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했던 아이템이 안되는데는 이유가 있다
굳이오랜만에 공공기관 지원사업 심사위원으로 출석했는데, 지금까지 했던것과 다르게 프레젠테이션 심사위원을 하게 되었다.
오늘 느낀 생각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본다.
공공기관 지원사업은 아마 내년에도 많아질것이다. 오늘 내가 참여했던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은 아마 내년에도 많은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열릴것이다.
콘텐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상 그렇기도하고 탁상공론같지만, 실제 지원사업에 가장 부합하기 때문이다.
오늘 지원사업은 수십팀이 지원했고, 합의를 거쳐 4~7팀만 선발하기로 했으니, 경쟁률로 따지면 대략 5:1 정도 될 것 같다.
미약하지만 만약 애독자께서 공공기관 지원사업에 도전했다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고려할때 도움이 되지않을까 생각한다.
공공기관사업은 목적이 분명하다. 지원해야할 대상과 사업의 목표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지원사업을 기획한 팀 역시 이러한 부분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사업의 목적과 다르다면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도 굳이 뽑아야할 이유가 없다. 오늘 내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콘텐츠 지원사업이었는데, 상당수의 지원 사업응모자들의 사업이 상이한것이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어떤이는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거나, 지금 하고 있는 사업에 방향이랑 내용만 살짝 추가해 내용을 가져온 것도 인상깊었다. 기관에서 모신 심사위원들은 아무나 데려오진 않는다. 해당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며 윗선에 보고해서 이에 대한 근거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돈을 주고라도 가능하면 업계에서 핫하거나 전문가들로 구성이 되기 때문에, 날카롭고 사업적 판단이 명확하다.
콘텐츠 지원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을 가져온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하고 있는 사업에 조금 추가가된 내용으로 사업계획서를 구성했는데, 심사를 포기한분부터 관심도 없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지금 하는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하지만,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것이다. 더욱 절실하고 필요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지원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업의 목표와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하 파악할 필요가 있다. 나 역시 사업아이템으로는 크게 성과가 나지 않을것 같아도 지원사업이 꼭 필요한 대상을 위해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들은 이번 사업을 발판으로 무언가 더 좋은 아이디어 및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돋보여서 였다.
지원사업만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사업화는 둘째치고 아이디어만으로 계속 지원만 받으려는 지원자들도 있었다. 1년전, 6개월전 지원을 받아놓고 살짝 내용만 바꿔서 또 지원한 사람들은 심사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 동일한 심사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지원받았는데, 현재 성과는 어떠냐, 왜 또 다시 지원했냐라고 했을때 제대로 대답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이템은 정말 괜찮았는데, 이미 기관에서 블랙리스트 급으로 올라온 팀도 있었다.
지원만 받아놓고 제대로 보고 및 불성실한 태도로 손해를 끼친 이들까지.
모를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기관 담당자들 및 심사위원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이미 지원사업을 받았지만, 해당 아이템으로는 실패해서 다시 새롭게 도전하는 경우(이전 내용과 전혀다른 아이템으로)는 예외로 칠 수 있지만 불리한건 사실이다.
기관 역시 제한된 예산이지만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지워해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너무 체리피커 같은 이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심사위원이나 관계자나 모두 인간이기 때문에, 욕심부리는 자에게는 늘 호의적이진 않는다.
모두 전문가들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주제만 들어도 대략 사업성과 방향에 대해 감을 잡고 듣는다.
시장분석과 가능성에 대해서 구구절절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5분중에 3분을 시장현황만 이야기하고 1분은 팀 및 이력소개, 1분을 제품소개하는 분들이 매우 많았는데, 실제 높은 점수를 받진 못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분은 자신의 제품 및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고 어떤 가치와 목적을 갖고 비즈니스를 할것인지 이야기했다. 실제 로드맵이 그려질 뿐만 아니라, 심사를 마치고 심사위원 중 한분은 내가 아는 누구를 소개해주겠다는 피드백도 받았다. 제품/콘텐츠의 비전, 경쟁력, 차별화포인트 등으로 간결히 이야기하고 예산을 어떻게 사용해서 어떤 결과를 내겠다 로 정리하는 것을 권장한다. 3~4시간동안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똑같이 시장현황만 듣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20여팀중 가장 많이 나온 아이템은 반려견 사업, 플랫폼 사업이었는데 정말 비슷한 산업 현황을 듣고자 하니, 로드맵보다 지원사업을 위해 핫한 아이템만 이야기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원사업이란는 것은 결국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야 맞는것인데, 지금 유행한다고 해서 그들의 아이템이 실제 성공적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는 별로 없을것이다. 지금 해당 아이템이 유행한다고 해도 사업화해서 유동자금을 확보하기 까지 실제 수개월부터 수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역시 초기 자본과 큰 돈이 들어가는 사업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쉽게 용어와 아이템을 남용하는 이들이 많았다. 결국 이러한 사업은 그리 긍정적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길게 봐야한다. 결국 돈은 고객으로부터 벌어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아이템이 지금 시류에 반짝 인기라고 해도 이것이 사업화가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잘 할수 있는 것 중 사업성을 고려해서 목표를 갖고 도전해도 어려운것이 사업이다.
많은 경험을 보유한 도전자와 한 분야에 대해 정통한 도전자중 누가 더 좋은 점수를 받을까. 실제 사업이라면 많은 경험을 한 도전자가 위기상황이나 사업의 난관을 극복할 가능성이 높지만, 지원사업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더욱 해당분야에 정통한지 그리고 개연성이 얼마나 높은지가 중요한 포인트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은 지원사업을 받지 않아도 난관을 극복할수도 있지만,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이는 지원사업으로 운영의 폭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 관련성은 전공자이거나 해당분야에서 오랫동안 경험했거나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러한 전문성을 보유한 지원자에게 보다 더 신뢰가 갔다. 지원사업의 심사위원들은 실제 지원자들과 관련이 전혀 없을뿐더러 평가시 명분을 찾기 때문일 수 있다.
만약 지원사업에 자신이 전문성을 어필할 수 있다면 산전수전에 대한 경험보다 해당 분야에 얼마나 높은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 어필하는것이 더 좋을 것이다.
심사를 마치고 아쉬움에 글을 남기는 이유는 나의 옛 모습이 생각나서이다. 지원사업을 많이 도전하진 않았지만 나 역시 여러가지경험과 사업모델을 갖고 있던 터라 모두다 잘 할 수 있다고 자만했던 것 같다. 그러나 평가자가 되서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기회를 경험해보니 위와 같은 문제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모두 다 금쪽같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열심히 작성했을법한 사업계획서일텐데 이러한 이야기들이 참고가 되어 향후 더 좋은 기회를 찾으면 좋겠다.
미디어자몽 대표 김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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