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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다움 May 09. 2022

재밌는 일하고 매일야근 VS 재미없는 일하고 매일칼퇴

재미있는 일하고 매일 야근하기 VS 재미없는 일하고 매일 칼퇴하기. 여러분의 답은 무엇인가요? 





오후 6  '근무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팝업창이 떴다. 여기저기서  챙기는 소리가 들린다. 퇴근시간이 되었는데도 나는 연연하지 않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을 계속 이어간다. 다음  업로드  콘텐츠를 기획하고, 브랜드사 컨택하는 일이 남았기 때문이다. '나는   시간에 일을 끝내지 못했나'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려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야근하게 만들었는가' 이내 질문을 바꿔 생각해본다



1. 우선, 마케팅은 빨리빨리 처리하기 어려운 업무가 많다. 기획, 구상, 아이데이션, 자료조사가 주를 이루는 마케팅 업무는 손이 빠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매순간 창의적이어야 하는 일이다.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의견을 말하고, 설득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깊이'도 필요하고 '기발함'도 요구된다. 업무시간 중 내가 머리를 쓸 수 있는 시간을 늘리던가, 업무시간 자체를 늘리던가 둘 중에 하나는 해야한다. 머리를 굴리는 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야근하는 게 더 쉬운 방법이라 그쪽을 더 자주 택하게 된다.


2. 잘 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원했던 일이고 좋아하는 일이라, 나 스스로도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와야 직성이 풀린다. '이만하면 됐지' 보다 '더 좋은 거 없을까?'를 계속 고민하다보니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잘 해야 한다. 회사에서 두터운 신임을 받는 우리 팀장님은 매우 꼼꼼하고, 철저하고, 논리적이다. 그런 팀장님을 설득하기하기까지, 나 스스로도 많은 관문을 거쳐야 한다. 그런 팀장님이 가꿔온 이 팀은, 일 잘하는 사람들만 모아놓은 듯 하다. 나도 잘 팔로우업 하기 위해 내 시간을 더 써야 한다.


3. 1인분의 업무량 자체가 많다. 이건 회사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 회사의 마케터들은 인당 R&R이 2개 이상이다. 나만해도 OOH(옥외광고), SNS이벤트, 인플루언서마케팅 등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싸이월드 브랜드 미니홈피 운영도 맡게 되었다. 포트폴리오 쌓는 데는 유리하지만 워라밸에는 불리하다. 





이렇듯 덕업일치에 대한 회의감과 짜릿함을 번갈아가며 경험하는 중이다어쨌든 원하는 일을 하겠다고 이전 팀을 탈출하다시피 해서  지금의 마케팅 부서는일이 재밌고 때로는 출근이 기다려지기도 하는 기이한 경험 한다드디어  능력치를 발현하는구나 하며 그동안 발밑에 있던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중이긴 하다만계속되는 야근에 어느 순간부터 나의 저녁은 사라졌고 퇴근 후에는 간신히 수면시간만 보장되었다퇴근  즐기던 나의 소소한 개인적 재미 따위는 사치가 되었고마음의 여유는 사라져갔다.


이전 팀에선 재미없는 일하고 매일 칼퇴했는데저녁이 보장된 삶이었기에 재미있는  퇴근 후에 맘껏 했다시간적 여유는 심적 여유와 직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나라는 사람의 쓸모에 대한 회의감을 너무 자주 느꼈다그건 자존감과 직결되어 있었다. 


마음의 여유, 그리고 자존감을 동시에 가질 순 없는 걸까. 그러니까 좋아하는 일을 잘 하며 매일 칼퇴할 수는 없는 걸까. 잘 하고 싶은 마음을 조금 포기하면 해결될 일일까. 하지만 그것도 썩 내키는 방법도 아니다. 혹은 잘하고 싶은 마음을 더욱 품으면 해결될 일일까. 하지만 그것은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함부로 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지 못하는 이유를 덧붙이자면, 과몰입에 취약한 나 스스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이때가 기회다'라는 생각으로 단거리달리기 모드로 사는 것보다, '느려도 괜찮아. 그냥 내 컨디션에 맞게'라는 생각으로 장거리달리기 모드로 사는 방식을 선호한다. 또 그것이 지금까지 내가 건강을 유지해 온 방법이다. 아무리 좋아하던 일이라고 해도 work와 life 그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일에 대한 애정도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위험을 알기에 더더욱 일에 대한 열정과 삶에 대한 배려, 그 둘 사이의 균형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와서, 재미있는 일하고 매일 야근하기 VS 재미없는 일하고 매일 칼퇴하기. 이에 대한 나의 답은 조금 미루겠다. 반드시 둘 중 하나가 아니어도, 나를 위한 해답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일하는 자아와 퇴근한 자아 모두가 좋아할 만한 나에게 맞는 해결책을 꼭 찾아들고 오기로 약속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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