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롭게 가게하며 살아가는 삶
소상공인, 자영업자도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애덤 스미스는 “소비는 모든 생산의 유일한 목표이자 의미”라고 했고, 존 케인스 역시 “소비는 모든 경제 활동의 유일한 목표이자 대상”이라며 소비 중심의 경제관을 강조했다. 이 생각은 오늘날까지 경제 정책의 근간이 되어 소비를 자극하고 이를 통해 성장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로 살아가는 나에게 이 말은 늘 그닥 와닿지 않는다.
‘정말 소비를 늘리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걸까?’
‘그 안에서 자영업자는 얼마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자주 떠오른다. 나는 소비 중심의 경제 성장보다 자영업자도 여유롭게 일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경제를 꿈꾼다.
시골에서의 작은 실험: 나만의 가게와 삶
도시의 치열한 삶을 떠나 경기도 양평의 작은 마을, 서종면 도장리에 가게를 열었다. 90평의 작은 시골 땅에 60평의 건물을 짓고, 1층은 레스토랑, 2층은 집으로 꾸렸다. 일과 삶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과거, 동네 구멍가게처럼 살림집 한켠에 작은 점방이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가게들이 요즘 시대에 어떤 모습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상상하며 나만의 공간을 설계했다.
이곳에서 나는 요리를 하고, 손님을 맞으며 하루를 보낸다.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삶을 공유한다. 도시에 비하면 유동인구도, 손님도 적다. 그만큼 매출도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천천히, 여유롭게 살아가고자 했던 목표는 이룬 듯하다. 적은 손님이지만 그들과 의미있는 관계를 갖고, 경쟁 대신 상생하는 이웃 사장님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삶을 채운다.
소비 중심 경제가 놓치고 있는 것들
자영업자는 우리 주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2024년 1월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는 565만 명이 넘는다. 가족을 포함하면 약 1,000만 명이 자영업을 통해 생계를 꾸린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인 요즘, 100세까지 살아야하는 시대, 모두가 은퇴 후 경제활동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고, 많은이들이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을 꿈꾼다.
하지만 현재 경제 구조는 자영업자보다 대기업과 플랫폼에 훨씬 유리하다. 시장은 더 낮은 가격, 더 빠른 서비스, 더 편리한 소비를 요구하며, 이는 자영업자에게 끝없는 노동을 강요한다.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는 20~30%의 수수료와 광고비를 감당해야 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밤낮없이 일해야 한다. 하루를 쉬면 매출 손실이 뻔히 보이니 명절이나 공휴일에도 가게 문을 닫기 어렵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취미를 즐기거나, 자신을 돌볼 여유는 점점 사라진다. 그렇게 지쳐가는 몸과 마음을 방치하다 결국 쉬는 날을 만들어 병원을 찾게 된다.
새로운 삶을 꿈꾸며 자영업을 시작했지만, 이런 현실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빠른 속도, 높은 매출, 더 많은 소비를 기준으로 삼는 경제에서는 작고 느린 가게는 점점 밀려난다. 그래서 단순히 소비를 늘리는 것보다 자영업자가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방향
작고, 오래, 여유롭게 지속 가능한 가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경제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가 함께 만들어지길 바란다.
1. 공정한 환경
자영업자가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에 짓눌리지 않고, 노력의 결실을 온전히 보상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지역 화폐, 임대료 조정 같은 정책으로 지역 경제가 순환되도록 돕고, 경쟁에 내몰리지 않도록 구조적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자영업 진입 장벽은 높여(자격 조건, 교육 이수 등) 무분별한 창업을 줄이고, 초기 자영업자의 지원보다 3년 이상 장기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자금 대출, 수익 보전 등)으로 지속 가능성을 높였으면 한다.
2. 쉼이 가능한 구조
자영업자의 휴식이 개인의 재량에만 맡겨지지 않고, 사회적으로 보장되는 분위기와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은 가게 문을 닫으면 수입이 ‘0’이 되기에, 아파도 지쳐도 쉬기 어렵다. 명절이나 공휴일에 가게 문을 닫는 것이 자연스럽고, 쉼에도 매출 걱정 없이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적절한 쉼과 회복이 가능할 때, 건강하고 오래 일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3. 작은 가게의 진짜 가치
자영업자는 단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만 존재 하지 않는다. 동네의 작은 가게들은 지역 주민에게 따뜻함을 나눠줄 수 있는 공간이고 방문객을 불러올 수 있는 얼굴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안부를 나누고, 따뜻한 기운을 받는 곳,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되는 곳, 그 가치를 함께 지키고 응원할 수 있는 정책과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얼마나 많이 팔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따뜻하게 그 자리를 지켰느냐" 가 더욱 존중받는 인식이 필요하다.
경제는 사람을 위한 것
소비가 경제에서 중요하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소비만을 위해 달려가는 구조는 지역 경제를 궁핍하게 만들고, 자영업자의 삶을 소진시킨다. 많은 자영업자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할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책을 읽고, 자신을 돌보며, 나만의 가게를 운영하는 삶. 그런 삶이 가능하다면, 우리의 삶과 지역 경제에 잔잔한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소비 중심 경제를 넘어 사람 중심, 삶의 여유를 위한 경제가 만들어지길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