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대신 눈인사로 시작하는 식당
키오스크 대신 눈인사로 시작하는 주문의 시간
요즘 매장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다 보면, 참 다양한 모습들을 마주합니다.
20대 손님부터 60대 이상의 손님들 까지…
제가 요리하고 있는 레스토랑 브리사에서는 여러 가지 주문 방법을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오픈 처음부터 사용해 온 종이 메뉴판, 사진을 자세히 볼 수 있는 태블릿 그리고 최근에는 QR 코드를 스캔해 직접 주문까지 가능한 모바일 오더도 있습니다.
손님들의 연령에 따라, 또 성향마다 주문 방식은 다 다릅니다. 제가 좀 더 편하자고 주문 방법을 하나로 통일할 생각은 없습니다. 손님들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방법으로 주문을 받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손님이 오시면 메뉴판과 태블릿을 모두 가져다 드리고, 모바일 오더가 가능한 QR코드도 안내해 드립니다.
주문 준비가 된 것 같으면 주문을 받으러 가고 모바일 오더가 들어오게 되면 주문 내용을 확인하며 건네드린 메뉴판들을 다시 가져옵니다. 그때 꼭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합니다.
그 작은 눈인사가 저에게는 고객 서비스의 첫 시작이자, 손님의 취향을 알아가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눈을 마주치며 먹고 싶은 메뉴와 궁금한 점을 묻는 손님,
간략히 주문만 하는 손님, 재방문이기에 익숙하게 주문을 하며 안부를 물어오는 손님,
혹은 눈을 피하고 빠르게 주문을 마치는 손님까지…
그렇게 조금씩 손님의 결을 읽어내고, 그에 맞는 응대가 시작됩니다.
아마도 제가 일하는 곳에는 키오스크가 들어설 일은 없을 겁니다. 로봇이 서빙하거나 요리하는 일도 없을 겁니다. 세상은 점점 빨라지고, 편리해지고, 효율적이 되어가지만 저는 여전히 조금 느린 사람으로서 이 공간에 함께 하고 싶습니다.
일하는 시간이 조금 더 늘고, 몸은 좀 더 피곤하겠지요. 그럼에도 손님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서로의 시간을 기억하고, 함께한 순간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 그날의 분위기와 공기의 온도, 창 밖의 풍경과 날씨, 잔잔한 음악과 음식의 향까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좋은 기억으로 오래 남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것이 제가 꿈꾸는 레스토랑의 모습입니다.
그 바램을 알아봐주시듯 매년 기념일마다 찾아주시는 단골 손님들이 있습니다. 더 오래 기억에 남게 될 식사를 위해 이곳을 찾아주시고, 안부를 묻게 되고, 서로의 시간을 나눕니다.
크리스틴 로젠의 『경험의 멸종』 중 기술 발전으로 사라지는 ‘대면 상호작용의 필요성’ 부분을 읽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 봅니다.
저에게 대면 상호작용이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눈인사로 시작되는 짧은 순간. 그 작은 시간이 쌓여서 제가 일하며 살아가는 이곳이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사람의 온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ps.
오랜만에 브런치 글...
쓰고 싶은 글은 어려워 잘 안써지고,
수술과 회복 이후 오랜만에 다시 오픈 한 레스토랑은
여전히 감사하고 반가운 손님들로 따뜻함이 넘치고,
역시나 글 쓸 시간은 부족해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