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심판하는 의식의 비극

나쓰메 소세키 <마음>

by 미셸 오

이 작품은 메이지 시대 말기의 불안한 시대를 배경으로 전통적 윤리와 근대적 개인주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이기심, 죄의식, 고독을 다룬다.


그리고 작품 속 인물인 나와 선생님의 관계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나는 가마쿠라 해변에서 선생님을 만나고 그에게 매료(존경심)되지만 그는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고 어두운 내면을 가진 인물이다.

이때 선생님이 느끼는 불신은 특정 개인의 것이라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다. 그리고 그 회의는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하고 타인을 믿지 못하는 만큼 스스로도 믿지 못한다. <마음>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인물의 분열된 내면의식 즉 스스로를 의심하는 의식의 심연을 가리킨다.

흥미로운 점은 마지막 주인공(선생님)의 자살이 극적인 사건의 연속으로 제시되지 않고 독자가 선생님의 내면을 추적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이야기의 끝에서 벌어지는 유서를 통한 선생님의 과거 고백-

젊은 시절엔 선생님에겐 친구 K가 있었는데 두 사람은 동시에 하숙집 주인의 딸을 사랑하게 되지만 선생님은 친구 K를 배신하고 먼저 청혼하고 결혼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친구K는 절망 끝에 자살하고 이후 선생님은 죄책감과 자기혐오에 시달리며 살아가게 된다-은 타인을 향한 욕망과 그 욕망의 필연적 이기심 사이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자신을 배반할 수 있는 지. 그리고 그 배반을 끝내 견디지 못하는 의식이 어떻게 자신을 죽이는 지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아래 편지는 이전에 독자인 제가 <마음>을 읽고 '작가'에게 혹은 작품 속 '선생님' 에게 쓴 편지글입니다. 그러므로 편지글 속의 저는 작품 속 '나'임과 동시에 독자인 '저'입니다. 그리고 청자인 '선생님'은 작품 속 '선생님'이며 동시에 '작가'이기도 합니다. 즉 편지글로 쓴 서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편지를 읽고 며칠을 생각했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뵙기 위하여 다 죽어가는 아버지조차 외면하고 선생님이 계신 곳으로 달려갔음을 당신을 모르고 가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저에게 이런 속마음을 보이시고 가셨음에, 저를 마음이 통하는 한 사람으로 보아주셨음에 감사합니다.

저는 당신이 남긴 편지를 다 읽은 후 당신의 '내가 결코 버리지 못하는 그 마음'이 진정 무엇이었을까 하는 마음으로 가마쿠라의 바닷가를 찾았답니다.

처음 가마쿠라 바닷가에서 당신을 만났던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미셸 오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1997년 단편소설 <골목>으로 신인상 수상 후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현재는, 고등부 국어와 대입 논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1,93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9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