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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Nov 09. 2024

봉화산 동행길

오늘은 개천절이다.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한 해를 기원년으로 시작하여 오늘은 단기 4357년 10월 3일이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개천절을 맞아서 학교에서는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로 시작하여 “이 나라 한아버님은 단군이시니..” 로 끝나는 개천절 노래를 불렀고 국민학교(초등학교) 졸업앨범 표지에도 ‘4292.3.’이라고 연월이 찍혀 있다 (그 시대에는 4월 1일이 개학일이었다). 그리고 서력연도를 사용하기 시작한 후부터는 한 동안 산수시간에 단기 연도에서 2333년을 빼기 해서 서기 연도로 환산하는 시험문제도 풀어야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반만년 역사”를 가진 민족이라고 민족적 자긍심을 키워왔는데 이 시대의 젊은이나 아이들은 개천절을 어떻게 생각할까? 요즘도 개천절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우리는 지난주 모임이 끝나고 헤어지면서 목요일인 개천절이 공휴일이니 목은산모임을 쉬어볼까도 생각했다. 공휴일이면 유명한 산이나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복잡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날씨가 서늘해지면서 하늘이 맑고 높아지니 마음이 변한다. 지난여름의 폭염을 참으면서 이런 가을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이 좋은 날을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급히 모임을 소집하니 6호선 봉화산역 4번 출구에 다섯 명이 모였다. 다른 친구들은 그 사이에 다른 약속을 만들었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오늘은 봉화산에 올라가려고 한다. 중랑구 신내동에 있는 봉화산은 유명한 산은 아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6호선의 종점이 봉화산역이어서 역이름 때문에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지금은 신내역이 종점이다).

이 산은 둘레길도 잘 되어 있고 숲도 좋아서 우리도 전에 몇 차례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 들은 소식에 의하면 이 산 자락에도 무장애숲길이 생겼다고 하기에 오늘 찾아가 보기로 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 우리 모임은 서울 근처의 무장애숲길 탐방단이 된 것 같다.

어쨌든 지하철역에서 나와 산이 보이는 방향으로 곧장 가니 왼쪽으로는 신내공원이 나오고, 오른쪽으로는 봉화산 옹기테마공원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옹기 빚는 도공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보인다. 옹기테마공원으로 들어서자 곧 봉화산 동행길의 안내판이 나타난다. 여기서는 무장애숲길이 동행길이라는 이름을 얻었구나 생각하며 그 길로 들어선다.

봉화산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는데 둘레길 외에도 그곳까지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도록 데크길이 만들어진 것이다. 덕분에 우리 같은 노인도 편안하게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데크길이 지루하다고 생각되면 중간에 흙길과 만나는 곳이 열려 있어 흙길로 올라가 보기도 한다. 봉수대가 있는 정상에 올라가니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봉화산이 높은 산은 아니지만 (159.8m) 정상에 올라서니 서울 시내가 특히 중랑구가 환히 내려다 보이고 전망이 아주 좋다.


봉수대 옆에 한옥 지붕과 건물이 보여서 절이나 암자 인가보다 했더니 봉화산신각(도당)이라 하며 해마다 여기서 음력 3월 3일에는 마을과 주민의 안녕을 위해 봉화산 도당제라는 마을굿이 열린다고 한다.

휠체어를 타고 와서 봉수대에서  전망을 즐기고 있는 한 산책객을 보니 이 동행길을 기획하고 공사했던 중랑구청 관계자들이 보람을 느끼며 매우 흐뭇해할 것 같다.

봉화산 정상에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하산한다. 내려갈 때는 올라오던 길과는 반대로 산허리를 돌아 중랑구청 쪽으로  좀 내려가다가 봉화산역으로 다시 간다. 내려가는 길 옆에 하마바위라는 표지석이 서 있어 바위를 찾아보니 옆에 풀숲  사이에 하마 비슷하게 생긴 바위 하나가 서 있다. 봉화산에는 바위도 많고 내려가는 돌길에 왕모래도 많이 덮여 있다. 데크길과 흙길이 끝나는 곳에 이르니 수변공원이라는 근린공원이 있고 신내 9 단지의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봉화산과 아파트단지 사이에 난 큰길을 따라서 신내공원을 지나 봉화산역을 찾아간다.


역 근처에 가까이 가니 식당이 여러 군데 있다. 우리는 콩과 두부를 전문으로 한다는 자그마한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깔끔한 반찬에 음식 맛도 좋다. 오늘은 소수의 친구들이 오붓한 분위기에서 점심을 먹고, 작지만 이층도 있는 카페에서 커피도 마신다. 모두들 집에 있지 않고 나와서 걸으며 맑은 가을날을 즐길 수 있어 나오길 잘했다면서 흡족해한다.


오늘은 10km 정도를 약 2시간 동안 13300보쯤 걸었다.


2024년 10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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