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켜드릴게요.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건강검진을 받으실 때면 나는 늘 보호자 자격으로 수면으로 내시경을 하실 동안
대기실에 앉아 엄마, 아부지를 기다렸다.
오늘도 그랬다.
엄마가 영상의학실에 가 계신 동안 아부지를 밖에서 뵙고,
늦을까봐 헐레벌떡 뛰어오는 딸을 기다리고 서 계셨다.
멀리서 내가 보이니, 간호사 선생님께 나를 가리키며 싱긋 웃으신다.
곧 처치실로 들어가셔야 해서,
몇 마디 인사만 나누고 "다녀오세요" 했다.
십여 분 뒤, 엄마도 다른 과의 검사를 마치시고는 내게 오셨다.
"보호자 왔어요" 얘기하시니 얼마 없어 엄마까지 들어가셨다.
대기 의자에 앉아 두 분이 들어간 문을 잠시 바라보았다.
보호자 없이 할 수 없는 내시경 검사에
보호자 자격으로 내 이름이 올랐다.
나의 신분확인이 되고 나서야 부모님은 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결혼 전에도 같은 경험이 있었는데,
오늘은 좀 달랐다.
나는 내 아이들의 보호자이기도 하고,
부모님의 보호자이기도 하다.
뭔가 뭉클한 감정이 올라왔다.
마냥 내 곁에서 든든한 바위처럼 나를 지켜주고 보호해 주실 것만 같던 부모님을
조금씩 커진 내가 한 번씩 흔들거릴 수 있는 그 바위를 꼭 잡아 지킬 때가 되었구나 싶었다.
밖에서 한시 간여쯤 기다리니,
아부지가 살짝 비틀거리시며 문밖을 나오시더니 그 와중에도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를 보며
또 싱긋 웃으신다.
아직 약 기운에 정신없이 탈의실을 향하시면서도 딸을 발견하니 반가우신가 보다.
나는 우리 엄마 아부지의 보호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