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상하다
얼마 전, 나는 용기를 내어 오디션장에 섰다.
그 무대의 이름은 다름 아닌 전국노래자랑.
어릴 적 일요일 낮마다 가족들과 TV앞에 모여 보던 그 프로그램 속 무대였다.
내 손으로 신청했지만, 약 320명 중 1차 예선을 통과하여 75명, 2차 예선에서 15명을 뽑는데,
본선진출자에 선발되어 TV에 나온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요.
사실 지원서를 넣을 때부터 망설였다.
' 이 나이에 내가 무슨 노래냐.'
' 괜히 창피만 당하는 거 아닐까.'
'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늘 그렇듯 고민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이상하다.
고민 끝에 결국 나는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녹화하는 그 짧은 시간,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화장실 거울 앞에 서 있던 꼬마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칫솔과 두루마리 심지를 마이크 삼아 목청껏 부르던 그때의 모습이.
내 인생은 늘 이런 식이었다.
망설이고, 주저하다가도, 결국 무대 앞에 서는 사람.
성악의 길을 포기한 뒤에도, 디자인을 하면서도, 강의실에서도 나는 늘 다른 모습의 무대를 만나왔다.
전국노래자랑의 무대는 평범한 일상의 노래 경연이 아니었다.
놓쳐버렸다고 생각했던 꿈이 사실은 다른 모습으로,
30년이 지난 올해 여전히 내 안에 살아있다는 걸 알려주는 무대였다.
아직 다 이야기하진 않겠다.
(본방 사수 해주실 거죠? 제가 비밀로 하려다 용기 내어 새로운 브런치북까지 만들었습니다^^;;)
이 책 속에서 내가 어떤 무대를 지나왔고, 어떤 고민 끝에 여기까지 왔는지를 하나씩 나누려 한다.
다만 분명한 건 하나다.
고민은 나를 괴롭히지만,
결국엔 무대 앞으로 다시 걸어가게 만든다는 것.
꿈을 꾸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