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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혜 Jun 08. 2024

[고르고 고른 곳] 견고하고도 차분한

01. 카페 뉴어리

[고르고 고른 곳 01]

대흥동 카페 뉴어리 @1.1nuary



견고하고도 차분한


목재가 지닌 분위기를 좋아한다. 우드톤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식물과 조화를 이뤘을 때의 안정감, 이 모든 것들을 은근하고도 내밀하게 품고 있는 것이 목재이기 때문이다.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목재의 견고하고도 차분한 강점을 카페 뉴어리에서 또 한 번 발견했다.




공간을 촬영하는 사진 계정 덕분에 인스타그램 돋보기는 커피잔과 카페 인테리어로 가득 찬 지 오래다. 돋보기 피드에 엄선된 공간 중 어떤 곳을 클릭하고, 들여다 보고, 주소를 찾아 방문할지는 그날의 동선과 기분에 따라 결정하곤 한다. 그럼에도 방문 욕구를 가장 크게 만드는 건 새로 생긴 지 얼마 안 된 '신상 카페'다. 정말 많은 카페를 다니면서 나름의 취향이 생기긴 했지만, 팔로워 500명 이하의 작은 계정과 '새로 오픈'이라는 지도 앱의 문구를 보면 취향을 잠시 잊은 채 일단 가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다. 뉴어리도 그런 이유에서 방문했다.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건 중앙에 위치한 타원형의 목재 가구와 검은색 의자 두 개였다. 손님이 앉아 커피를 마시는 바의 형태가 되기도, 메뉴를 손님에게 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키친의 일부가 되기도 하는 곳이다. 내가 머물렀을 땐 사장님의 지인들이 이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사장님과 담소를 나누었다. 요즘엔 손님이 얼마나 찾아오는지, 커피는 어떤 원두를 쓰는지, 혼자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신상 카페가 겪는 고초를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장면이었다.


대학생 시절 친구가 일하는 가게에 놀러 갈 때면 내가 착석한 자리에서 몇 마디 나누는 게 전부였는데, 뉴어리처럼 이런 형태의 테이블을 이 위치에 둔다면 1인 운영자의 외로움을 조금은 덜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었다. 한 공간 안에 가구 배치와 동선이 이토록 중요하다. 사람을 머물게 하고, 대화를 시작하게 하는 힘이 여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른 한 편으로 뉴어리는 목재뿐만 아니라 스텐 소재로 된 큰 테이블을 카운터 겸 커피를 내리는 바로 사용했다. 두 개의 상반된 소재가 비슷한 크기감으로 있지만 목재가 주는 따뜻함이 훨씬 많이 느껴져 하나로 통일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나름의 이유를 생각했을 때, 뒷문과 왼쪽 통창에서 들어오는 자연광, 그리고 곳곳에 자리한 식물이 목재의 존재감을 더 뚜렷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인 것 같다. 카메라로 남긴 사진에서도 스탠 소재에서 따뜻함이 느껴지기까지 하니 말이다. 부러 사진을 보정할 때 색온도를 노랗게 하지 않았음에도 아늑함이 곳곳에 서려있다.





카페는 대흥역에서 무척 가깝지만 인적이 드문 뒷골목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다. 요즘엔 워낙 6호선 라인에 좋은 카페가 들어서 있어서 평일임에도 붐비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카페가 많이 있는 곳의 반대 방향에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여유롭게 있을 수 있었다. (물론 입소문을 타고 점점 손님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근처에 길게 나 있는 경의선 공원을 걷기 좋은 날씨이니 겸사겸사 한번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다수보다는 소수와, 소수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가볍게 독서를 하거나 작은 아이패드 하나를 들고서 단시간에 집중력 있게 할 일을 끝내기에도 좋다. 나 또한 5월, 한적했던 대흥역 뒷골목의 평온함을 떠올리며 푸른 계절에 한 번 더 방문할 계획이다.




아, 마지막으로 커피는 크게 인상 깊은 정도는 아니었지만 무난히 마시기 좋은 편이었다. 같이 먹은 에그 토스트롤도 유명한데, 요즘 케이크나 쿠키 가격대를 떠올리면 혼자 가서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기 좋은 구성과 가격대(6,500원)라 생각한다. 필터 커피와 디카페인도 있으니 커피를 좋아하거나 잘 못 마시는 사람도 충분히 가볼 만하다.



카페 뉴어리 @1.1nuary

서울 마포구 백범로 15길 17

11:00 ~ 20:00 목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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