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The East의 번역어로서 '동양'의 혼선

챗선생 edited by 조영필

by 조영필 Zho YP

서양 학계에서 **“동양(East)”과 “서양(West)”**을 구분할 때, “서양”은 대체로 서유럽(나아가 북미, 오세아니아 등 유럽 문화권 확장 지역 포함)으로 꽤 구체적으로 그 영역이 확립된 반면, “동양”은 중동·중앙아시아·남아시아·동아시아 등을 어느 범위까지 포함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가변적으로 정의되곤 합니다.


특히 경제발전사, 세계체제론, 근대화이론, ‘대분기(Great Divergence)’ 담론 등에서 학자들이 동양·서양을 사용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아래에서는 대표적인 학자·이론들을 예시로 들어, 각자 “동양”과 “서양”을 어떻게 설정하는지 간략히 비교해 보겠습니다.


1. 맥스 베버(Max Weber, 1864~1920)

1) 주요 저작과 맥락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1905)에서 근대 자본주의가 발흥한 ‘서양(Occident)’을 주로 **서유럽(특히 영국·네덜란드·독일 등 개신교 지역)**으로 봅니다.
동시에 ‘동양(Orient)’으로는 중국(유교), 인도(힌두교, 불교), 이슬람권 등을 통칭합니다.


2) 동양·서양 개념

서양(Occident): 기독교(특히 개신교) 문화권, 근대 합리화와 자본주의의 탄생지.
동양(Orient): 광범위하게 중국·인도·이슬람 등을 포괄하지만, 중동·중앙아시아·동아시아 등을 구분하여 다루기보다는 **‘합리적 자본주의가 부재한 지역’**이라는 공통점으로 묶는 면이 있습니다.


3) 경제발전사 관점
베버의 관점에서 “서양”은 근대 합리주의·법제·프로테스탄트 윤리를 통해 독자적 자본주의가 발전한 곳이며, “동양”은 전통적 관료체제(중국), 카스트(인도), 가부장적 구조(이슬람) 등으로 인해 근대 자본주의가 자생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합니다.

후대 비판자들은 베버가 “동양”을 너무 단일하고 고정적으로 묘사했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2. 칼 비트포겔(Karl A. Wittfogel, 1896~1988)

1) ‘동양적 전제주의’(Oriental Despotism)와 수리(水利) 문명론

비트포겔은 『동양적 전제주의(Oriental Despotism)』(1957)에서, 거대한 관개 농업(수리 사업)을 기반으로 한 아시아 사회(특히 중국)를 **‘수리-관개 국가(hydraulic society)’**라 부르며,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와 관료 전제성을 특징으로 봅니다.


2) 동양·서양 개념
동양(Orient)은 주로 중국·인도 등 거대 농경문명을 일컫고, 중동 지역 고대 문명(메소포타미아, 이집트)도 부분적으로 포함됩니다.

반면 서양(West)은 유럽 봉건제를 거쳐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국가들로, 대규모 관개 사업보다 소규모 개인 농민과 자율성·사유재산이 발달한 사회로 파악합니다.


3) 경제발전사 관점
비트포겔은 동양의 수리-관개 체제가 관료 전제국가를 낳아, 시장 발전과 사적 기업의 활성화를 제약했다고 봅니다.

이 관점 역시 동아시아·남아시아·중동을 한 범주(‘동양적 전제주의’)로 묶고, 유럽(서유럽)과 대조시킨다는 점에서, “동양 vs. 서양” 구분을 비교적 단순화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3. 이매뉴얼 월러스틴(Immanuel Wallerstein, 1930~2019) - 세계체제론

1) 세계체제(World-System) 모델

월러스틴은 자본주의 세계경제가 16세기 이후 출현하여, ‘중심(core) - 반주변(semi-periphery) - 주변(periphery)’ 구조를 형성했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서양(West)’은 주로 **서유럽(잉글랜드·네덜란드·프랑스 등)**을 뜻하며, 이후 북미 등이 중심부로 편입됩니다.


2) 동양(주변/반주변) 설정

월러스틴은 동유럽·러시아부터 오스만 제국(중동), 인도·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주변부 혹은 반주변으로 묶어, 원자재·농산물을 중심부에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고 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동양’이란 매우 광범위하게, 유럽 중심 자본주의에 편입되는 이질적인 지역들을 통칭하게 됩니다.


3) 경제발전사 관점

월러스틴은 “서유럽 중심의 자본주의 세계경제가 주변 지역을 종속·착취하며 발전했음”을 강조하며, 동양 국가들은 외세(유럽) 자본 축적의 주변 공급자로서 제도·경제 발전 양상이 달랐다고 봅니다.
이 때 “동양=주변” 구도로 인해, 동아시아·중동·남아시아 등 내부 차이를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4. 케네스 포메란츠(Kenneth Pomeranz, 1958~ ) - ‘대분기(Great Divergence)’ 논의

1)『The Great Divergence』(2000) 핵심 논지
포메란츠는 18세기 무렵까지 **서유럽(특히 영국)과 동아시아(특히 중국 화남 지역)**의 경제·생활수준이 비슷했으나, 이후 산업혁명과 자원(석탄, 식민지) 확보 차이로 “서양”이 급성장했다고 주장합니다.


2) 동양·서양 개념

‘서양(West)’을 서유럽(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일부) 중심으로 제한하며, 동유럽 등은 별개의 경로를 가진 지역으로 간주합니다.
‘동양(East)’도 막연히 아시아 전역을 의미하기보다, 중국(특히 양쯔강 하류 지역)·일본 등 상대적으로 발전된 동아시아 지역을 주 연구 대상으로 삼습니다.


3) 경제발전사 관점
포메란츠는 동아시아와 서유럽을 비교사적으로 치밀하게 검토하면서, “동양(중국 등)도 자생적 상업 발전과 기술 역량이 있었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19세기 들어 석탄 자원, 대서양 무역 네트워크를 통한 자본 축적 등 특수 요인으로 영국·유럽이 먼저 ‘근대 산업화’에 돌입, 동서 간 격차가 커졌다는 ‘대분기’론을 폈습니다.


5. 앙드레 군더 프랑크(Andre Gunder Frank, 1929~2005) - ReOrient

1) 『ReOrient: Global Economy in the Asian Age』(1998)

군더 프랑크는 1500~1800년 세계경제의 중심이 사실상 **아시아(특히 중국, 인도)**였다고 주장하며, 서구 근대사 중심의 “유럽 예외론”을 비판했습니다.


2) 동양과 서양의 구도
군더 프랑크의 서양(West)은 주로 서유럽을 가리키지만, 이들은 “아시아 중심의 교역망에 후발로 편입된 작은 지역”으로 그립니다.

동양(East)은 동아시아(중국), 남아시아(인도), 동남아 등 당시 더 발전된 생산력·교역 규모를 가진 사회를 포괄하며, 이 지역이 18세기까지 세계 무역과 경제력의 핵심이었다고 역설합니다.


3) 경제발전사 해석
군더 프랑크에 따르면, “동양(중국·인도)이 근대 이전 세계경제의 **중심(core)**이었고, 서유럽은 일부 변방에 불과했으나 19세기 산업화 이후 거꾸로 ‘근대화의 중심’으로 올라서면서 역사의 서사를 재편했다”는 것입니다.

즉 **‘ReOrient(재-오리엔트)’**라는 말 그대로, 역사적 시각을 유럽 중심에서 벗어나 아시아 중심으로 다시 보자는 취지입니다.


6. 정리: 동양·서양의 개념 비교

막스 베버: 자본주의 정신(프로테스탄트 윤리) vs. 동양적 전통사회로 대별. 동양 내부 구분 적음.

(서양) 서유럽 개신교 문화권(영·독·네덜란드 등)

(동양) 중국·인도·이슬람 등 합리적 자본주의가 부재한 지역 전체

칼 비트포겔: ‘동양적 전제주의’ 개념으로 아시아 문명을 크게 통칭. 전근대 시기 권위주의 국가체제로 묶음.

(서양) 유럽(소규모 자영농·봉건제)

(동양) 주로 중국·인도 등 ‘수리 관개 전제국가’

월러스틴: 16세기 이후 자본주의 세계경제 구도 안에서 서유럽이 중심, 동양은 주변(착취당함).

(서양) 세계체제의 ‘중심(core)’: 서유럽/북미

(동양) 주변/반주변: 동유럽, 중동, 아시아 등, ‘동양’ 범위 상당히 광범위.

케네스 포메란츠: 18세기까지 유럽·동아시아 모두 비슷한 발전,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대분기’

(서양) 서유럽(특히 영국·네덜란드 등)

(동양) 동아시아(특히 중국 양쯔강 하류), 일부 일본 등, 동양=주로 중국 지역으로 한정

앙드레 군더 프랑크: 1500~1800년 아시아가 세계경제 중심이라는 ‘ReOrient’ 논지. 유럽 중심론 반박.

(서양) 서유럽 (근대 이전에는 경제 변방)

(동양) 동아시아·남아시아(중국·인도) 등 동양을 아시아 전체(특히 중국·인도)로 파악,


7. 결론 및 시사점

1) 동양·서양 개념의 ‘가변성’

위에서 보듯, 학자들은 자신이 초점을 두는 역사 시기(전근대~근대)나 이론적 관심(자본주의 탄생, 세계체제, 대분기 등)에 따라 ‘동양’을 다르게 설정합니다.
“동양 = 극동(중국·일본)?” “동양 = 아시아 전체?” “이슬람권은 동양인가?” 등 구분이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반면 “서양”은 주로 서유럽(그리고 이후 영국·프랑스·네덜란드 등 해양세력)으로 상대적으로 뚜렷이 나타납니다.


2) 경제발전사 담론에서 ‘동양 vs. 서양’ 구도가 유용했던 이유

근대 자본주의와 산업화가 먼저 꽃핀 지역(서유럽)과 그렇지 않은 지역을 대조하기 위해, 이분법적 프레임이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동양’을 하나의 동일체로 보는 오리엔탈리즘적 단순화, 내부 다양성 간과, 시대별 변동성 무시 등의 문제가 있었고,

근래에는 포메란츠나 군더 프랑크처럼 아시아 각 지역의 실제 발전 수준과 특수성을 비교·고찰함으로써, 전통적 “서구 예외론”을 재검토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3) 현대적 시각
지금은 동아시아(중국·일본·한국 등), 남아시아(인도), 서아시아(중동 이슬람권), 동남아 등으로 세분화하여 각 지역의 경제발전을 개별적으로 연구하는 경향이 큽니다.

“동양”이라는 거대 범주 대신 ‘아시아 지역사’ 혹은 **‘글로벌 지역사’**라는 식으로,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이 증가 추세입니다.
그럼에도 과거 “동양 vs. 서양” 이분법은 여전히 역사적 담론이나 세계사 비교 연구에서 하나의 강력한 서술 틀로 사용되므로, 학자들마다 어떻게 ‘동양’을 구획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4) 종합

이처럼, 학자들이 경제발전사 맥락에서 “동양”을 설정하는 방식은 각각 달랐으며, 서유럽을 “서양”의 대표 축으로 삼는 것은 비교적 일관되지만, “동양”은 때로는 중국·인도·중동·동남아·심지어 동유럽까지 포괄되는 유동적 개념이었습니다. 이는 각 학자의 이론적 목적, 시각, 연구 범위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되어 왔고, 현대에도 동아시아 vs. 서유럽 또는 글로벌 세계체제 안에서의 지역 비교 등 다양한 관점으로 재구성되고 있습니다.


8. 참고문헌/학자

Max Weber, The Protestant Ethic and the Spirit of Capitalism (1905), General Economic History (1923) 등.
Karl A. Wittfogel, Oriental Despotism: A Comparative Study of Total Power (1957).

Immanuel Wallerstein, The Modern World-System 시리즈 (1974~).
Kenneth Pomeranz, The Great Divergence: China, Europe, and the Making of the Modern World Economy (2000).

Andre Gunder Frank, ReOrient: Global Economy in the Asian Age (1998).



아시아 혹은 ‘동양’이라는 용어가 지리적·문화적으로 매우 넓은 스펙트럼을 포괄하기 때문에, 서구 학자들의 연구에서 **‘동양(East)’**을 언급할 때 이슬람권·중동·인도·동남아시아·동아시아까지 사실상 한 덩어리로 묶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예컨대 10~14세기 무렵의 이슬람·중동·인도 지역 경제 번영을 가리키는 연구 결과가 곧바로 “동아시아도 그 시기 잘 살았다”는 결론으로 잘못 해석될 여지가 생깁니다.


실제로 중세~근세 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발전이 두드러졌던 지역이 아랍·페르시아권(이슬람 세계)이었거나, 인도 아대륙의 일부분이었을 수도 있는데, 이를 통칭 **‘동양이 잘 살았다’**라고만 표현하면, 동북아시아의 상황까지 과대평가되거나 오인되기 쉽습니다. 왜 이런 혼동이 생기는지, 그리고 과연 “동아시아가 과거 어느 시점에 정말로 ‘잘 살았는가?’”라는 문제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1. ‘동양(East)’ 개념의 중층적·가변적 범위

1) 서양 시각에서의 ‘Orient’
유럽 중심 시각에서 보았을 때 ‘동쪽(Orient)’은 지중해 동부(오스만 제국), 페르시아, 인도, 심지어 동아시아까지 이어지는 광대한 지역을 한데 묶어 “오리엔트”라고 불러 온 오랜 관행이 있습니다.

이렇듯 ‘동양’이라는 표현에는 이슬람권(중동), 인도, 동남아, 동아시아 등 거대한 지역이 포함될 수 있어, 특정 시기 어느 한 지역에서 경제적 번영이 일어났어도 “동양 전체가 부유했다”는 식으로 과장·혼동될 여지가 있습니다.


2) 동북아시아(중국·한국·일본 등) vs. 중동·남아시아

중세부터 근세까지 인도양 무역과 중동·이슬람 세계(바그다드, 카이로 등)는 실크로드와 해상 무역의 중심지로서, 상당히 번영하고 발전한 기록이 많습니다.
반면 동북아시아도 송(宋)·명(明) 시대의 중국이 상업 발전을 누리긴 했지만, 중동·인도만큼 국제 해상 무역망을 지배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있지요(물론 명 초기에는 ‘정화의 항해’ 같은 사례가 있지만, 국가 정책적으로 해금(海禁) 등을 실시한 시기도 존재).

그런데 서양 학자가 “과거 ‘동양’이 무역과 도시 발전에서 매우 앞섰다”라고 할 때, 그 사례의 실질적 중심이 이슬람·인도였는데 동아시아(중국·한국 등) 독자들이 이를 **“우리 조상들도 그만큼 잘 살았다”**로 오독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2. 경제사 연구에서 자주 언급되는 ‘동양의 번영’ 맥락

1) 이매뉴얼 월러스틴·앙드레 군더 프랑크 등 세계체제론자

월러스틴이나 군더 프랑크처럼, 1500~1800년 전후 세계 무역망을 분석하는 학자들은 유럽 이외 지역—즉 아시아(중동·인도·중국 등)를 아울러 ‘동양’—이 이미 거대 상업 네트워크와 풍부한 생산력(특히 면직물, 도자기 등)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이때 **‘동양’**이라는 범주가 매우 광범위하게 쓰이는데, 실제 경제적 번영의 핵심축으로 부각되는 사례는 인도(무굴 제국), 중동 이슬람 무역도시, 동남아의 향신료 무역항 등이 많습니다.

우리는 The East를 동양으로 번역하는 까닭에 아시아의 다른 지역이 번영할 때에도 동아시아 지역이 항상 번영했던 것처럼 오독할 수 있습니다.


2)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 논의
케네스 포메란츠나 로버트 앨런(Robert Allen) 같은 학자들이 18세기까지 동아시아(특히 중국 양쯔강 하류)와 서유럽(영국, 네덜란드 등) 경제 수준이 대체로 비슷했다고 주장하면서, “동양도 근대 이전에는 서양에 뒤지지 않았다”는 견해가 부각됩니다.

그런데 이 논의의 **‘동양’**은 주로 중국 동남부나 일본 등 동아시아 일부 지역을 지칭합니다.
따라서 이 연구 결과를 중동·인도·동남아 상황과 뒤섞어 단순히 “동양이 원래 잘 살았다”고 말해버리면, 실제 어느 지역이 언제 잘 살았는지를 혼동하기 쉬워집니다.


3. 동북아시아의 실제 경제 수준: 시기별 차이

송(宋)·명(明)·청(淸) 시대의 중국 경제
송나라 시기(10~13세기경) 중국은 상업화·도시화가 발달했으며, 1인당 GDP로 추정해도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명·청대(특히 16~17세기)에도 화남(華南) 일대가 농업·상업·수공업 중심지로 발전했고, 동남아 및 동아시아 해상 무역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했습니다.
즉, 중국은 시기별·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세계사적으로 비교적 ‘잘 살던’ 구간도 분명 있었습니다.


4. 결론: 용어 혼동이 만들어낸 ‘동양=동북아’ 번영 담론

**“과거의 동양이 잘 살았다”**는 담론은, 실제 연구들에서 *‘동양’*으로 포괄하는 지역이 중동(이슬람 도시), 인도(무굴 제국), 동남아 해상 무역, 중국 일부 번영 지역 등 복합적이고 넓은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서 비롯됩니다.
그중 예컨대 **아바스 왕조 시기(바그다드 중심)**나 무굴 제국 시기(인도), 또는 송·명대 중국의 발전 시기를 통합해 “동양이 경제적으로 번영했다”고 말하는 연구가 있다면, 우리는 동양을 동북아시아로 받아들이므로 우리가 속한 동북아시아가 항상 번영하였을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 동북아시아에서는 유럽이나 중동·인도와는 다른 경제사적 경로를 밟았고, 시기·지역별 편차가 큽니다. 따라서 **학자들이 말하는 ‘동양’**이 구체적으로 어디를 지칭하는지, 어떤 시기를 놓고 평가하는지, 동북아시아가 그에 포함되는지 등을 면밀히 살피지 않으면 과대평가나 왜곡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서구 학계에서 *“동양”*은 종종 광범위한 아시아 전역(중동·인도·동남아·동아시아)을 하나의 묶음으로 다루어, 그 중 특정 지역(예: 이슬람·인도)이 발전했을 때 ‘동양이 잘살았다’고 서술한다. 이때의 '동양'을 우리는 단순히 '동아시아(중국중심의 동양)'로 오인하는 경향이 있다.


결론적으로, “과거 동양이 잘 살았다”는 연구 결과가 동아시아의 상황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동양(East) 범주가 무척 광범위하게 쓰이는 탓에 생긴 개념적 착시일 수 있습니다. 이는 동아시아 내부의 실제 경제사와, 서구가 통칭하는 ‘오리엔트’, ‘아시아’를 구분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