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명못정함 Apr 09. 2020

배달의민족?
"애초에 나오지 말았어야…"

'배달의 민족'(배민) 수수료 논란이 한창이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것 같다. 난 진즉에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어플"이라는 말을 몇 번이고 해댔었다. 일부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신산업'으로 배민을 포장하지만 동의할 수 없다. 


얼핏 보면 배민은 자사는 물론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효용을 안기는 듯하다. 하지만 뜯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이익을 얻는 존재는 기실 배민 한 곳뿐이다. 비단 수수료만 문제가 아니다. 이 플랫폼 내 마케팅 자체가 각종 문제를 낳는다.   


공공 배달앱 개발에 동의한다. 민간영역을 침해한다는 비판은 안다. 그러나 공공 배달앱 개발에 따른 이익이 배민을 놔두는 것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공공 배달앱이 민간 O2O 산업의 경쟁력 등을 떨어트릴 소지도 없다.      


걸핏하면 '상생' 구호…
허울에 불과


"배달의민족은 소비자와 사장님 모두에게 유익한 플랫폼 사업자로서 역할을 다 해 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우아한형제들HP 회사소개 中)


배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자신들의 사업비전을 위와 같이 소개한다. 그냥 보기 좋으라고 쓴 글은 아닌 듯싶다. 배민은 오래전부터 소상공인들과의 상생을 자주 강조해 왔다. 예컨대 지난 2016년 김봉진 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제주서 열린 '벤처 서머 포럼' 당시 기자들과 만나 "가맹점들과 '상생'하려 수수료를 포기했더니 오히려 흑자가 났다"고 했다.


포럼 당시 배민은 꽤 핫했다. 전년도에 '수수료0%'를 선언해 주목받았다. 대단한 결단처럼 비쳤지만, 자세히 보면 그 과정이 개운치는 않았다. 이전까지 과도한 수수료로 사회적 몰매를 맞았던 배민이었다. 그러던 중 '카카오가 배달업에 뛰어든다'는 소문이 한창이던 시기에 나온 게 '수수료0%' 선언이다. 비판에도 꿋꿋이 버티더니 경쟁자가 나타나고서야 난데없이 상생 코스프레를 시작한 셈이다. 


물론 그럴 수야 있다. 배민도 기업인데 버텨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지 않냔 게다. 


그렇지만 배민의 방식은 기만 그 자체였다. 카카오가 배달앱 시장 진입을 포기하자, 배민은 곧 신규 매장을 대상으로 광고비를 끌어올렸다. 가맹업주들 사이에선 수수료를 없애 선심 쓴 양 행동해 놓고 뒤통수쳤다는 비판이 팽배했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광고비 인상으로 부족했을까. 배민은 가맹업주들을 상대로 한 광고상품을 줄줄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이른바 '깃발 꽂기'가 대표적이다. 


더 들여다보면 그에 못지않은 상품들이 많다. 


예컨대 '단골쿠폰'. 사실상 반강제와 다름없어 도마에 올랐다. 구체적으로, 배민은 새로 개업한 가게를 대상으로 하는 '반짝쿠폰'과 단골고객에게 제공되는 '단골쿠폰' 서비스를 선보였다. 반짝쿠폰 가격은 1주일에 9천원, 단골쿠폰은 1개월 기준 1만8천 원이다. 부가세는 별도며 선불이다.


업소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듯하나 현실은 아니다. 옆 업소가 쿠폰을 도입하면 인근 매장들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시장구조다. 쿠폰을 도입한 곳에 고객이 몰리다 보니, 인근 자영업자들도 덩달아 쿠폰서비스를 도입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깃발 꽂기도 이런 식의 폐해가 문제로 작용한 사례다. 

싫으면 나가라고?


배민에 관한 문제제가 이뤄질 때면 늘 등장하는 반론이 있다. "불만인 자영업자는 배민에 가입하지 말라"는 거다. 


이런 주장은 자영업자와 배달앱의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까닭에 등장하는 말이다. 사실 배민이 야기한 여러 문제의 핵심은 늘 '거대 플랫폼'을 내세운 '갑질'에 있다.


배민은 공룡이 됐다. 배민에 가입 안 한 업소는 사실상 정상적 경쟁이 불가능하다. 옆 매장이 가입하면 나도 가입해야 하고, 깃발을 꽂으면 나도 꽂아야 하고, 쿠폰을 도입하면 나도 도입해야 하며, 심지어 '치킨 0원' 행사를 열면 나 역시 공짜로 음식을 내다 팔아야 버틸 수 있다. 


요컨대, 배민이 자영업자를 '출혈경쟁'에 내몰았단 뜻이다.   


어느 플랫폼이든 '독점'이 이기는 거란 지적도 물론 일리 있다. 하나… 자영업자 비율이 세계 최상인 한국 사회에서 '영세업자'들을 대상으로 플랫폼 갑질을 하냔 게 적절하냐는 문제의식을 곱씹게 된다. 플랫폼 사업이 어떻고, 디지털 기술이 어떻고, 말은 좋지만 우리 현실에 비춰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냔 거다. 


실제 배민 등장으로  자영업들은 치킨게임 양상을 띠게 됐다. 배달 수요는 정해져 있는데 다수의 가게가 쿠폰을 사용하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자영업자 입장에선 해당 마케팅 비용을 매출증대가 아닌 '생존'을 목적으로 써야 하는 현실이다.   


자연히 광고여력이 충분한, 그러니까 자본력을 갖춘 업소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배달 업소 간 빈부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이를 대표하는 사례가 '슈퍼리스트' 광고다. 배민은 최상단 3칸을 슈퍼리스트로 지정, 해당 위치에 광고할 업주를 유인했는데 그 방식이 '경쟁 입찰형'이었다. 즉 경매를 통해 가장 비싼 값을 부른 곳이 들어갈 수 있단 것이다.(일부 인기 지역은 100만 원 넘는 금액에 낙찰된다고…)


당연히 이 역시 논란이 됐다. 그러자 배민 등은 "이런 형태의 광고는 구글, 텐센트 등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선 흔한 광고기법"이라고 항변했다. 


이건 말장난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국내에서 배달 자영업을 영위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를 구글 및 텐센트 등의 광고와 비교할 수가 있을까. 현실을 완전히 외면한 논리다. 


이러다 보니 '프랜차이즈 업체'와 '개인 업소'의 격차도 두말할 나위 없이 벌어졌다. 배달의민족이 BBQ 본사와 협약을 맺고, 치킨을 반값 내지 공짜로 판다고 해보자. BHC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이어 교촌과 티바두마리치킨 등 여러 프랜차이즈 업체가 공격적인 마케팅에 가세할 테다. 이는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다. 


와중에 자본력 없는 개인 업소는? 암울한 현실이 불 보듯 뻔하다. 


소비자 편의를 들어 배민을 옹호할 수도 있다. 실제 배민은 자영업자와 소비자 간 분쟁이 불거지자 소비자 편에 선 전례가 있어서다. 2018년 도입한 '안심번호제'도 그중 하나다. 주문고객의 실제 번호 대신 가상 번호를 노출하는 시스템인데, 배민 내 일부 업주와 배달원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성희롱 등을 한 사건이 발생하자 도입됐다.


지극히 일부 사례였는데 자영업자들은 갖은 민원 및 악성소비자 만행을 전부 떠안게 됐다. 가령, 배달 음식을 수령한 고객이 돈이 없다며 계좌이체 결제할 것을 요구한 다음 잠적하는 경우, 배달 업소는 해당 고객의 번호를 알 수가 없으니 속수무책 당하고 만다. 주소를 잘못 말한 고객 때문에 동네 수 바퀴를 돌다 가게에 복귀하면, '왜 배달 안 오냐'는 항의가 따른다. 


배민은 이럴 경우엔 업소에 어떠한 도움이나 편의도 제공하지 않는다. '자영업자와 상생'을 모토로 한 배민의 민낯이다. 

배민이 신(新) 산업인가? 


그렇다고 배민이 혁신적인 신산업인가. 


배민이 언뜻 신산업처럼 보이는 이유는 디지털을 활용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딱 여기까지다. 기존 배달업소들이 써온 종이책자, 이를 스마트폰에 옮겨온 게 거의 전부다. 


물론 그 안에서 갖은 마케팅이 이뤄지고, 그것이 소비자 효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허나, 그 효용의 크기가 배민에 의한 자영업자 피해를 목도해도 될 만큼 커다란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북 군산으로부터 모티브를 받아 '공공 배달앱'을 만든다고 한다. 실제 군산 공공 배달앱인 '배달의 명수'는 지역사회에서 호응이 좋다고 한다. 


배민 등 배달앱이 정말 신산업이고, 혁신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테다. 결국, 꼭 배민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배달앱은 영위 가능한 사업이란 게다. 그런데도 배민이 '혁신 산업'이라고 주장한다면…그럼 할 말이 없다. 


공공 배달앱을 만들어야 한다. 자영업자와 소비자 효용을 목적으로도 그렇고, 배달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그렇다. 배달 대행원들은 실상 '노동자'와 다름없으나, 제도적으론 '개인사업자'에 속하는 탓에 여러 사회적 안전망 안에 진입할 수가 없었다. 이에 대해 말하자면 또 길어져서 생략한다만, 경기도 등 공공 배달앱 개발을 염두 중인 곳은 그에 대한 개선 의지도 밝혔다. 공공 배달앱이 기대되는 또 다른 이유다.


최근 기사를 보니 배민은 자영업자에게 받는 수수료는 개편하면서 배민 소속 배달원, 소위 '배민라이더'들에 대한 지급수수료는 거꾸로 삭감했다고 한다. 지난해 한 건 당 5500원의 금액을 받았던 배민라이더들의 올해 평균 수수료가 4000원 대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툭하면 '상생' 구호 외치던 배민의 민낯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