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무대에 설 날을 머릿속에 그려보게 되는 이름들
JTBC 예능 프로그램 <투유프로젝트-슈가맨2>를 챙겨보며 2000년대도 어느덧 꽤 과거가 되었음을 느낀다. 포털사이트에서 클립 영상 조회수 130만을 기록한 7공주의 감동적인 컴백 무대와 더불어, 지난 11일 방영분에는 2006년 대학가요제의 스타 '익스(Ex)'가 정말 오랜만에 '잘 부탁드립니다'를 부르며 지난날을 환기했다. 2000년대 학창 시절을 보냈다면 기억할 이름들, 그리고 오래도록 활동이 없어 다시 무대에 설 날을 머릿속에 그려보게 되는 이름들을 모아봤다.
2000년대 초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순정만화 <궁>을 기억할 것이다. <궁>은 광복 후 대한제국의 황실을 복고한 입헌군주국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그려진 로맨스 만화로, 2006년 윤은혜와 주지훈 주연의 MBC 미니시리즈로도 제작돼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드라마를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로 제이(J)와 하울이 달콤한 듀엣을 선보인 삽입곡 'Perhaps love(사랑인가요)'를 빼놓을 수 없다.
2015년 <슈가맨>에 출연해 '어제처럼'을 열창했던 제이와 달리 하울의 행적은 묘연하다. 2005년 발표한 1집 앨범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의 '앵무새'로 이미 많은 사랑을 받은 그는 2008년 2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발표한 이후로는 OST 위주로 활동하다가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 참여하며 오랜만에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궁>을 얘기하니 OST '당신은... 나는 바보입니다'를 불렀던 심태윤(Stay)의 근황도 궁금해진다.
상상밴드의 2005년 데뷔 앨범 <첫 번째 상상>의 타이틀곡은 일상 속 일탈을 재기 있게 노래한 '훌라훌라'였지만 대중은 '피너츠 송'을 더 많이 기억한다. 발랄한 목소리 속에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뼈 있는 메시지를 넣은 이 노래는 보컬 베니(본명 배소민)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통해 은은한 공감을 불러왔다. 베니와 랩 코어 밴드 닥터코어 911의 리더 쇼기(본명 공인석)를 주축으로 한 상상밴드는 호소력 짙은 발라드 '가지마 가지마'로도 인기를 얻었다. KBS 2TV 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2006)와 SBS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2005) 등 드라마 OST에도 활발히 참여했지만 2009년 이후 행보는 묘연하다. 보컬 베니는 2008년 솔로 데뷔한 데 이어 꾸준히 싱글을 발표하면서 활동 중이다. 2017년 MBN 예능 프로그램 <사돈끼리>에서 배우 안용준과의 결혼 생활을 공개하기도 했다.
트로트 스타 태진아의 아들 조성현은 영어 이름 앤드루에 어머니의 성씨를 합쳐 이루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다. '다시 태어나도'로 2000년대 중반 발라드 노선을 택한 이루는 소포모어 앨범의 '까만 안경'이 대히트하며 인기 가수 반열에 올랐고 후속곡 '흰 눈'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3집 '둘이라서' 이후 공익요원으로 입대한 그는 4집을 마지막으로 가수로서 국내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까만 안경'이 의외의 국가 인도네시아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으며 독보적인 한류 스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덕이다. 최근엔 Mnet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1을 통해 탄생한 걸그룹 아이오아이의 데뷔곡 'Dream girls' 작곡에 참여하고, 지난해엔 MBC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에 출연하는 등 나름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04년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한 데이라이트(본명 강연경)는 일본 모던 록 밴드 더 브릴리언트 그린(The Brilliant Green)의 'Angel song'을 번안하여 가요계에 데뷔했다. 배우 정재영, 이나영이 출연한 영화 <아는 여자> OST로 인지도를 얻은 그는 앞서 언급한 이루의 히트곡 '까만 안경'의 피쳐링 가수로도 이름을 알렸다. 이후 싱글 앨범을 여러 장 발표하며 활동을 이어갔지만 2013년 'I'm calling you' 이후 활동이 끊겼다. 독특한 음색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아는 여자'의 멜로디가 더욱 친숙하게 들릴 것이다.
2007년 방영됐던 MBC 오디션 프로그램 <쇼바이벌>은 많은 스타를 낳았다. 일본에서 데뷔하여 한국 활동을 시작한 윤하, 향후 일본에서 한류 열풍을 주도한 걸 그룹 카라, 발라드 트리오 V.O.S와 아카펠라 그룹 스윗소로우, 걸 그룹 스완(Swan)의 멤버였던 홍진영 등 다양한 미래 스타들이 대중에게 낯선 얼굴을 알렸다. 그중에서도 3인조 혼성 그룹 에이트(8eight)의 인기는 아이돌 열풍 속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의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를 표방했던 이들은 'Where is the love'와 유사한 '사랑을 잃고 난 노래하네'로 데뷔하여 '심장이 없어', '잘 가요 내 사랑'의 감성적인 히트곡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2014년 마지막 싱글을 내고 잠정적 해체를 선언했으니 아직은 이르지만, 개별 활동 대신 이현, 주희, 백찬이 함께 무대에 서는 장면을 보고 싶다.
4인조 그룹 루그는 2000년대 남학생들에게 불멸의 노래방 애창곡 '죄'를 선물했다.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버즈의 '겁쟁이'를 작곡한 고석영의 작품인 이 곡은 록 발라드 전성기의 애절한 메시지와 짙은 목소리로 예민한 사춘기 감성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2006년 미니 앨범 < Lug >만을 내놓고 행적이 묘연하던 이들은 2014년 2인조의 더 루그(The Lug)로 컴백해 '바보야'를 발표했다.
2003년 '대한민국 록 콘테스트'와 '동두천 록 페스티벌'에서 입상했던 무서운 십대 밴드 티오(T.O)는 데뷔 앨범 < Another Music World >에서 풋풋한 록 싱글 '발자국'으로 사랑받았다. 데뷔 두 달 전 팬클럽이 창단되는 등 든든한 지지층이 있었고, 발라드와 직선적인 록을 교차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앨범은 넥스트의 김세황, 노바소닉의 김영석이 참여하며 록 씬의 지지도 얻었다. 젊은 감성과 낭만적인 노랫말로 KBS 2TV 드라마 <반올림>에 OST로 수록되는 등 인기를 누렸지만 밴드 활동은 그게 끝이었다. 이후 티오의 보컬 이선일은 2006년 솔로로 나서 'Song for you'를 발표했지만, 그 곡 역시 마지막 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