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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래하는얼룩말 Dec 15. 2021

우아한 홈패션을 꿈꿨지만

현실은 목 늘어난 티셔츠

자신을 가꾸는데 신경 쓰고, 나를 돌보는데 최선을 다 했던 나는 이제 온 데 간데없다.      


그 사실을 알아채니, 슬퍼졌다. 

분명, 약속했는데, 나를 치장하는데 최소 품위유지비는 아끼지 않겠다고, 

하지만, 내 최소한의 품위유지비는 1순위에서 밀려난 지 오래이다. 

누가 주는 비매품 화장품이 너무 반갑고, 그것들이 그득히 쌓여있으면 마음의 부자가 된 듯하기도 하고, 

동생이 임신해서 입을 수 없겠다며 가져다주는 옷들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 없다.     

 

내 쇼핑몰의 장바구니는 가득 채워졌다 이내 비워진다. 

고르고 골라한 한 계절을 겨우 날 수 있는 두 어벌이 내게 간택된다. 

그렇게 한 계절을 신나게 입고, 썩 좋은 재질의 옷도 아니니 너덜너덜 해질 즈음에는 

나는 홈웨어 부자가 된다.       


우아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예쁜 홈웨어를 입고 우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했는데,

현실은 편해서 좋다며 입어재끼는 냉장고 바지와 100% 면이라 자랑했던 철 지난 티셔츠가 나를 감싸고 있다.      

그런 내가 그분의 드라마를 보고 이토록 감동받고 또 여운이 이리도 오래가는 것은, 

내 어린시절의 감정이 되살아나서 나 또한 함께 젊어지는 기분이라

내가 살지 못했던 세상의 사람들과 조우하는 기분이라 더 푹 빠지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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