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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래하는얼룩말 Jan 03. 2022

티눈을 제거했다.

상처는 건들면 더 곪는다는 것, 결국엔 아문다는 것 

어느 날부터 내 왼쪽 발가락 윗면에 굳은살처럼 보이는 티눈이 영 성가시기 시작했다. 

작년, 아니 재작년쯤부터 굳은살처럼 조금씩 조금씩 생기더니, 어느 날 제대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접히는 관절이나 아님, 발가락끼리 서로 맞부딪히는 쪽이라면 통증이라도 느껴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할 텐데, 

윗면에 자리한지라 굳이 이걸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우리 집 작은 삐약이가 그걸 손가락으로 살살 건들더니, 엄마 이건 뭐야? 한다. 

내 눈에 잘 띄지도 않던 그것이 작은 삐약이의 터치 한 번으로 거슬리기 시작하니, 계속 꼴 뵈기 싫더라. 


안 되겠다 싶어, 바로 다음날 약국으로 가 티눈고를 구매했다. 

사실, 병원은 무서웠단 게 사실이다. 

마취도 해야 되고 막 이걸 도려내고 파 낸다고 생각하니 '읔'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그래 요새 약도 잘 나오는데 내가 한다.'  


호기롭게 구매한 티눈고를 떼어 발가락에 야무지게 붙였다. 

첫날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샤워하며 물이 잔뜩 들어가 버려서 교체해준 게 끝이다. 

그렇게 2-3일 지나고 나니, 그저 굳은살처럼 보였던 티눈이 점점 하얗게 부풀어 올랐다. 

그게 또 보기 싫어서 얼른 새로운 티눈고로 덮어버렸다. 


그날 부터다 그때부터 티눈고를 붙이면 티눈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거였다. 

발가락에 열감도 좀 있고, 그 통증이 발을 타고 올라오기도 하고, 

발가락 전체가 짓무르기도 하고, 

괜히 가만있는 티눈을 건드렸다는 생각에 짜증이 밀려왔다. 

아 뭐냐 이 조그만게 나를 이렇게 살살 건드나 싶기도 하고, 

며칠 동안 불쾌한 통증을 견디며 나는 티눈고의 표면이 너덜너덜 해질 즈음에 설명서에서 하라는 대로 

깨끗한 핀셋을 준비하고, 한 겹 한 겹 제거해 나갔다. 

그것도 영 못하겠더라. 

병원에 가면 하루면 끝날 일을 괜히 고생을 사서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렇게 며칠을 애 먹었을까.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래야 낫는다니 보기도 싫은 상처를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그렇게 자꾸 본의 아니게 상처를 괴롭혔다. 

며칠을 괴롭혔다. 며칠을 지나다 보니, 어느새 더 벗겨낼 표면도 없고, 그저 새빨간 속살이 드러났다. 

아직 상처의 흔적은 있지만 딱딱하고 보기 싫었던 티눈은 사라졌다. 


이거 낫겠나? 좋아지겠나 반신반의하며 

매일 들여다보고 건들다 보니, 그것도 정성인가 싶기도 했다.

티눈고 8개로 나는 내 발가락의 티눈과 준비 없는 작별을 하였다. 


상처는 건들어야 하는구나, 건들어야 곪고 곪아 다시 재생할 힘을 얻는구나 

계획도 없던 시점에 나는 나의 상처를 건들었고, 그렇게 상처는 곪고 곪다 아물기 시작했다. 

티눈을 보며 참 별생각을 다 한다 싶었지만 

사실 내 마음의 상처도 같은 방향이 아니던가 싶었다. 

되려 티 내지 않고 꽁꽁 숨기려 하면 할수록 나를 옥죄더니 되려 작게나마 표출을 하면 

예상치도 못하게 내 상처를 누군가에게 드러내어 그 누군가가 보듬어 준다. 

나는 그렇게 진정하고 내 마음의 상처는 아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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