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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가 이영재 Aug 07. 2018

일본건축기행 2-15

유스하라(Yusuhara, 梼原)_1

[ 5 일차 ] _  구름 위의 마을 도원(雲の上の町の梼原) 그리고 도원(桃源)


전날 저녁 8시가 되어 유스하라(梼原)에 도착했다.

저녁 해가 산고개를 넘어가면서 부터 비가 시작되었다. 요즘 같은 기온이라면 아마도 내일은 안개가 짙게 드리울 것이다. 해발 1400mm이상에 있는 이 마을에서 운이 좋다면 아마도 운해를 볼 수 있지는 않을까.


왜냐하면 이 곳은 '구름 위의 마을(雲の上の町)'이다. 조건은 갖춘 듯 하다. 내일 날이 밝는다면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구름 속에 떠 있는 마을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 Yusuhara Town Above Cloud ] | www.town.yusuhara.kochi.jp


주변은 모두 어두웠지만 유일하게 '구름 위의 갤러리(雲の上のギャラリー,2010년 개관)'라 불리고 있는 '목교뮤지엄(木橋ミュージアム)' 만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마치 여기서부터 유스하라 인듯 하다. 잠깐 차에서 내려 어둠속에서 켜켜히 쌓여 있는 목교를 살폈다.


구름 위의 갤러리_雲の上のギャラリー(2010)


우리의 숙박지는 구름 위의 호텔 별관(雲の上のホテル別館)이다. 이곳에서 불과 5분 거리다. 구름 위의 갤러리, 구름 위의 호텔 본관(1994년)과 더불어 건축가 구마겐코(隈研吾)가 설계하여 2010년에 오픈했다.


아뿔싸. 이런~

늦은 시간 별관이 있는 동네로 진입했을 때, 도로에 면한 정면에 무엇인가 분명히 보였다. 거적대기 같은 것으로 가려져 있었다. 또 공사다. 단게겐죠의 카가와현청사에 이에 두번째, 공사로 인해 그 모습을 제대로 담을 수가 없다. 아쉽기만 하다.


수리 중인 구름 위의 호텔 별관
구름 위의 호텔 별관(雲の上のホテル別館) 객실 내의 모습_사진:석정민
구름 위의 호텔 별관(雲の上のホテル別館) 객실내 화장실_사진:석정민
호텔 내부 1층에서는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지역과 호텔의 공생 역할을 한다.


아침이 되어 비는 잠깐 그쳤다. 식사를 위해 본관으로 가기 전 잠깐 동네를 거닐었다.

이 곳 유스하라도 마찬가지로 노령인구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지방의 작은 마을이다. 차도 사람도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보기가 힘들었다. 간혹 지나는 사람들은 우리가 한눈에 객지 사람인지 알아차렸다는 듯이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고, 우리도 가볍게 목례를 잊지 않았다.


고요한 아침의 풍경


구름인지 안개인지 비가 그친 동네에 차분하게 깔려가고 있었다. 고원 지대여서 3월 중순을 지나고 있지만 아직 길가의 가로수는 꽃도 잎도 내어 놓지 않았다.

이 동네 이름은 우리 음으로 읽자면 도원(梼原)이다. 복숭아꽃은 아니어도 몇일만 더 머물렀다면 비슷한 벚꽃은 피었을 것이다.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보았을 법한 도원(桃源)이다.


우리 마을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말아 주시오


이 곳은 삼나무가 빼곡한 산으로 둘러싸여 이렇게 구름을 담아놓고 있어 드나드는 이가 적다. 그리고 사람이 없으니 시간을 알 수가 없다. 마을을 스쳐 지나는 물은 깊이가 있는 곳은 깨끗한 옥빛이다. 그러니 마치 도원(梼原)을 도원(桃源)으로 읽어야 할 것 같다.


이 무릉도원을 가꾼 사람은 건축가 구마겐코(隈研吾_1954生)다.

한적한 작은 동네에서 그의 나이 40세, 불혹에 접어들은 1994년부터 현재 64세에 이르기 까지 14년동안 크고 작은 5개의 프로젝트를 해왔다. 곧 준공될 건물도 있다.

곧 준공을 앞두고 있는 구마겐코의 새로운 작업

이국의 건축가인 우리들이 구마겐코가 남겨 놓은 표식에 이끌려 이 곳까지 왔고, 도원경에 심취하여 있다. 구마겐코는 작은 고깃배를 타고 다니던 도화원기의 어부다. 이후 어부가 다시 찾지 못했다던 그 곳을 우리는 세월이 흘러 간단히 Google을 통해 찾아왔다.


구름 위의 호텔 별관(雲の上のホテル別館) 측면 모습과 패턴


구름 위의 호텔 별관 가까운 곳에 유스하라정청사(梼原町役場_2006년 완공)이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동사무소 정도 된다. 유스하라에서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환경정책에 맞추어 외부와 내부 모두 나무로 지어진 복합청사다.

유스하라정청사(梼原町役場)_동사무소 격이다. 비와 뒤섞인 구름이 건물만큼이나 인상적이다.


유스하라정청사(梼原町役場)_내부


「나무 마을 회관 」이라 불리울 만큼 지역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으며, 18미터에 이르는 삼나무 집성목 부재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지열을 이용하는 쿨튜브를 갖추고 있으며, 전면의 접이문은 필요시 개방할 수 있는 구조다.



구름 위의 호텔 별관(雲の上のホテル別館)의 외벽과 맞은편의 차당(茶堂)_ 초가지붕의 형태를 볼 수 있다


구름 위의 호텔 별관과 유스하라정청사는 유사한 재료와 패턴으로 입면이 디자인 되어 있지만, 구름 위의 호텔 별관의 외벽은 차당(茶堂) 지붕에서 사용된 초가 지붕을 벽면에 사용하였다. 유스하라 지역은 예전 고개를 넘는 나그네들에게 초가지붕의 차당에서 대접을 해왔다고 한다.


구마겐코의 작업을 닮은 비계와 나그네들의 설정 샷


이 곳 도원, 유스하라의 풍경에 너무 빠져들었나. 뒷 길에 있는 아무렇게나 이어 놓은 비계 마저도 내 눈에는 구마겐코의 입면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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