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초파리
설거지하는 중간에 뭐가 하나 훅 하고 지나간다.
성가시다.
한 놈 두 놈이 눈앞에서 돌아다니니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너무 조그매서 웬만한 파리채로는 어림도 없다.
손바닥에 물을 잔뜩 묻혀,
날아오는 초파리를 향해, 한 손으로 홱 하니 허공을 휘젓다시피 한다.
한 놈, 내 손의 수분에 이끌려 철썩하고 붙어있다.
초파리는 두 손 짝하고 잡기 보다, 요렇게 잡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두어 번 휘저으니 내 눈앞에서 알짱거리던 녀석들이 다 사라졌다.
이름이 괜히 초파리가 아니다.
잡고서 가만히 지켜보니, 그 깨만큼 작은 몸뚱어리에 다리 여섯 개, 눈 두 개, 날개까지 다 붙어 있다.
그 작은 생물도 이 세상에 나, 할 일이 있었겠지만,
내 손 한방에 생을 마감하게 되니, 되려 조금은 미안하기도 하다.
다음엔 조금 더 필요한 존재로 태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