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이야기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말 그대로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
최근 2~3년 동안 계속 회자가 되어오다가 이제는 대세가 되어버렸다. 지금이야 '인플루언서'라는 프레임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만, 사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 옛날 장터에서는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이야기꾼들이 약(?)을 팔아왔고, 다단계도 어떻게 보면 각 총책들이 인플루언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고, 유튜버가 뜨기 전 대세였던 블로그 마케팅도 사실은 인플루언서인 블로거들을 활용한 마케팅이었다.
그래, 아무튼 이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란 게 대세가 되었고, 우리도 도입해서 대박을 내보자!! 하고 모두들 나서서 최근엔 인기 유튜버로 대변되는 인플루언서들을 섭외하고, 협찬하고, SNS 채널을 통해 광고를 송출하고 있다. 이제 우린 대박 날 날만 기다리면 된다.
어? 근데 문제가 생겼다. 인플루언서 섭외하고 광고하느라 돈은 썼는데, 그 성과, KPI는 어떻게 측정해야 하지...?
(사실 이 시점까지 왔다면 망한 거다. 돈을 받아 쓰는데 목적이 없었다는 얘기니... )
KPI, 이게 문제다. 마케팅이라는 건 이 책의 내용을 빌리자면 '사람들이 우리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더 많은 돈을 쓰도록 만들기 위한 모든 활동'이고, 이를 위해 우린 돈을 받아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집행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돈을 받아 쓰려면 '사람들이 우리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더 많은 돈을 쓰도록 만들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돈은 돈대로 쓰고 정작 벌지 못하면 그건 자선사업이니까. 그래서 KPI라는 게 필요하다.
근데 솔직히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있어서 KPI는 신기루에 가까운 것 같다. 우리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산 사람들이 우리 인플루언서들의 인플루언싱을 보고 산 건지, 원래 사려고 해서 산 건지, 그냥 삘 받아서 관련된 거 검색해보다 얻어걸려서 산 건지, 알 수가 없다. 뭐 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서 설문을 해 볼 수도 있지만, 설문의 특성상 답변이 의도될 수도 있고, 기억이 안 나서 찍을 수도 있고, 결정적으로 이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다는 게 비용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낭비가 크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대한 KPI 설정에 관한 고민을 하게 되었고, 이 와중에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는 책을 추천받아 읽게 되었다.
사실 위와 같은 고민이 있었기에 이 책을 읽으면 내가 적용할 수 있는 KPI에 관한 사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읽고 나니 결론적으로 KPI 설정보다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본질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힌트를 얻게 된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 친 내용 중 일부를 공유해 보고자 한다.
'평범한 브랜드는 광고를 하지만, 훌륭한 브랜드는 이야기를 나눈다.'
이 문구는 다른 곳에서도 본 듯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브랜드와 제품의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냥 이야기는 아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여야 한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되려면 그 속에는 관련성, 흥미로움, 진정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담겨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 갤럭시 s10이 출시되어 유튜브가 관련 영상으로 도배가 되었다. 이는 IT유튜버들이 갤럭시 s10에 관한 정보를 듣고 싶어 하는 구독자들의 마음을 알고 있고, 소개해주고 싶은 흥미로운 신 기능들을 갖추고 있으며, 이들은 IT 기기를 잘 알고 있다고 믿기에 이야기 자체에 진정성도 가지고 있다. IT 유튜버가 갑자기 립스틱 리뷰를 하면 그걸 보고 진정성을 느끼는 사람은 없겠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라. 과연 내 브랜드의 '어떤 점'이 대화의 소재가 될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할까?'
이때 생각을 잘해야 한다. 우린 회사 내부에 있기에 자사 서비스 및 제품에 대해 많이 알고 있고, 많이 접하며, 우리껀 정말 좋고 멋있는 제품이라며 착각에 빠져있기 쉽다. 최근에 누가 하는 말을 들은 게 있는데, 어떤 제품 회사의 대표가 '우리 브랜드는 왜 이렇게 인기가 없는 걸까?'라는 궁금증을 가졌다는 게 알려지자, 외부 사람들은 '왜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자기들은 모르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회사 내부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사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기도 모르게 세뇌되어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생각한다고 착각을 할 수도 있다. 자사에 대해 사랑을 가지는 건 매우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말이 비판적인 생각조차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니까. 그러니 내부자들은 정말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대화의 소재를 찾아내야 하고,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나누어야 한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저자는 '이야기할 가치가 없는 제품에 대한 이야기는 입 밖에도 내지 마라.'라고 적었다. 애초에 나눌만한 이야기가 없는 제품에 대해 광고를 쏟으며 돈을 허비하느니 대신 연구개발에 투자해 경쟁자들과 차별할 수 있는 특별함을 만들라는 얘기다. 그래야 적어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니 말이다.
이와 관련해 기념품에 대한 얘기도 공유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박람회 등의 오프라인 부스나 사은품 등의 기념품 명목으로 주어지는 아이템들을 보면 정말 답 없는 것들이 많다. 아마 판촉물 제작 업체들이 거의 천편일률적인 기념품들을 리스팅 해놓고, 기념품 담당자들은 가성비의 기준으로 기념품을 찾다 보니, 받고 나면 잠깐 쓰고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아이템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보조배터리는 쓰면서 브랜드 이름 노출이라도 되지, 나머지들은 그냥 돈을 길거리에 뿌리는 꼴이다. 아마 KPI를 나눠준 기념품 개수로 치기 때문일 거다. 나이키나 아디다스도 아니고 브랜드 이름을 박은 티셔츠를 나눠준다든가, 사랑의 열매도 아닌데 배지를 나눠준다든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저자는 기념품의 두 가지 규칙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1. 디자인이나 재료, 문화적 호응 등의 측면에서 뛰어난 품질을 갖춰야 한다.
2. 결코 기념품을 대화의 대체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나중에 당신의 브랜드를 상기시킬 수 이는 기념품을 나눠줘라. 다시 말해 기념품을 나눠주는 것 자체가 이유가 그곳에 있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 두 가지 규칙을 따르면 우리가 타깃으로 삼은 청중들이 우리의 기념품을 착용하고, 공유하며 자랑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말은 쉽다. 이게 쉬웠으면 우리도 배지나 펜을 나눠주진 않았겠지. 하지만 정말 필요한 규칙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줘버리고 끝인 기념품이 아니라, 기념품을 줄 때도 기념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집에 가지고 가서도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매개체'로써의 기념품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때가 왔다.
이렇게 이야기다 다 만들어지면 마케터가 할 일은 알맞은 사람과 장소를 찾아 제공만 하면 된다. 역시나 말은 쉽다.
알맞은 사람에 대해 저자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는 듯 보인다.
하나는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사람들의 무리가 있으면 그중 10%의 사람은 인플루언서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고 이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모든 무리는 아니고, 우리 브랜드나 제품에 '진짜로' 관심을 가질만한 무리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이들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하면 그중의 10%의 사람은 인플루언서로서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미국의 사례라 그런지 저자는 '홍보대사'라는 직함으로 이들을 칭한다. 일정 기준에 충족하는 인플루언서를 직접 선발해 우리 브랜드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통해 홍보대사를 배출해낸다. 우리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지닌 이 홍보대사들이 거리에 나가 인플루언서로서 우리의 이야기를 퍼뜨린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일단 첫 번째 분류의 우리 브랜드나 제품에 '진짜로' 관심을 가질만한 무리를 찾아내는 부분이다. 워낙 인터넷이 발달한지라 체리피커도 많고, 여러 정보를 통해 이 브랜드 저 브랜드 옮겨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기에 마지막까지 변하지 않을 최후의 '골수' 팬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 타겟팅해야 한다. 이들이야말로 우리의 이야기를 보다 진정성 있게, 그리고 더 빠르고 멀리 퍼뜨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홍보대사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생 서포터즈로 알려진 활동의 사회인 버전 비슷한 걸로 보인다. 이들의 역할에 대해 막 와 닿지는 않지만, 이런 경우를 생각해보면 될 것 같다. 최근 행해지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일반적인 사례들을 보면,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 단기 행사에 대한 광고 전달자로써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한다. 하지만 이 홍보대사는 이 인플루언서들의 장기계약과 비슷한 것 같다. 계약을 맺은 인플루언서가 특정 브랜드에 대해 교육을 받고 특정 브랜드에 대해 꾸준한 목소리를 내면서 홍보대사의 역할을 해주는 거다. 구독자 입장에서도 일관적이고 진정성 있는 인상을 받을 수 있고,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브랜드와 일체화가 되어 좀 더 진정성 있고 말 그대로 살아있는 홍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일반화된다면, 인플루언서들도 나중엔 연예인들처럼 동종업계 광고 금지 조약이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오프라인'을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아무리 온라인이 발달해서 인터넷 상의 모르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얻고 관심을 쌓아간다고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입소문에는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요즘 마케팅 트렌드를 보면 모든 게 다 온라인으로 향하고 있다. 아마 데이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트래킹'이 되고 효율이 측정 가능하다는 부분(인플루언서 마케팅 빼고) 때문에 이렇게 흘러가는 거 같은데, 세상 사람들이 모두 집돌이 집순이는 아니므로 오프라인에도 신경을 써줘야 하지 않을까. 그나마 남아있는 오프라인 마케팅이라고는 커밋 뷰티 같은 박람회 형식의 부스 마케팅인 거 같다. 그나마도 다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느낌이 강한 거 같긴 하다. 갈수록 휘발성이 커져가는 SNS 마케팅을 보완하기 위해서 다시 오프라인을 바라볼 때가 된 것 같다.
이제 그만 쓰려고 한다. 내일, 아니 좀 이따 출근을 해야 한다. (하.. 2시야) 초안인데 글을 다듬을진 아직 모르겠다.
정작 알고 싶었던 건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KPI 측정이었는데, 책에는 전문 분석 업체를 고용하여 돈을 써서 측정하는 게 가장 좋다고 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논평, 온라인 트래픽 수, 대중의 감정 등을 확인해 보면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이미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방향이기도 하고, 정작 마케팅에는 워낙 여러 변수가 있어서 저 지표들을 보고 이건 인플루언서 마케팅 때문이야!라고 말하기도 뭐하다. 돈을 많이 쓰면 측정은 비교적 정확하게 할 수 있겠지만, 이건 또 비효율적이고... 계속 쳇바퀴 도는 기분이다.
결론은 이 책에서는 인플루언서에 마케팅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좀 더 다듬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