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필리핀 문화 이야기
동네 거리를 산책할 때 아이들이 삼삼오오 길에 동그랗게 모여 앉아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곤 한다. 한 번은 가까이 가서 무엇인가 보니 나뭇가지에 거미를 매달아 놓고 내기를 하고 있다. 방법은 이러하다. 양 끝의 나뭇가지에 각자의 거미를 놓고 이들이 가까이 가서 서로 싸우게 한다.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거미가 지는 것인지, 서로를 물고 뜯어야 이기는지에 대한 것은 각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아이들이 손에 들고 있는 작은 성냥갑 안에는 종이 벽을 세워두고 몇 마리의 거미들이 담겨있다. 투계(sabong)가 어른들을 위한 것이라면 거미배틀은 어린이들의 소소한 놀이이다. 필리핀에는 작은 거미도 있지만, 아기 손바닥 만한 큰 거미도 있다. 어제 아들이 꽥 고함을 질러 1층으로 내려가보니 큰 거미를 봤다고 소란이다. 곤충이나 벌레 등이 많은 필리핀에 살다 보면, 무섭고 징그럽게 생긴 거미는 파리채나 신발로 순식간에 잡아버린다. 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