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라. 소중한 존재들은 모두 살아남자
좋은 친구덕분에 원령공주 아이맥스를 다녀왔다
어릴 적 분명 투니버스에서 두 번쯤 보았지만
그땐 어리기도 했고 제대로 집중하진 않았었지
스토리는 다 알지만 극장에서 본다고 뭐 다를려나
라는 오만한 발상은 3분 카레보다 빠르게 뜨거워져
처음 오프닝에서 레전드 오브 아시타카가 흐르자
3분만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 이게 극장이더라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늑대로 길러진 여주 산.
온몸으로 자기는 인간이 아니라고 거부하지만
아시타카는 그녀의 칼까지 온몸으로 껴안는다
총포를 쏘며 숲과 신을 해치려하는 인간들에게
칼 하나 들고 저항하는 산에게 아시타카는 말한다
살아라. 그대는 아름답다
뜬금없이 명령하는 살아라 는 말 한마디에
산은 숲을 지키는 늑대의 딸 원령공주가 아니라
사랑을 처음 느끼는 당황한 얼굴의 소녀로
너는 아름답다는 칭찬에 놀라서일까 아니면
살아라 라는 낯선 남자의 명령에 당황한 걸까
어쩌면 그 칭찬과 명령이 결합된 언어의 힘일까
무모하게도 혼자서 마을을 공격하다가 기절한 산
아시타카는 그 둘 사이를 중재하고 산을 구한다
심지어 총에 몸이 뚫려도 걸어간다. 살아나간다.
재앙신의 저주 덕분인지 아시타카의 생명력인지
엄청난 난리 속에서도 둘은 살아남는다 그리고
자기 마을을 떠날 때 받을 선물을 산에게 선물한다
자기 생명이나 다름없는 선물이 이렇게 순환한다
물질의 증여가 반복되며 마음도 이어진다
살아라 라는 명령도 어쩌면 그러한 순환이 아닐까
비가 추적추적 오늘 쓸쓸하여도 또 살아남아보자.
산과 아시타카가 그랬듯이 살아간다는 건 의무
의무이자 찬란하게 아름다워지는 신나는 춤 한자락
다음 글은...
아무튼 살아라 여기가 로도스 섬 살아서 춤춰라
어쩔 수가 없다 살아남자는 명령엔 어쩔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