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감디자인단과 치안리빙랩의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박영심 디자인씽커
오늘날 도시의 안전 문제는 단순히 범죄 예방의 차원을 넘어, 시민의 생활 질과 직결되는 중요한 공공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공공서비스의 방향은 관(官) 중심에서 시민 참여형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공공디자인 분야에서는 시민 참여와 디자인적 해법이 결합되면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시민공감디자인단과 치안리빙랩이다. 두 모델은 시민 주도의 공공디자인 혁신 사례로 발전하고 있지만,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단순한 참여를 넘어 전문가의 이니셔티브와 소프트웨어적 시스템의 내실화가 함께 자리 잡아야 한다.
시민공감디자인단은 공공디자인 정책에서 시민이 직접 참여해 문제를 발굴하고 개선안을 제시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노후화된 통학로에 색채 유도선을 설치하거나, 공원 내 어두운 구역을 밝히는 조명을 시민이 제안하는 방식이다.부산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시민공감디자인단이 공공공간의 문제를 찾아내고 행정에 정책 개선을 건의하는 사례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공공디자인의 민주적 실현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산, 대전 등에서 시행된 치안리빙랩은 어두운 골목길 조명 개선, 안전 표지판 디자인, 스마트 방범 시스템 설치 등 다각적 접근으로 안전 체감도를 높이는 실질적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주민들이 직접 조사, 설계, 모니터링까지 참여한 점은 시민의 주체적 참여 모델로 평가받을 만하다.
시민 참여와 시스템 구축의 결합된 해외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 스웨덴 '세이프 시티 프로젝트' ]
스톡홀름시는 단순히 스마트 가로등과 CCTV를 설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거주민과 공동체 단위로 ‘안전지도 만들기’를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는 참여 주민 수가 늘어날수록 범죄율이 15% 이상 감소하는 성과를 기록하며, 시민 참여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 핀란드 헬싱키 리빙랩 ]
헬싱키의 주거단지에서는 스마트 조명과 함께 ‘시민 체감 안전 설문’을 상시 운영해 환경개선의 우선순위를 시민 의견으로 도출했다. 이 시스템은 정책 결정의 속도를 높이고, 시민의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창출했다.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Safe Streets' 프로그램 ]
시민들이 모바일 앱을 통해 불안 장소를 실시간으로 신고하면, 도시계획팀과 경찰이 신속히 현장을 점검하고 디자인·치안 개선안을 실행한다. 시민이 단순한 ‘발견자’가 아니라 적극적 문제 해결자로 성장하는 구조가 특징이다.
[ 일본 '마치즈쿠리(まちづくり)' 운동 ]
주민 주도의 도시 재생 프로그램에서 범죄 예방 디자인을 중점 과제로 삼고 있으며, 주민들은 골목길 디자인, 가로등 조정, 벽화 제작 등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는 마을 전체의 안전 문화를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시민 참여가 공공디자인의 핵심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과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주도적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시민의 문제 인식을 구체화하고, 기술적·법적 타당성을 확보하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전문가의 이니셔티브 없이는 시민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전환되기 어렵다.
또한 하드웨어적 성과(예: CCTV 설치, 조명 개선)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 진정한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적 시스템, 즉 유지 관리 체계, 지속적 교육 프로그램, 모니터링 시스템, 협업 네트워크의 정례화 등을 통해 이뤄진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고무적이지만, 향후 정책은 단순히 새로운 트렌드나 해외 사례를 '따라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민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은 거창한 혁신이 아니라,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안전과 지속 가능성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전략을 우선해야 한다.
- 시민이 꾸준히 스스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구조적 장치 마련
-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기존 성과를 유지·보완할 수 있는 예산 확보
- 성과의 데이터화를 통해 시민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정책에 반영
무엇보다 정책의 본질은 성과를 관리·지속하는 관심과 책임에서 비롯된다. 부산 치안리빙랩 사업이 벌써 10년이 넘었다는 사실은 시민을 위한 노력의 큰 기록이다. 경찰과 행정기관은 단기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축적된 성과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시민들의 새로운 요구사항이 있겠지만 기존의 좋은 방향들을 계속 관리할 수 있는 예산도 충분히 확보되어야한다. 결국 사람이 움직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시민공감디자인단과 치안리빙랩은 공공디자인과 치안정책의 접점에서 시민 주도의 미래를 열고 있다. 이 모델은 시설적인 보이는 디자인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으로 작동하는 서비스 디자인임을 입증해왔다.
앞으로의 도시는 안전이라는 하드웨어와 공감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공간이어야 하며, 그 출발점은 시민 개개인의 작은 관심과 실천, 그리고 전문가의 주도적 설계와 체계적 관리에서 비롯된다.
지난주, 2025 부산 시민공감디자인단이 출범했다. 자치경찰 치안리빙랩의 서비스디자인 퍼실리테이터로서 앞으로의 과제를 이끌어 나간다. 시민으로부터 제기된 문제가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솔루션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대한다.
이제는 보여주기식 새 정책보다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꾸준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중심이 되어야 하며,
성과의 지속성을 위한 올바른 투자와 관심이 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자리 잡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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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https://safe-cities.eu/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