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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jaC 카작 Jul 28. 2024

얼마나 좋을 일이 생기려고

액땜

얼마 전 시청한 MBC 예능 '나혼자산다'에서 모 출연자의 이 재밌었다. 이름은 기억 안 나는 연예인이었는데, 암튼 그는 매일 로또를 산단다.


물론 당연히 당첨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복권을 사는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한다. 이유인 즉 "액땜했다고 생각한다"는 것. 호재든 악재든 계속되진 않으므로, '로또 꽝'이라는 좋지 않은 일을 겪으면 다음엔 좋을 일들이 펼쳐질 거란 기대가 생긴다고.


기가 막힌 발상이란 생각과 공감이 동시에 들었다. 나도  그래왔기 때문이다. 매사 평온하게 지내다 보니, 좋은 일이랄 것도 나쁜 일이랄 것도 거의 는데 간혹 기분 좋은 일이 생기면 속으로 "침착하자" 속삭이곤 한다. 이 다음은 나쁜 일을 마주할 수도 있겠다는 '이상한 우려'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열심히 기도하며 내면에 '나대지 말자' 끊임없이 주문을 건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상반기를 내내 이 '이상한 우려'와 함께 보냈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뜻깊은 상을 받았고, 연봉계약도 잘 됐고, 인사(부서이동)를 통해 좋은 기회도 얻은 덕분이다. 이 때문에 7월을 마주했을 때는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더랬다. "상반기 내내 좋은 일이 가득했는데, 하반기는 어떨까". 내심 올 한 해가 통째로 좋은 일들 투성일 거라 믿었는데…아직은 글쎄다.


새 부서에서 일을 시작하고 아직은 낸 성과가 없다. 오히려 뜻대로 풀리는 일들이 많지 않아 조금 답답한 상태다.


그러다 최근에는 군산/전주로 출장을 떠났다. 군산과 전주 각각에 꼭 다시 찾고픈 식당이 있었다. 그치만 여차저차하다 군산 식당은 가지도 못했고, 전주 식당은 험난한 길을 뚫고 두어 차례 궁상 끝에 다시 찾아갈 수 있었다. 하필 내가 찾아간 그 시점에 장대비가 쏟아진 터라 온몸이 젖은 채로. 조금 짜증이 났다.


오늘은 노트북이 말썽이 났다. 가방이 비를 맞은 탓인지, 더워서 습기가 찬 탓인지 모르겠는데, 화면에 얼룩이 졌다. 수리비용을 알아보니 무려 18만 원. 계획에 없던 거액이 빠져 나간다니…순간 몹시 화가 났다. 가뜩이나 회사 일도 그저 그런, 아니 생각처럼 잘 안 풀리는 상황에서 같이 일해야 할 노트북마저 이렇게 되자 그저 갑갑하기만 했다. 게다가 돈 나갈 일들이 앞으로 더 있는데…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독였다. 애써 정신승리는 아니었고, 돌연 "얼마나 또 좋은 일들이 펼쳐지려고 이럴까" 기대됐다. 행복한 일을 마주하기 전, 딱 이 정도의 악재만 지나간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이므로 되레 "잘됐구나" 마음이 편안해졌다.


지금은 기분이 아예 좋아졌다. "그래, 조만간 무슨 기쁜 일이 또 생기려나봐…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감사, 감사, 또 감사하다".

  

행운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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