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이 뉴욕 타임스를 매수한 이유는?

버핏의 마지막 포트폴리오와 에이블 시대의 서막

by 제오니스

버크셔 해서웨이 2025년 4분기 13F 분석

버핏의 마지막 포트폴리오와 에이블 시대의 서막


2025년 4분기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변동 내역을 알 수 있는 13F 공시가 2월 18일 새벽에 공개됐다. 버핏이 60년 동안 지켜왔던 CEO에서 물러나면서 남긴 마지막 기록이자 결과물이다. 동시에 포스트 버핏 시대에 에이블의 이름으로 공개되는 첫 번째 13F 공시이기도 하다. 시장은 이번 공시를 통해 에이블 체제에서 버크셔의 변화를 예견할 수 있는 단서를 찾고 싶어 할 것이다. 버핏이 넘겨준 마지막 유산의 모습은 어떠할까?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매도 등 지속적인 투자 비중 축소 움직임은 계속됐을까? 그리고 새로 매수한 종목은 무엇인지 등 버핏의 마지막 포트폴리오와 에이블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공시 내용을 살펴봤다.


뉴욕 타임스 ‘깜짝’ 편입, 또 다른 통행료 징수에 투자?


이번 2025년 4분기 공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 NYT)의 신규 편입이다. 버크셔는 4분기에 약 507만 주의 뉴욕 타임스 주식을 매수해 3억 5,200만 달러 규모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는 버핏이 2019년에 “신문 산업은 끝났다”고 선언하며 대부분의 미디어 자산을 매각했던 행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매수가 버핏의 결정인지 에이블의 결정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버핏은 1980~90년대 방송과 신문의 전성기에 미디어는 모든 브랜드가 통행료를 내고 지나가야 하는 교량과 같다며 캐피털시티/ABC와 워싱턴 포스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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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nbc.com


현재 뉴욕 타임스는 전통적인 종이 신문 기업에서 글로벌 디지털 구독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성공한 보기 드문 사례다. 2025년 4분기 실적에 따르면 NYT는 해당 분기에만 45만 명의 디지털 전용 구독자를 추가해 총구독자 수가 1,278만 명에 달한다. 만약 뉴욕 타임스의 매수를 버핏이 주도했다면 이는 인쇄 매체의 몰락이 아니라, '뉴스, 요리(Cooking), 게임(Games), 스포츠(The Athletic)'를 결합한 번들 상품의 강력한 가격 결정력과 낮은 이탈률(Churn rate) 같은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 뉴욕 타임스의 강력한 해자에 대한 투자라고 봐야 할 것이다. 실제 버크셔가 NYT 주식을 매입했다고 공개한 이날 NYT 주가는 장외거래에서 4% 상승한 76.99달러를 기록했다.

애플을 IT 기업이 아니라 필수 소비재로 본 것처럼 뉴욕 타임스를 신문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신뢰할 수 있는 정보 구독 플랫폼으로 보았을 것이다. 다시 말해 정치적 양극화와 가짜 뉴스의 범람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는 현대 사회의 새로운 공공재가 되었으며, NYT는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브랜드 해자를 구축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는 버핏의 오랜 투자 철학인 ‘단순하지만 대체 불가능한 비즈니스 모델’과 잘 맞아떨어진다. 또한 디지털 광고 매출이 전년 대비 25% 성장하고 운영 마진이 개선되는 등 수익 구조의 질적 향상이 확인된 시점에서 진입은 에이블 체제에서도 수익성 높은 무형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매도 지속


버크셔는 지난 분기까지 12분기 연속으로 보유 주식을 매도하면서 현금 비중을 늘려왔다. 이런 기조는 이번 분기에도 지속됐다. 25년 4분기 13F 공시를 앞두고 시장의 관심은 버크셔가 애플의 비중을 계속 줄였을지, 줄였다면 얼마나 줄였는지에 쏠렸다. CNBC는 이달 초에 지속적인 애플의 매도 기조가 유지되는 동시에 아멕스(AXP)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아멕스가 애플을 제치고 버크셔 해서웨이 포트폴리오의 왕좌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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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버크셔는 이번 분기에도 애플 비중을 축소했고 애플은 2%도 안 되는 근소한 차이로 왕좌 자리를 유지했다. 버크셔는 25년 4분기에 애플 주식 1,030만 주 약 28억 달러어치를 매도해 비중을 22.6%로 축소했다. 이와 함께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주식도 5,080만 주 약 27억 9천만 달러어치를 매도하면서 비중을 9% 정도 줄였다. 반면 에너지 주식인 셰브런은 8백 여만 주를 추가로 매수해 비중을 늘렸고 아멕스와 코카콜라 주식은 변동이 없었다. 지난 분기에 단번에 10위 자리에 오른 알파벳에 대한 추가 매수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추가 매수는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5개 종목의 변화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기술주와 은행 주에 대한 지속적인 비중 축소와 전통 산업인 에너지에 대한 비중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즉 버핏의 보수적인 가치 투자 원칙이 여전히 반영돼 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 가운데 관심을 끄는 것은 아마존의 지분 축소이다. 버크셔는 아마존의 주식 약 1,000만 주를 18억 달에 매도해 기존의 보유량을 80% 가까이 줄였다. 최근 기술 기업의 과도한 투자 논란과 S&P 대비 지속적으로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다는 측면에서 최근의 애플 매도와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주요 매도/매수 종목을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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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의 ‘아픈 손가락’ 크래프트하인즈 매도 논란


4분기 13F 공시를 앞두고 올해 초에 에이블 체제에서 변화를 예고하는 듯한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버핏의 ‘아픈 손가락“이라고 불리는 크래프트 하인즈의 지분 전량 매각 절차 등록이다. 버크셔는 지난달 20일 SEC 제출한 투자설명서 보충 자료를 통해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버크셔가 보유한 크래프트 하인즈 지분 27.5% 전량을 매도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마쳤다고 고시했다.

버크셔는 2015년에 약 98억 달러를 주고 크래프트 하인즈의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년이 지난 현재 지분 가치는 77억 달러 수준으로 20억 달러 정도의 평가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지분 매도 결정의 계기는 크래프트 하인즈의 기업 분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9월 크래프트 하인즈는 회사를 글로벌 사업과 북미 사업 부분으로 분해 올해 하반기에 독립된 상장사로 나누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버핏과 에이블은 분할 계획이 실망스럽다며 경영진에게 분명한 의견을 표명했었다. 하지만 올해 초까지 크래프트 하인즈 경영진의 분할 계획에 대한 철회가 없자 대주주인 버크셔는 보유지분 전향 매도라는 칼을 빼 들었다. 이 같은 버크셔의 압박과 경고에 크래프트 하인즈는 결국 이달 초에 분할 계획을 중단하겠다며 백기를 들고 투항했다. 버크셔는 성명을 통해 크래프트 하인즈의 경영진이 회사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면서 지지를 표명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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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nbc.com


시장에서는 이를 버크셔 해서웨이의 경영 스타일의 변화를 예고하는 사례로 받아들이고 있다. 버핏은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경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개적인 개입보다는 이사회나 경영진과 대화를 통한 조용한 해결책을 선호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에이블은 크래프트 하인즈의 사례처럼 지분 매각 위협(?) 같은 경고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결정을 끌어냈다. 이는 에이블 체제에서 버크셔 해서웨이는 필요할 경우 버핏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영향력 행사를 통해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마디로 버핏의 경연 불개입 원칙의 변화 가능성을 예고하는 실마리로 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현명한 자본 배분 전문가인 아벨 입장에서는 자산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부채가 많은 종목을 들고 가기보다는, 전량 매각을 통해 확보한 약 80억 달러의 현금을 더 효율적인 곳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했을 수도 있다.


막대한 현금 요새와 에이블의 “코끼리 사냥”


2025년 3분기를 기준으로 기준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현금과 단기 국채 포함) 약 3,820억 달러에 달했다. 여기에 더해 이번 분기에도 버크셔는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에 대한 대규모 매도를 이어갔지만, 대규모 매수는 눈에 띄지 않았다. 이런 행보를 종합해 보면 2025년 말의 버크셔 현금성 자산 규모는 이전 분기보다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에이블이 거대한 현금 요새를 활용해 언제 “코끼리 사냥”에 나설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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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버크셔 해서웨이 공시 자료


이런 막대한 현금은 어디에 어떻게 활용될까? 시장에서는 버크셔에서 에이블의 경력을 고려하면 에너지와 구경제 기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 대한 에이블의 전문성으로 미뤄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BHE)를 통해 AI시대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재생 에너지와 송전망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관련 기업에 대한 인수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 철도나 기타 제조업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지난 코끼리 사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2024년 이후 중단된 자사주 매입의 재개나 배당 도입 가능성도 있다. 특히 버크셔의 주가가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 영역(주가순자산비율 1.2 배 미만)에 가까워질 경우 에이블은 자사주 매입을 재개함으로써 주주 가치를 제고할 것으로 시장은 점치고 있다. 버핏은 배당이 주주들에게 세금 부담만 지우고 자본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조 달러가 넘는 자산 규모에서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쌓여가는 현금은 오히려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갉아먹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이에 따라 에이블 체제에서는 분기별 정기 배당이나 특별 배당을 통해 현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추정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에이블은 버핏처럼 대중을 매료시키는 화술이나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지 않다. 하지만 더 정교하고 구조화된 방식으로 버크셔를 관리할 능력을 갖춘 운영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제 버크셔의 주주들은 버핏의 부재를 아쉬워하기보다 새로운 에이블 체제에서 압도적인 현금 요새와 견고한 에너지 인프라가 만들어낼 새로운 복리의 마법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이 글은 에프앤미디어가 발행하는 웹진 <버핏 클럽>을 위해 작성된 것입니다. 무단 전재를 금합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분기 보고서가 발표될 때 마다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칼럼입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저자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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