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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틴틴문 Feb 09. 2020

태국인 친구의 크리스마스 파티

외국인 친구 사귀길 잘했어

태국 방콕


태국인 친구의 크리스마스 파티

  게스트하우스 안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였다. 캐럴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나는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아주 편했다. 휴식을 취하다가 Pil이 초대한 크리스마스 파티에 가기 위해 일어났다. (영화 제작 워크숍 때 친해진 Pil이란 태국인 친구에게 연락을 했더니 오늘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어서 놀러오겠냐는 회신을 받았다.) 1층 홀로 내려가니 게스트하우스 스태프가 오늘 저녁에 바비큐 파티가 있다고 참석 여부를 물었다.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힘들다고 대답했다.  


  7시가 되니 벌써 어두워졌다. 나는 택시를 잡아서 Pil의 회사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파티는 Pil의 회사에서 진행되었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Pil과 통화를 했다. 운전기사에게 스마트폰을 건네주니 둘이 태국어로 의사소통을 했다. 위치를 파악한 기사는 날 영화사까지 태우고 갔다. 예전에 Pil이 다큐멘터리 촬영하러 제주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때 치킨과 맥주를 쏘고, 호텔까지 바래다주길 잘한 거 같았다. 택시를 타고 꽤 오랜 시간 이동했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었다. 


  택시는 곧 고급 주택가에 도착했다.아무나 출입이 불가능하도록 주택가 입구엔 경비가 있었다. 담벼락이 높았다. 택시 기사가 안에 손님을 내려주고 갈 거라고 하니 입구를 열어주었다. 택시를 타고 더 들어가니, 고급스럽게 지어진 단독 주택들이 모여 있었다. 택시가 멈췄다. 돈을 지불하고 내렸다. 마당으로 들어가니 회사 직원들과 Pil이 나를 반겼다. (Pil은 자신의 회사가 도심에 있었는데, 이사를 2주 전에 왔다고 했다.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회사로 꾸민 거였다.) 그는 회사 내부를 소개해주었다. 1층은 편집과 회의를 하는 작업공간, 2층은 숙소였다. 전원 모두 회사에서 자고 먹고 회의를 한다고 했다. 인원은 22명 정도 되는데 매우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마당에는 탁자와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거실에는 뷔페식으로 맛있는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Pil은 인상 좋은 집주인처럼 두 팔을 벌리며 내게 말했다. Make yourself comfortable.(편하게 먹어) 나는 그릇에 갖가지 음식을 담아서 마당 탁자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서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Pil은 회사 대표를 내게 소개해주었다. 나는 어떻게 이 회사가 운영되는지 전반적으로 질문했고, 그는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이 회사는 같은 대학을 나온 동문들이 모여서 만든 회사라고 했다. 이들의 단합심은 대단해 보였다. 마치 구성원 모두의 배를 채우기 위해 맹수라도 사냥할 준비가 되어 있는 원시 부족 같은 느낌이었다. 한국에서 이런 걸 기대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자리를 옮겨 시사실로 향했다. 이제 막 들어온 신입들이 자신들의 기량을 뽐내기 위해 영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신입들의 기량을 높여주기 위해 과제를 부여한 것 같았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웃길 수 있는 영상을 택했다. 하지만 언어나 문화의 차이 때문일까, 별로 우습진 않았다. 이들은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누구는 토할 것처럼 웃었다. 그리고 손 뼈가 모조리 박살날 때까지 물개 박수를 쳤다. 역시 태국은 미소의 나라였다. 모두가 격려하고 용기를 주었다. 매우 괜찮은 시스템 같았다. 대표에 의하면 다음 달 모두가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포상휴가인 셈이다. 가족 같은 체계, 파트 별로 나뉜 전문성. 이들은 매우 프로페셔널한 집단처럼 보였다.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성과에 따라 수입도 차등 분배한다고 했다. 



 


  모두 각자 포장을 한 선물을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불투명한 상자 속에 넣었다.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종이를 뽑았다. 나는 한국 화폐가 들어있는 봉투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기증했다. 봉투 안에는 백 원짜리 1개, 오백 원짜리 1개, 천 원짜리 1장, 오천 원짜리 1장, 만 원짜리 1장이 들어 있었다. 누군가 이걸 받고는 매우 기뻐했다. 내 차례가 돌아왔다. 나는 아주 커다란 상자를 뽑았다. 포장을 까 보기 전까진 아주 행복했다. 상자 속에는 중요 부위를 가릴 수도 없을 만큼 가느다란 끈만 있는 빨간 티팬티가 들어 있었다. 이들은 이 선물을 보고 갈비뼈가 박살 나기 직전까지 웃었다. 정말 재밌는 친구들이었다. 


  술도 꽤 마셨고, 음식도 꽤 많이 먹었다. 더 늦어지면 숙소로 돌아갈 수 없을 거 같아서 택시를 타고 가야겠다고 Pil에게 말했다. Pil이 그랩 카로 택시를 불러주었다. 그는 친절하게 택시기사에게 숙소로 향하는 길을 태국어로 잘 안내해주었다. 역시 외국인 친구가 있으면 참 좋은 법이다. 나는 Pil에게 감사함을 표현했다. 또 보자고, 초대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Pil은 날 보며 미소 지었다. 바이 바이. 


  택시 안에 있는 라디오에서는 한국 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타지에서 한국말로 부르는 노래를 들으니 기분이 끝내줬다. 알딸딸한 알코올 성분이 몸속에서 분해되면서 정신이 몽롱해졌다. 나는 곧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해보니 건물 안이 텅 비어 있었다. 바비큐 파티를 한다는 테라스로 향했다. 





  아무도 없었다. 메모에는 바비큐 파티를 끝내고 클럽에 놀러 간다고 적혀 있었다. 나는 고요해진 게스트하우스 안에서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씻지도 않고 가벼운 차림으로 옷만 갈아입은 채 벌레처럼 침대로 기어 들어갔다. 나는 취기가 올라 알딸딸한 상태로 잠에 빠졌다. 눈꺼풀이 무거웠기 때문이다. 곧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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