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대웅 작가님 '글쓰기 세미나' 2기 참여 후기
배대웅 작가님 '글쓰기 세미나' 2기 참여 후기입니다.
2024년 7월, 드디어 글을 써 보기로 마음을 굳히고 브런치 스토리 승인까지 받았습니다. 블로그든 카페든 언젠가는 나만의 아카이브를 만들어야겠다고 늘 생각해 왔지만, 게으름과 분명하지 않은 목표 사이에서 꾸준함을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SNS도 거의 하지 않고, 브런치 스토리도 그저 곁눈으로만 보다가 어느 순간 집중해 보기로 마음먹은 것이지요. 전공 분야나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반드시 해내려는 편이지만, 글쓰기는 또 다른 세계였습니다. 마음과 실력은 늘 반비례하는 것 같아 배움만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굳었지만 막막함이 먼저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매일 ‘오늘은 꼭 글을 발행하자’라고 로봇처럼 다짐했지만 지키지 못한 날도 많았지요. 브런치에서는 독자의 반응을 보며 글쓰기 스타일을 찾아가라는 조언이 있었지만, 멘토 없이 혼자서 막연하게 글을 쓰던 중 베스트셀러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라는 책을 만났고 알러뷰 소위작가님의 글쓰기에 참여 후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글을 잘 쓰는 분도 끊임없이 공부를 하는구나. 왜 나는 그걸 몰랐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 2기가 열리면 꼭 참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마음의 색, 일상 색에 대한 글, 빛과 색이라는 과학적 세계를 평소 다루면서도 정작 과학과는 멀어져 있었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습니다.(이화여대 색채연구소에서 자격과정을 공부할 때 정말 과학, 화학, 심리학 교수님들께 배웠지요) <최소한의 과학공부>의 저자이신 유명한 배대웅 작가님을 통해 알게 되었기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무조건 믿고 따라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배대웅 작가님을 구독했고, 공지가 뜨자마자 주저 없이 신청했습니다. 게다가 수업이 ‘줌’으로 진행된다는 소식은 더 반가웠습니다. 전국 아니 전세계에서 모여드는 브런치 생태계 안에서 괜스레 지방 사람이라는 소외감을 느낀 적도 있었거든요. 오프라인이 아니라 아쉽긴 했지만, 비슷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고민과 꿈을 나누는 시간은 그 자체로 너무 값졌습니다. 아호파파 작가님은 저멀리 일본에서 호스트로 참여해 주시어 고맙게도 모두 편하게 주경야독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1년 전까지 디자인 박사 워킹맘 4명이 함께하는 독서모임을 운영해 왔습니다. 워킹맘들은 시간이 없기에 밤 12시부터 2시, 또는 새벽 5시부터 6시 30분까지 매주 시간을 맞춰 공부했습니다. 그러다 멤버 중 한 분이 지방 출장이 잦아 잠시 멈춘 상태였지요. 어쩌면 그래서인지 이번 글쓰기 세미나가 더욱 그리웠고 설렜는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도 디자인 도서를 깊이 읽고 의견을 나누던 예전 모임과 달리, 이번 수업은 ‘글쓰기’라는 전혀 다른 영역에서, 각기 다른 전공과 다른 방식의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기에 더욱 특별했습니다.
(1강) 나의 글쓰기 철학은 무엇인가?
‘잘 쓰는 법’을 배우러 들어갔다가, 마치고 나올 때는 뜻밖에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품게 되었다. 글쓰기가 문장을 다듬는 기술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깊이 연결된 철학적 행위라는 점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순간 우리는 매번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무엇을 말할지, 어떤 흐름으로 펼칠지, 어떤 단어를 선택할지. 그리고 그 모든 선택에는 결국 ‘나’라는 사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관찰을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해석하는지가 단어 사이사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래서 글쓰기의 철학은 곧 ‘나를 이해하는 과정’과 이어져 있었다.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고, 삶을 자신의 언어로 해석하는 작은 하루들이 쌓여 글이 된다.” 이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글쓰기 철학은 표현을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바꾸는 일이라는 설명이 머릿속에서 천천히 울렸다. 어쩌면 뻔하겠지만 가장 마음을 흔든 문장은 “글은 나를 위한 것”이라는 조언이었다. 독자를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라, 글의 출발점이 타인이 아니라 ‘나의 진짜 목소리’여야 한다는 의미였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문장은 쉽게 흔들리지만, 나에서 시작한 문장은 단단하다. 내 안에서 충분히 숙성된 문장은, 누가 읽어도 자연스럽게 설득력을 얻는다는 이야기였다. 그 설명이 내 글쓰기의 중심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바꾸어 놓았다.
(2강) 나의 글쓰기의 태도는 어떠한가?
글쓰기를 하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 책 수집을 좋아하는 나는 자연스럽게 책장을 채워 왔다. 디자인 서적뿐 아니라 지적 호기심을 채워 주는 철학서와 교양서도 많다. 그런데 정작 내가 가장 즐겁게 읽는 책은 에세이다. 2~3시간이면 가볍게 읽히는 책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책들은 소장하지 않는다. 빠르게 읽고 마음이 움직였음에도, 책장에 오래 두지 않는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도 ‘재미있게 읽는 글’과 ‘내가 쓰고 있는 글’ 사이의 괴리가 늘 존재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경험을 담아 쓰고 있지만, 어딘가에서 자꾸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욕심이 글 사이사이에 묻어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다. 그 깨달음이 자연스레 글쓰기 기술보다 글쓰기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강의에서는 이를 ‘통일성’이라고 했다. 이 단어가 머릿속에서 오래 울렸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문장 하나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가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한 구조를 세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강의를 들으며 내 글쓰기를 돌아보니, 나는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글의 방향을 틀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다른 시선, 새로운 페르소나, 색다른 관점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보여주기식’ 글쓰기는 오래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멈춰 선다. 흐름이 흔들리고, 마지막에는 내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흐릿해져 버린다. 앞으로는 문장의 화려함보다 메시지의 명료함을, 글의 속도보다 방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글을 쓰고 싶다. 첫 문장은 독자를 초대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문장은 독자의 마음 한편에 조용히 남는 여운으로 머무는 글을.
(3강) 마음에서 출발하는 글
최근 글을 쓰면서 자주 멈추고, 고치고, 다시 돌아가고, 때로는 아예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나는 그 이유가 문장을 몰라서 막히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사실은 마음이 흔들려서 멈춰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신데렐라처럼 자정 전에 한 편을 써야 한다며 안달을 떨던 날들이 많았다. 그러다 포기하는 날에는 글쓰기의 시간 자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글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나는 글을 쓸 때 항상 먼저 생각했다. 독자가 좋아할까? 이 방향이 맞는 걸까? 하지만 강의에서는 글의 출발점은 언제나 나 자신의 흥미, 나의 고민, 나의 문제의식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가는 과정. 그것이 글쓰기라는 설명이 마음을 깊게 흔들었다.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떤 온 더록에도 철학이 있다”는 문장이 소개되었을 때, 그 말이 왜 글쓰기와 닮아 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되었다. 매일 쌓아 올린 아주 작은 반복이 결국 나만의 철학을 만든다는 것. 글쓰기에서도 하루 한 줄, 때로는 실패한 문장이라도, 그 시간이 겹겹이 쌓여 나만의 문체와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말이 큰 위로가 되었다.
나는 글을 충분히 잘 쓰지 못한다고 자책하던 순간이 많았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이런 마음이 들었다. ‘아, 괜찮구나. 그저 계속 쓰면 된다.’ 또 하나 오래 남은 문장은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은 익숙해지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나는 요즘 글을 의무처럼 느끼는 때가 많았다. 하지만 강의를 들은 후, 글을 쓰며 얻는 조용한 기쁨,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정확히 표현했을 때의 그 진한 만족감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글을 쓰는 이유가 누군가의 박수나 출간, 화려한 성과가 아니라, 그저 나를 표현하는 순수한 즐거움이라는 사실.
그 단순하고 중요한 진실을 다시 확인한 시간이었다.
(4강) 퇴고의 중요성
글이 실제로 하나의 결과물로 완성되기까지 어떤 설계와 판단의 연속을 거쳐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강의에서 강조된 말처럼, 글쓰기는 정말 ‘결정의 연속’이었다. 무엇을 쓰고, 무엇을 빼고, 어떤 순서로 펼칠지, 어떤 문장을 선택할지 이 모든 결정들이 글의 품질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짧을 수 있는 문장은 짧게, 없어도 되는 단어는 과감히 제거하고, 어조와 시제를 끝까지 일관되게 지키는 것. 이 세밀한 작업이야말로 글의 마지막 10%를 빛나게 하는 과정이라는 말을 듣고, 앞으로는 퇴고의 시간을 훨씬 더 존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강의 후반에서 ‘진부함과의 투쟁’이라는 표현이 나왔을 때, 나는 마치 내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가끔 글을 쓰다 보면 이미 어딘가에서 본 듯한 문장을 따라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런데 강의에서 말했듯, 진부함을 벗어나려면 결국 독서와 사유의 깊이, 그리고 나만의 경험에서 길어 올린 언어가 필요하다. 새로운 표현은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쌓인 생각과 읽기, 그리고 삶의 껍데기들을 벗겨낸 끝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퇴고에 대한 설명은 나에게 작은 충격이자 큰 배움이었다.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적을 받으면 어떤 방향으로든 반드시 고친다”라고 말한 구절이 크게 와닿았다. 완벽하다고 믿었던 문장도 다시 보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비판이 불편해도 그 속에 반드시 ‘걸리는 부분’이 있다는 믿음. 이 태도야말로 글을 진짜로 성장시키는 힘이라는 것을 느꼈다. 강의를 듣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는 결국 ‘내 생각을 세상 밖으로 옮겨 놓는 공사 과정’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설계를 잘해야 하고, 구조를 튼튼하게 세워야 하며, 마무리 손질을 섬세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는 인내와 성찰, 그리고 나를 계속 돌아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10월 17일을 시작으로 11월 14일까지 이어진 네 번의 세미나는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습니다. 모두 각자의 일이 있고, 관심과 열정이 없다면 모이기 어려운 자리였음에도, 무료로 솔선수범해 이끌어 주신 배대웅 작가님께 깊은 감사를 다시 한번 전합니다.
10편이 넘는 컬러에 관한 브런치북을 쓰면서, 사실 가장 크게 남은 질문은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었습니다. 그 고민 자체를 글로 풀어내기도 했지만, 막상 퇴고를 하려니 두려움이 산처럼 쌓여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초고는 ‘나의 언어’이지만, 퇴고는 그 언어를 한 번 내려놓는 과정이라는 말이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고쳐 쓰는 순간에 성장이 일어난다는 설명도 오래 남았습니다. 퇴고는 단순한 수정이 아니라, 나를 더 정확히 마주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이 새삼 느껴졌습니다. 학위 논문 쓸 때의 퇴고과정이 생각나면서 두려워지기도 했습니다만 그 말을 듣고 나니 ‘이제부터가 다시 시작이구나’라는 마음이 조용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문장이 아니라, 나만의 언어로, 나의 시선으로, 내가 바라본 세계를 담는 글. 앞으로는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배대웅 작가님께서 준비해 주신 발제문은 책을 잘 읽지 못하는 저에게 매우 뜻깊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편식할 수 없는, 넓은 세계를 건네주는 귀한 선물 같았습니다. 특히 함께 의견을 나누어 주신 작가님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을 만큼 귀했습니다. 백수광부님께서 저를 보고 “AI처럼 앉아있다”라고 하셨던 기억처럼, 그 순간 저는 그저 집중해서 듣고 또 듣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글쓰기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또 다른 작가님들과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참여한 작가님들의 귀한 글을 함께 읽고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은 제게 큰 행복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또 순회하며 배우고 성장하도록 하겠습니다.
배대웅작가님의 저서 2권 / 소위작가님의 저서 / 리인작가님의 저서 소개합니다^^
함께 주경야독하신 작가님들 브런치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