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by zena

언제부터 아침을 먹지 않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제는 점심도 거를 때가 많다. 일하면서 밥을 먹는다는 게, 누군가 내가 먹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게 불편하고 힘들다. 저녁 식사라고 다르지 않다. 혼자니까 불편하거나 힘들진 않아도 기쁨이나 온기 없이 메말라 있다. 지친 마음과 쾌락적 허기를 거침없이 쏟아내며 허겁지겁 입에 넣을 뿐이다. 피와 살이 되겠지만 몸 어딘가 깊은 곳에 모르는 무엇으로 남는 건 아닌지 두고두고 걸린다. 배달음식은 먹지 않는다. 애초에 배달 앱도 없다. 그렇지만 건강하게 먹는 건 아니다. 포장을 해와서 먹는 일도 친구와 밥 먹는 일 아니면 거의 없다시피 한다. 그렇다고 건강하게 먹는 건 아니다. 데우면 그만인 레토르트 식품도 싫어한다. 그렇다고 해서 건강하게 먹는 건 아니다. 그저 혼자 먹는 것이다.


식사 약속을 거절하고 쉬는 어느 날 거리를 걸으며 바라본 세상은 먹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가게들은 달랐지만 비슷했고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곳도 텅텅 비어 테이블만 열 맞춰 놓여 있는 곳도 요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점심때가 한참 지난 시간이었으므로 어디든 들어가 배를 채워야 했다. 머릿속이 잠시 멍해지더니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배를 채워야 한다는 게 아니라 배를 채울 수 있을까 하는 것. 나는 카페나 샌드위치 가게 말고 혼자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간 일이 기억하는 한 없다. 그 사실을 마치 처음 알게 된 사람처럼 순간이 낯설고 생경했다. 뜨거운 국물 요리를 먹어도 내 몸 한 군데 데우지 못할 것이다. 어떤 음식도 피와 살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어디로도 들어갈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억지로라도 식사 약속을 하는 게 맞았을까.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내가 그날 어떻게 허기를 달랬는지 기억에 없다. 요즘도 나는 건강하게 먹지 않는다. 그저 혼자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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