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친구 1
은우와 지수는 생활체육 동아리에서 새로 들어온 신입생들을 안내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이 일을 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낯선 사람과 친해지는 건 쉽지 않은 숙제입니다.
지수야, 저기 새로 들어온 사람들 좀 봐. 다들 어색해서 우물쭈물하고 있어.
이제 막 만나서 서로 잘 모르니까 그렇지. 은우, 너랑 내가 동아리에서 처음 만났을 땐 저 사람들보다 훨씬 더 쑥스러워했어. 나도 여전히 낯선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게 쉽지 않고.
사실 나도 그래. 안내하는 일을 맡고 있지만, 여전히 처음 보는 사람은 부담스러워. 내가 신입생일 때만 해도 너한테 말 한마디 못 했잖아. 난 남자끼리여도 처음 보는 사람이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그런데 1년이 지나고 나니까 어느새 너랑 꽤 친해져 있더라고. 다른 사람들도 그냥 시간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모르는 사이’에서 ‘아는 사이’가 되는 걸까?
글쎄, 사람 사이는 시간이 지났다고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야. 학교에서 1~2년 같은 반이어도 반 사람들 전부랑 그냥 다 아는 사이가 되진 않잖아. 얼굴만 알거나 거의 모르는 애들도 꽤 있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런 애들이랑은 서로 무언가를 ‘주고받은 것’이 거의 없었어.
같은 공간에서 꽤 오래 함께 있어도 말 한마디조차 주고받지 않으면 계속 모르는 사이가 될 뿐이구나.
그렇지. 우리는 그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자주 나눴으니까 꽤 친해진 거고.
그런데 뭔가를 주고받는다는 말이 약간 거래 같지 않아? 사람 사이를 거래로 생각하면 좀 삭막한 느낌이 드는데?
주고받는 걸 돈이나 선물로만 생각하면 당연히 그렇게 느껴지지. 그런데 서로 주고받는 건 그런 거 말고도 많아.
뭐가 있는데?
사랑이나 관심, 미움 같은 것도 서로 주고받을 수 있지. 사랑을 주고받으면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미움을 주고받으면 미워하는 사이가 되는 거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아?
그럼 아는 사이가 되려면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을 주고받아야 하는 건가?
얼추 맞는 말이긴 한데, 반만 맞아. 서로 안다는 건 그냥 상대에 대한 정보를 머리로 아는 것도 있지만, 조금씩 친해지면서 마음으로 아는 것도 있거든. 그래서 서로 물어보고 대답을 주고받으며 머리도 마음도 점점 알아가야 비로소 아는 사이가 되는 거지.
으, 역시 그게 문제야. 난 모르는 사람한테 이것저것 묻는 건 거의 불가능해.
처음부터 그런 대화를 하는 건 누구한테나 어려워. 나도 마찬가지야.
그럼 작은 선물이라도 주면서 친해지는 게 나으려나? 음료수나 사탕 같은 거.
선물을 받으면 나에 대한 상대의 좋은 마음을 알게 되니까 아는 사이가 되는 데 도움이 되지. 근데 매번 그럴 순 없잖아. 낯선 사람에게는 작은 선물이라도 주는 게 쉽지 않아.
음, 그럼 간단한 유머를 몇 개 알아둘까?
잘 모르는 사람에게 다짜고짜 유머라니. 그건 더더욱 말이 안 되는 소리야.
그러면 내가 모르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안녕하세요” 같은 인사말 정도야.
바로 그거야. 소개팅처럼 작정하고 만나는 자리가 아니라, 일상적인 상황에선 어색한 사이에 억지로 길게 대화 안 해도 돼. 그땐 그냥 인사말만 주고받아도 충분하지.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든, 내향적인 사람이든 인사말 정도는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
뭐,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지. 그런데 그렇게 간단한 말만 주고받아서 과연 효과가 있을까?
물론 말 잘하고, 분위기 잘 띄우는 사람은 인사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인상을 주고 빨리 친해질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런 재주 없어도 괜찮아. 만날 때마다 인사말만 꾸준히 주고받아도 작지만 관심과 호감을 계속 쌓아갈 수 있으니까. 무엇이든 꾸준히 쌓으면 결국 커지기 마련 아니겠어? 게다가 사람 사이는 천천히 가까워지는 게 서로 부담이 없어서 오히려 더 좋다고 봐.
아는 사이가 되려면 난 뭐 대단한 걸 주고받아야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인사 같은 작은 관심이라도 나누냐 안 나누냐가 훨씬 중요한 거였어. 근데 가끔 인사할 타이밍을 놓치거나, 인사하기 애매한 분위기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해?
딱 맞는 정답은 없지만, 웬만하면 좀 어색해도 그냥 인사하는 게 좋아. 인사가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사이가 좋아지는 데는 효과가 엄청 크거든. 반대로 말하면 인사를 안 해서 이득을 놓치는 게 그만큼 많다는 거야.
그러니까 인사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아니라 ‘하면 이득, 안 하면 손해’라는 거네.
맞아. 당장 큰일이 나는 건 아니지만, 길게 보면 인사 안 하는 쪽이 무조건 손해야.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가족이든 인사만 신경 쓰고 다녀도 나름 괜찮은 사이가 될 수 있어. 엊그제 우리 고모 생일 때 ‘생일 축하해요, 고모’라고 짧게 메시지로 인사했더니, 다음 날 치킨 쿠폰을 보내 주시더라고. 전혀 기대도 안 했는데.
오, 대박이다. 그래서 그 치킨 먹었어?
아직 안 먹었지! 말 나온 김에 우리 고모가 준 쿠폰으로 같이 치킨이나 뜯으러 가자.
‘던바의 수’라는 연구에 따르면, 이름·얼굴만 아는 수준을 넘어서 가까운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의 수는 대략 150명 정도라고 합니다. 80억 명이나 되는 세계 인구에 비하면 0%에 가까운, 아주 적은 숫자입니다. 그렇기에 ‘아는 사이’는 내 인생에서 꽤 중요한 인간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는 사이는 친밀한 관계의 출발점입니다. 흔히 출발점은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곳은 이미 친구가 많거나 연애에 능숙한 사람조차 늘 어려움을 느끼는 단계입니다. 게다가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온전히 나만의 몫이기에 더 막막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우리에겐 ‘인사’라는 가장 쉽고 강력한 도구가 있으니까요. 급하게 친해지려 애쓰기보다, 만날 때마다 가볍게 인사를 건네다 보면 어느새 아는 사이가 됩니다. 인간관계는 ‘언제부터 친해졌지?’ 싶을 만큼, 가랑비에 옷 젖듯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좋습니다.
인사말을 주고받으며 아는 사이가 되었다면, 이제 한 단계 더 가까운 ‘아는 친구’로 나아갈 차례입니다. 그러려면 어떤 말을 주고받아야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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