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에 결혼 준비하기
어느덧 코시국 4년 차.
코로나와의 질긴 악연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에 결혼 준비를 시작할 때만 해도 어느 정도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중증환자 수가 줄어들고, 확진자 수도 어느 정도 잡혀가면서 위드 코로나 단계로 진입하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래서 막연히 우리가 결혼 준비를 하는 동안, 그리고 결혼할 때쯤이면 코로나가 거의 없어져서 마스크 없이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다.
그. 런. 데.
어디선가 오로 시작하는 미크론 씨가 월드투어를 다니기 시작하더니 이젠 확진자 수가 2만 명이 넘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몇 백 명만 나와도 4단계다 뭐다 했었던 거 같은데 이젠 생각도 안나는 과거가 되어버렸다.
위드 코로나 때 결혼한 사람들이 부러울 정도랄까.
한탄 시작.
코로나 덕에 결혼 준비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코로나가 아닐 때보다 고려할게 꽤 많아진다.
일단 결혼식장을 구할 때 이야기부터 해보자.
때는 바야흐로 21년 10월 경. 확진자 일 평균 1,700명 정도 하던 시절이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결혼식장 하객 수 조절이 거리두기 단계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던 시절이었다. 단계에 따라 들어올 수 있는 인원이 정해지고 또 식사를 할 수 있는 사람 수까지 세부적으로 제한을 받아서 결혼식장을 계약할 때 머리가 아팠다.
일단 최소 계약인원이 식장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200명~300명 선에서 결정되는 것 같은데 거리두기로 인해 이 인원도 못 채울지도 모르고, 또 코로나가 더 심해져서 사람들이 오기를 꺼려해서 최소 계약인원을 채우지 못할 경우의 수도 생각해야 했다.
예식장에서는 계약서 상에 적지는 못해도 만약 인원 제한이 심해주면 조금은 줄여줄 수 있다고 하긴 했지만 확정은 아니라서 좀 불안하기도 하고. 또 막연하게 우리가 결혼할 때쯤이면 상황이 더 좋아져서 이런 거 고려 안 해도 돼요 라는 말에 우리도 "그럴 거야"라는 생각으로 계약을 하기는 했다.
식사를 못하시고 가도 답례품으로 대체를 할 수 있긴 하지만 이것 자체를 생각하는 게 머리가 아픈 일이다.
예복을 맞추러 갈 때는 따로 누굴 데려갈 필요는 없어서 우리끼리 갔는데 드레스투어를 다닐 때가 문제였다. 아무래도 어머님이나 친구들이 와서 드레스 입은 모습을 봐줄 수 있으면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더 잘 어울리는 드레스를 고를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이런 시도는 무참히 저지당했다. 한 그룹 당 3명씩까지만 방문할 수 있어서 우리 커플과 플래너님을 세고 나면 더 이상 다른 사람은 함께 들어갈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더 잘 봐줄 수도 있겠지만 같이 가서 입어보고 보여주고 반응 보는 것 자체도 하나의 추억이 될 수가 있는데 이런 기회 자체도 강제로 박탈되어버리니 많이 아쉬웠다. 드레스투어 때는 사진도 찍을 수가 없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나름 투어 할 때 배려를 해 주셔서 드레스를 입고 나왔을 때 잠깐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해 주시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한 게 있어서 이 부분도 좀 아쉬웠다.
좀 있으면 드레스 가봉을 하러 가는데 이때도 지금 상황을 봐서는 다른 사람을 데려가진 못할 것 같다.
아직 스튜디오 촬영을 하기 전이긴 하지만 촬영도 드레스 투어랑 마찬가지로 인원 제한에 걸릴 것 같다. 위드 코로나 때는 친구들 한 두 명쯤은 와서 촬영을 도와주기도 하고 같이 찍기도 했다는데,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모든 상황을 우리 커플이 온전히 감당해야 할 것 같다. 촬영해주시는 스텝분들이 어련히 잘 리드해주시긴 하겠지만 그래도 친구들이 와서 함께 해주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을 내기는 어려우니까.
본식날도 걱정이다. 일단 예식장 알아볼 때 걱정했던 것처럼 식사 인원 수나 사람들이 마음 편히 와줄 수 있는지 여부 등을 걱정하게 되고, 또 결혼식을 찾아 준 사람들이 마스크를 낀 채로 사진을 찍어야 하고...
평생 한 번 찍는 사진인데 얼굴을 제대로 담을 수 없다는 게 마음이 안 좋다.
게다가 얼마 전에 들으니 한 커플의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 가족들이 코로나에 확진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랑 신부와 혼주는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로 결혼식을 진행하다 보니 가족들이 확진된 것 같은데... 이것도 걱정이 된다. 결혼할 때쯤이면 코로나가 많이 잠잠해져야 걱정을 좀 덜할 텐데...
아래 글에서도 적어봤지만 신혼여행도 해외를 고려조차 하지 못하고 국내로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국내도 좋지만 휴가를 길게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서 해외를 못 나가 보는 게 더 아쉬워진다. 여권 기간도 만료되어가는데 연장도 안 하고 있는 현실...
언제쯤이면 코로나가 종식될까.
요즘 학생들은 코로나 학번이라고 부른다던데 우리는 코로나 예신예랑인가...
언젠가는 코로나가 종식되어서 그땐 그랬지 할 테지만 지금은 현실이 무척 못마땅하다.
이 시기에 결혼 준비하는 예신 예랑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