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

미안해, 소시지빵.

by 수내

*

난 마치 퍼석한 낙엽을 닮았어

먼 눈 세상과 난 어울리지 않는걸

너는 나를 살포시 둔 거잖아

어울리지 않아도 너의 기호인걸

한여름에 동그란 얼음을 좋아한 너였잖아

오늘의 내가 그날보다 따뜻했다면

너는 나를 이번에는 챙겨줄 거야?

미안해 나는 들었어

너는 호밀빵을 먹어야 한담서

너는 나랑 왜 친해진 거야?

그날 너는 호밀빵과 나를 담았지

나는 호밀빵도 그저 담기기만 했다고 믿었어

내가 본 호밀빵과의 마지막 기억도 그때였을까?

너덕에 나는 많은 추억을 나눴어

나보다

강렬한 딸기잼

부드러운 마요네즈

끈질긴 땅콩버터

나보다도 먼저 있었는데

나보다도 나중에 나가려나 봐

그날의 나보다 더 나다운 건 없었어

너도 그날 나를 봐서 알잖아

호밀빵보다도 나를 먼저 집어 들었잖아

추위에 뻣뻣하게 굳어간 몸이었는데,

너와의 기억조차 증발한 듯 희미했는데.

그 추억만은 뜨거운 채로 고이 보관해 놓은 거야?

내 짧은 생의

삶방울이 흘러내렸어

내가 만약 그때처럼 뜨거웠다면

오븐에 들어가 심호흡할 시간을 5분만 주었더라면

그 마요네즈와 힘을 합쳤더라면

나는 너와 이번만큼은 동행할 수 있었을까?

나의 조각과 마주쳤을 때

그것과 멀어진 채 이 추운 날을 다시 보내야 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어

따뜻한 공간에서 다시 식어갈 때 흘린 땀이

오히려 날 더 어지럽혔어

참담한 이 공간에 갇힌다면

어쩌면

딸기잼보다

마요네즈보다

땅콩버터보다

내가 더 늦게 소진되면 어쩌지?

내 더러워진 치장을 벗어나야지만이

내 화장을 완벽히 고쳐야만이

그래야지만 너는 나랑 함께할 수 있는 거야?

내가 더 달콤해진다면

내가 더 짭조름해진다면

그땐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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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다운 너의 모습은

아무리 마들렌이 설탕 코팅으로 홀리려고 하더라도

아무리 소금빵이 넓은 소금 조각을 반짝여도

눈에 들어오지 않게 만들었어

나는 네가 누군가를 기다리다 풀이 죽어 눅눅해져도,

조급한 마음에 빨강 노랑 화장을 미처 제대로 못 하여도

그런데 말이야, 나는 상관없거든

너답지 않더라도

나만큼은 너를 그대로 부를 거거든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거든

원래 나같은 것들은 이성적인 기준만으로는 판단이 안 되는 묘한 것들이거든

나는 너를 오래오래 보고 싶어

내 몸 감각 모두 하나하나가 간절해

우리 잠시 보고 말기가 되기엔 서로 아쉽지 않겠어?

나는 오늘도 호밀빵을 먹었어

참 뻑뻑한 식감은 지금도 낯설단 말이야

익숙해지지 않아 (익숙해져야지 어쩌겠어)

만일 호밀빵이 너와 같은 식감이었다면

너와 같은 색감이었다면

나는 매일 호밀빵만 찾을 지도 몰라

그런데 말이야

나는 네가 호밀빵을 시기하지 않았으면 해

너와 내가 의무로 남기엔 우리 열심히 쉴 일이 많아

너다운 너

너가 개성을 담뿍 펼칠 때가 싫다면 거짓말이지

그런데 네가 풀이 죽어서

네가 습기를 축 머금고 눅눅해지면

내가 너를 오븐에 넣으면 어때?

내가 너를 위로해도 괜찮아?

내가 너의 존재를 선명하게 도와줄 수 있어서 고마워

미안해

내가 너를 자주 본다면 말이야

우리 행복만을 공유했는데

우리 서로 원망을 나눌 수도 있나 봐

나는 너와 있기에

속상하기보다

같이 나눌 기쁨에 더욱 풍족해졌음 해

해가 갈수록 노랗게 무르익어가길 바라구

긴 겨울과 짧은 봄만을 가혹하게 순환하게 한 나라 미안해

어쩌면 또 다른 너를 만날 때

너무 보고 싶어서 차마 잡지 못할 수도 있어

우리 다른 차원에서는

보고 싶을 때 보고

잡고 싶을 때 잡았으면 해

이런 세계에서 너를 애정한 나라 미안해

짧은 봄이라 깊은 향기를,

추운 겨울이라 어두울 상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