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추억은 광복만큼이나 오래되었다는 반전
다들 고양이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시대다
고양이를 관람하는 고양이를 또 관람하다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이 의미없이 흐려지는
시뮬라크르 고양이들 또는 고양이 인형같은 인간들
그걸 넘어서 고양이를 추모하고 흉내내는 세상.
그렇지만 내가 만난 최초의 고양이는 아마
실물 고양이가 아니라 톰과 제리의 악당 고양이
요즘같이 드럽게 더운 날씨로 온몸이 쪄있어도
아직 에어컨도 없던 학교에 하루종일 갇혀있어도
티비에 톰과 제리 한편만 봐도 사르르 웃었다
세상 모든 근심들 다 녹아내리는 슬랩스틱 코미디
그저 재밌으니 세상따위 더러워 버릴 수 있던 시절
유튜브에는 이미 저작권도 50년 넘어서 풀린
옛날 톰과 제리가 가끔 알고리즘 추천에 뜬다
그렇게 어린시절 만화를 보면 3분 정도 재밌지만
3분 카레가 이틀 먹으면 물리듯 다른 영상으로...
사실 어른의 눈으로 다시 본 톰과 제리는
툭하면 폭행 약탈이 일상인 폭력적인 웃음들
고양이 톰은 분명 악당의 얼굴과 표정이지만
별거 아닌 일로 뼈까지 분해당하는 불쌍한 톰.
잔인한 살상에도 톰은 무적이라 또 부활하지만
원패턴 몸개그의 웃음은 유통기한이 짧다...
하상욱 시인같은 분이 이미 말했듯이
그대가 그리운건지 그 때가 그리운건지
물론 조금 찾아보니 이 톰과 제리의 시대는
내 기억보다도 좀 더 오래되었다는 반전
어쩌면 내 어릴적 기억도 가짜일려나
하지만 설령 가짜든 진짜든 시뮬라크르든
내 추억 속의 재밌었던 풍경의 톰은 영원하리
나이를 먹어도 또다른 고양이 만화를 찾아보면서
또 다시 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야지
오늘도 자다가 고양이 털이 코끗을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