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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ee Mar 05. 2024

ep.9 [아프리카] 버리기 위해 떠나는 여행길의 시작

20일간의 아프리카 여행의 시작



엄마 그리고 아빠와 다 같이 손을 마주 잡고 기도를 하며 감사 23년 한 해끝냈다. 23년을 흘러보내며 정말 감사했던 일들이 많았다. 24년도 딱 올 한 해와 그리고 지금 이 순간만 같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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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1월 어느 날에


한 해의 마무리도 제대로 짓지 못한 채, 24년이 새롭게 찾아왔다. 23년 끝내며 너무나 많은 일이 있어서 할 이야기가 많았는데, 종잡을 수 없이 그리고 쉴틈도 없이 밀려오는 일과 일정 떠밀려 지침으로 24년왔다. 어쩌다 보니 새로운 한 해가 찾아와 버렸다.


어제와 다른 시작으로 뒤엎은 아침, 엄청난 기운이 나를 대차게 흔들어 깨웠다. 급습으로 찾아온 '불안'은 버려야 할 것이 너무나 많은 한 해임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늘 습관적으로 스스로와 대화를 시도한다. 내가 어떠한 감정의 위치에 놓이면, 왜 그런 건지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한다. 대화를 줄곧 이어가다 보면 본인을 잘 안다고 늘 으쓱됐던 자신감은 곧 자만이었음을 매번 깨닫는다.


잠이 깨자마자 덮쳐온 불안에 거울 반대 편에 선 나의 두 눈을 빤히 응시하였다.


10대 때부터 쭉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듣던 소리가 있었다.

"남의 시선에 크게 신경 안 쓰고 자기 갈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너의 모습이 좋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명확하게 아는 너의 결단이 좋아"
"때론 무너져도 남이 아닌 스스로를 의지하며 곧잘 일어나는 너의 강인함이 좋아"


평탄한 삶보다 나름 여러 어려움들을 굴곡 있게(그렇다고 드라마틱하진 않다만) 경험해온 나는 온실 속 화초는 아니었다. 그리고 남들에게 부러울 만큼 재력도, 머리도, 외관도 가진 아이도 아니었다. 지금도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음 지금 나의 손에 쥔 것들을 보아하니 내려놓지 못하는 욕심만 가득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나에게 유일한 것은 '자기 확신' 하나였다. 자기 확신으로 올려 쌓은 '자아'를 얻기까지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였었다.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다. 많이 넘어지기도 했고 많이 길을 잃기도 하였으니.


솔직히 타고난 기질이 있는 것 같아

맞아 맞아. 솔직하게 말하면 사람들의 말처럼 성향적인 기질 덕분에 조금 더 수월하게, 조금 더 이르게 스스로에 대한 객관화가 잘 형성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헛된 발걸음 끝에 오만함의 오점을 발견하고 나서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얻어내기 위해 그간 많은 것들을 자연스레 버리면서 살아왔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동안에 나는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지켜내기 위해 주변을 잘 살펴보지 않으며 살았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어릴 때부터 늘 사랑을 많이 받아 마음에 사랑이 풍족하다 생각하여 사랑을 잘 베풀었지만 가깝든 멀든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큰 관심이 없었다. 앞 뒤가 정말 안 맞는 말인데, 말 그대로 난 정말 앞 뒤가 안 맞는 사람이기에 통용이 되는 말인 것 같다.

내가 주는 사랑에는 아낌없이 표출하며 살아왔지만, 때로는 내게 건네주는 좋은 관심과 사랑에도 작은 요동 하나 치지 않았던, 무심 어린 날의 나이기도 하였다. 어떻게 보면 남에게 비치는 모습이 어떠할지 신경 쓰지 않아 흔들리지 않내 길을 온전히 걸어갈 수 있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상대에게 무심함으로 인한 상처를 주기도 하였다. 이러듯, 내가 갈 길을 위해 버려야했었던 상처와 결핍이 항상 존재하였다.


올 해도 비슷한 결의 문제에 봉착하였다. 누구는 하고 싶은 걸을 찾기 위해 고민이라던데,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아 포기해야 하는 게 고민이라니. 감사해도 모자를 망정 탄식을 내고 있다니. 안그래도 남들보다 한없이 약한 체력을 가진 몸인데, 작년보다 올해 더 많은 짐을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엄청난 부담감으로 찾아와 앓아 눕기 직전이었다. 한 해를 탄식이 아닌 기쁘게 살아가려면, 올 해부터 새롭게 책임져야 할 것을 잘 감당하려면, 지금 손에 쥔 것 중 반 이상을 반드시 버려야 한다.


남이 보면 쉬운 결정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집중되었던 일이 많았기에 나만 포기하면 아주 깔끔하게 정리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간 '나'에게만 집중하며 살아왔기에 내 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나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이미 지인들과의 만남 이런 것은 과거에도 그랬듯 내 선택 안에서 고민의 거리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손에 꽉 쥐고 있는 것들 중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


온전히 내 일을 혼자 통솔하고 책임질 수 있는 프리랜서 일이 너무 좋다.

배낭여행을 시작한 이후서부터, 매 여행의 순간마다 내게 이러한 청춘 같은 추억들이 있다는 게 너무나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여행이 정말 너무 좋다.

사랑을 주었을 뿐인데 되려 말도 안 되는 사랑을 8년간 받고 있는 영아부 봉사를 지속하고 있다. 마음의 안식처와 같은 영아부의 자리와 아이들이 너무 좋다.

스트레스로 쌓인 머리를 비워주기엔 춤만 한 게 없다. 부족하지만 혼자서 흥도 채우고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 내재된 끼를 표출할 수 있는 춤이 좋다.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하나하나의 생각들과 관심사를 강제로 이해받고 싶지 않다. 각자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에 나를 이해줄 수 있는 공간에서 내 생각을 온전히 쏟아내는 글이 좋다.

소망이 사라져 몇 년 만에 돌아오게 된 예배 자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은혜로웠다. 마음에 이끌려 본인의지로 예배자리를 잘 지키다 보니 올해 교회 직분을 맡게 되었다. 한해를 약속하였기에 더 많은 예배자리와 직분의 일을 새롭게 감당해야 한다.


인간은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는 것 같다. 포기해야만 얻어지는 것이 분명히 오는 것 같다. 각자의 모양이 달라도 어떠한 결핍이 생겨야지만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쌓아낼 수 있는 것 같다. 꼭 책임져야 할 것만 남겨보자.


온전히 내 일을 혼자 통솔하고 책임질 수 있는 프리랜서 일이 너무 좋다

사랑을 주었을 뿐인데 되려 말도 안 되는 사랑을 8년간 받고 있는 영아부 봉사를 지속하고 있다. 마음의 안식처와 같은 영아부의 자리와 아이들이 너무 좋다.

소망이 사라져 몇 년 만에 돌아오게 된 예배 자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은혜로웠다. 마음에 이끌려 본인의지로 예배자리를 잘 지키다 보니 올해 교회 직분을 맡게 되었다. 한해를 약속하였기에 더 많은 예배자리와 직분의 일을 새롭게 감당해야 한다.


체력이 약한 나에게는 이 세 가지도 벅차다. 생계 그리고 약속에 의한 책임감이 있는 딱 이 정도만 쥐고 가는  어떨까?라고 마음먹는 순간, 의지와 다르게 무언가를 하나 덥석 잡았다.


배낭여행을 시작한 이후서부터, 매 여행의 순간마다 내게 이러한 청춘 같은 추억들이 있다는 게 너무나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여행이 정말 너무 좋다.


최대한 빠른 시일에 떠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2월. 나는 결국 어깨와 체력을 누르는 무거운 짐을 하나 더 이어 멨다. 덜컥 비행기 티켓을 끊어버렸다. 포기하지 못하겠다. 아니,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포기하기가 싫다. 여행을 갔다 오면 잠시라도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한 해가 시작하자마자 여행을 다녀오면 남은 한 해동안은 내가 책임져야 할 것엔 집중할 수 있겠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버릴 수 있는 용기와 결심이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정 속에서 끝장을 루어 보는 거야.




24년 2월 3일의 하루 끝에


큰일이다. 정말 큰일이다. 내가 미쳤다고 이 혼란의 틈에서 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일까.


하루에도 쉴 틈 없이 울리는 업무 연락.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여행 동행들의 연락 그리고 새롭게 시작된 교회 직분 연락. 올라가는 빨간 아이콘 속 숫자에 밀려버린 사람들과의 연락.


나도 이렇게까지 되길 원하지 않았다. 내일모레 당장 여행 시작인데.. 심지어 지금은 집도 아닌 강원도에 내려와 있다니. 거진 10년 만에 찾아온 교회수련회에서마저도 저녁 예배 전까지 일을 하느냐 바쁘다니.


본업, 여행, 이외 모든 곳에서 어느 곳 하나도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지금 시작하는 여행은 정말 내 욕심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몇 주 전부터 예정했던 다른 프리랜서 업무마저 시간에 쫓겨 지금 이 자리에서 포기해 버렸다. 손에 쥐고 있는 모든 것이 한도초과인 것만 같다. 선택과 집중을 이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사람만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연결된 모든 이들에게 피해만 주는 것 같다. 선택과 집중을 못하는 것을 애써 숨기고 싶은 마음에 없던 체력을 다 끌고 모아 짜내니 모든 것을 다 벗어던지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 여행을 정말 가는 것이 맞을까...?
아니 근데 정말 여행이 너무 가고 싶어!!!!


스스로를 향한 무언의 질림을 동반하면서까지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행을 향한 끈을 끝까지 놓지 못하였다. 이 상황에 여행을 간다는 게 싫어 밉다가도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여행만큼은 죽어도 포기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여행에서만큼은 한국에 있는 모든 짐들을 내려놓고 여행의 짐만 들고 가고자 하였다. 그리고 본국엔 돌아왔을 때 여행의 짐을 단숨에 벗어던져야지. 그래야만 해.


토요일 새벽, 졸린 두 눈을 비비고 홀로 등딱지 같은 배낭을 메어 서울로 다시 올라왔다. 이제 내일이면 진짜 떠나는구나. 오늘 업무를 미친 듯이 달려 예약 메일을 보내놓고 내일은 여행의 시작에만 집중하자.


여행의 설렘도 온전히 느끼지 못한 채 헐레벌떡 쫓기듯 아프리카 여행이 시작된다. 시작부터 마음도 체력도 힘든 여정이기에 이번 여정이 더욱 기대가 된다. 쿠바 여행도 그러하였으니까. 세상의 모든 상황이 쿠바로 가는 길을 막아섰지만 그곳에 발을 들이자마자 말도 안 되는 인연과 상황이 펼쳐졌으니까. 이번 여행은 말도 안 되게 재밌을 것을 확신한다.


여행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빈 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이 마음을 올 한해동안 마음껏 누릴 수 있게 풍족히 채우러 가야겠다.

나미비아, 엘림듄에서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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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말도 안 될 정도로 신기한 우연의 만남이 연속으로?

다음 화부터 아프리카 남아공 여행 이야기 펼쳐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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