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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뎅뎅 Dec 16. 2023

눈물 났던 노엘 갤러거 공연

 지난 11월 28일 노엘 갤러거 내한 공연을 다녀왔었다. 본예매는 실패하고 (당시 대기 인원 3만 명이었다. 아저씨 인기 무엇..) 취소표 줍줍해서 두 장 예매했었는데 결론은 혼자 갔다.. 예매할 때까지만 해도 아 그래도 그때 되면 같이 갈 사람 생기지 않을까? 했는데 안 생겼다

 아무튼, 혼자 공연 다니는 건 예전에 잘했었는데 왜인지 나이 먹어가고는 잘 안 가게 된다. 일단 내 취향이 마이너에 가까워 동행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예전에 좋아했던 밴드에 대한 열정도 그만큼 사그라들기도 했다. 공연만 가면 엔돌핀이 팡팡 뿜어져 나와 그 밴드 외의 세상은 암전 되던 사랑과 열정 넘치던 시절도 지났고 행복의 역치는 너무 높아져 버린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무려 노엘이 한국에 내한하신다는데, 앞으로 언제 또 볼 지도 모르는데! 이건 absolutely definitely 가야만 하는 공연이었다.


 일단 장소 대충 읽고 디립다 올림픽 공원에 갔는데, 나는 잠실 실내 체육관은 종합운동장 역에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ㅠㅠ) 다행히 9호선 바로 타고 늦지 않게 종합운동장 역에 도착해서 여유 있게 입장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러한 큰 규모 내한 공연은 처음이다. 1시간이나 스탠딩 석에 서서 기다리는 것 아주 힘들었다.


 정각에 공연이 시작되고 노엘이 나와 본인이 현재 이끄는 밴드인 '하이 플라잉 버즈'의 곡들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사실 하플버의 곡까지는 잘 안 들어봐서 몰랐지만 노엘을 실제로 영접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신기하고 감격 그 자체.. 그런데 나 빼고는 진짜 찐팬들만 모였는지, 스탠딩 관객들은 하이 플라잉 버즈들 곡들도 다 따라 부르고 무슨 응원법도 따로 모의한 것인지 구간 별로 독특한 박자의 박수도 같이 치고.. 대단하더라. 그리고 중간중간 플래시 이벤트도 많이 해줬는데 스탠딩에서 바라보는 광경도 장관이었다.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팬들이 얼마나 노엘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 하는지, 노엘을 향한 마음들이 얼마나 따뜻한지 느껴지기도 해서 괜히 내가 감동.. 노엘이 몇 십 년 간 슈퍼 락스타의 삶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를 향해 좋아하는 마음을 다이렉트로 마구 꽂아주는 순간의 감동은 무뎌질 수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며칠 뒤 영국 팟캐스트에서 한국에서 공연을 하면 본인도 emotional 하게 된다, 진짜 최고다라고 언급하였다..)

 처음 듣는 곡들도 좋았지만 역시 오아시스 곡들을 부를 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Don't look back in anger는 말할 필요도 없고 Live forever 부를 때는 정말 울컥했다.

 나도 참 눈물이 많은 편이지만 공연을 보거나 음악을 듣고 운 적은 없는데 새롭게 느껴지는 감정적 요동이었다. 오아시스를 처음 들었던 고등학생 시절에 접했던 노엘과 지금의 노엘은 외형적으로 그다지 바뀐 것도 없어 보이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노엘의 노래에 그전과는 다른 감정이 더 녹아있는 것 같기도 했고, 그 감정의 원천이 최근 본인의 힘들었던 사생활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관록에 따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서로가 교감하는 공연이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공연 후에도 1주일이 넘게 여운이 가시지 않을 수는 없다..


 오아시스 2집을 사서 주욱 정주행으로 듣던 고등학생 때 나는 시골 구석에서 영국을 가본 적도 없는 애였는데 올해는 런던도 가봤고 한국에서 노엘의 공연도 봤다. 인생은 역시 오래 살고 봐야 해!  Don't look back in anger를 처음 들었던 순간은 아직도 선연하다. 와.. 세상에 이렇게 좋은 곡도 있네 하며 듣기만 해도 행복했었다. 그로부터 약 15년이 지났는데 오아시스의 곡들은 그대로 존재하며 나를 행복하고 순수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노엘도 인터뷰에서 내가 죽어도 오아시스의 곡들은 그대로 남을 거라고 했다. 당연한 명제지만 찌든 세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을 노래가 있다는 건 아주 든든한 것..


 내년에는 리암이랑 화해해서 샴페인 슈퍼노바랑 왓에버까지 불러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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