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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영일 Feb 03. 2022

원격진료 후발주자 '암웰'의 2등 전략은?

버티는 자만이 살아남는 원격진료

Source : Business Insider Intelligence 2018


2021년 미국 원격진료 시장 점유율은 텔레닥 13.5%, 닥터스온디맨드 3.2%, 암웰 3.0%, MD라이브 1.5% 등으로 1강 2중 다약의 구도지만 사실상 아직은 원격진료의 춘추전국시대라 할 수 있다. 이들 중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업체는 텔라닥과 암웰 단 두곳이다. 지난번 알아본 텔라닥의 업계를 선도하는 전략도 재미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급속도로 성장하는 분야에서 암웰과 같은 후발 주자의 전략이 더 궁금하기도 하고, 때로 신선하게 다가오는 점도 많기 때문에 좀더 관심있게 바라보고 있다.


역시 하락세인 암웰의 주가


현재 암웰의 시총은 11억불 정도로 선두 텔라닥의 1/10 수준. 2020년 상장 이후 주가가 35불까지 치솟았던 영광의 순간이 있었지만 텔라닥과 같은 이유로 계속 하락하면서 올해 들어 5불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암웰은 이런 상황속에서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형님이 대머리라고 해서 동생도 대머리는 아닙니다


암웰은 이스라엘 출신의 형제가 설립했다. 암웰을 설립하기 전 이스라엘 의대를 졸업한 형제는 1996년부터 의료관리 솔루션과 환자가 의료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을 시작했는데, IT업계 활황을 타고 2005년 회사를 미국의 TriZetto Group에 옵션 포함 1억불에 매각한다. 의료전산화를 넘어 환자중심 의료서비스에 대한 선구안이 있었던 것이다. 이후 곧바로 2006년에는 아메리칸웰을 설립하면서 역시 재빠르게 원격진료시장에 도전했고, 50대 중반의 두 형제는 아직까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기존 로고와 리뉴얼 로고. 글로벌로 나아가려면 지역특색은 빼는걸로



아메리칸웰은 시리즈투자를 계속 늘려가면서 Avizia, Aligned Telehealth와 같은 지역기반 원격진료서비스를 인수해가면서 생태를 확장했는데, 역시 화룡점정은 증시 상장 스토리다. 2020년 당시 선두업체 텔라닥은 만성질환케어 플랫폼 리봉고인수에 186억불이라는 헬스케어 역대급 빅딜을 완성해내고 코로나 특수에 겹쳐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아메리칸웰 역시 코로나 특수를 맞아 암웰(Amwell)로 리브랜딩을 하고 증시 상장을 위해 2억불 펀딩을 완료했지만 뭔가 한방이 부족한 상황. 이때 구글이 나타나 공모가로 1억불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암웰은 성공적으로 증시에 상장하게 된다. 구글은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에서 아마존의 AWS, 마이크로소프트의 Azure에 밀려 신규고객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었고 결국 고객을 사버리는 구글다운 결정을 하게 되었다.


구글이니까 1200억원 정도는 저렴한 느낌



이렇게 구글까지 원격진료시장에 참전하게 만든 암웰의 성장 전략은 다음과 같다.


- 고객차별화

- 글로벌 정신과 진료 특화


암웰은 텔라닥과 다른길을 간다. 텔라닥은 기업들의 의료비 절감에 포커스를 맞추고 기업구독서비스를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암웰은 병원과 보험사에 플랫폼을 제공하고 그 사이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일반 기업이 아닌 병원과 보험사가 암웰의 고객인 것이다. 외형적으로 볼 때 어느 방향으로 가던지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볼 수 있겠지만 돈을 누가 주는가에 따라 차별점이 발생한다. 기업, 환자들의 편의성과 의료진, 기존의료서비스의 편의성이 충돌하게 될 때 암웰과 텔라닥은 서로 다른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원격진료라는 급격한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견고한 기존시스템을 전환시키려면 기존 시스템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암웰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실제 암웰은 병원에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의료장비를 연결해서 간단한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했는데 이 역시 환자보다 병원에 친화적인 서비스라 할 수 있다. 현재 키오스크 서비스는 종료되었지만 이러한 노력이 병원과의 밀접성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고 계속해서 병원친화적 장비들을 출시하고 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유나이티드헬스의 사례도 이러한 맥락에서 의미가 있는데 다음에 리뷰해 보도록 하겠다.


간단한 진료는 진료실까지 안오셔도 되는데 병원 복도까지는 오셔야... 지금은 회진용으로 쓸 수 있는 오른쪽 버전으로 출시


암웰은 또한 기업 쇼핑에서도 정신과에 특화된 지역기반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는데, 최근 영국의 정신건강 플랫폼인 Silver Cloud Health와 또한 영국의 원격진료 업체인 Conversa Health를 총 3억2천만불에 인수하는 것을 발표했다. 텔라닥 역시 글로벌 생태 확장에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자궁에서 무덤까지’라는 텔라닥만의 유니버스를 형성하고 있지만 암웰은 지역적 특색과 정신건강이라는 컨셉에 맞추어 보다 좁고 깊게 파보겠다는 전략이다. 텔라닥과의 소송에서 패배로 활동 범위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비밀.


자꾸 암웰을 텔라닥에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자본의 차이가 큰 만큼 텔라닥처럼 팍팍 밀어붙이기 보다는 내실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재무재표 상 -21%라는 순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마진율은 33% 증가했고 현금보유량도 8억불 정도로 헛발질만 안한다면 향후 몇 년간 버티기는 문제없다. 서학개미 분들께서 많이 들어간 종목이기도 한데 최근 하락세로 씁쓸한 상황이다. 원격진료 분야는 상위 몇몇 업체가 쓸어 담는 구도가 나오기 쉽다는 점에서 좋은 결과가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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