어보자. 믹싱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고, 보컬은 약에 취한 채 녹음됐나 싶을 정도로 끔찍하며, 연주 역시 너무 소심해 어떠한 감정조차 느낄 수 없다. "Square Wave"는 조잡한 리버브에 중독된 이들이 쓸법한 트랙이며, "Perseverance-1C2S"는 특히 가장 데모 같은 느낌이 강한 트랙이다. 분명 더 보이즈의 음악에는 항상 거칠고 난해한 지점들이 있었던 점은 사실이지만, <Like All Before You>는 연주와 프로덕션조차 제대로 완성되지 않아있다.
또한 본작의 트랙들은 일관성이 전혀 없고 몰입하기도 굉장히 어렵게 설계되어 있다. <Like All Before You>에는 설정된 특별한 방향성이 존재하지 않으며, 그 어떠한 계획도 없이 무미건조하고 영혼 없는 기타 리프들만이 40분 내내 흘러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All the Same"의 너무나도 크게 고동치는 기타 사운드에 침식되는 Julian의 보컬을 목도하다 보면 <Like All Before You>가 실패작인 이유를 완전히 깨달을 수 있게 된다. 물론 "Prophecy of the Dragon"에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메탈(…) 리프와 "Flexorcist"의 반짝이는 기타 솔로를 비롯해 이목을 집중시키는 순간들도 종종 있다만, 이러한 요소들이 잠깐 등장했다 빛처럼 빠르게 사라진다는 점도 굉장히 아쉽다.
결론적으로, <Like All Before You>는 지난 몇 년간 반짝였던 Julian의 역량이 완전히 침체된 작품이다. 본작에서 그는 본인이 가졌던 모든 창의성을 완전히 상실한 듯한 인상을 주며,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혁신적인 요소들 역시 온데간데없어졌다. 더 보이즈가 보여주었던 독창적인 사운드와 깊이 있던 메시지는 사라졌으며, 오직 공허한 '쿨하게 보이려는 몽환적인 사운드'만이 남았을 뿐이다. 여러모로 Julian에게 다시금 재정비할 시간이 절실한 순간이다. 이제 더 보이즈와 The Strokes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사실 잘 가늠이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 대체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Like All Before You>는 어쩌다 탄생하게 되었나? <Like All Before You>는 누구를 위한 음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