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고 있는 게 아니라,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한동안 나는
스스로를 이렇게 설명하곤 했다.
“그냥 버티는 중이에요.”
그 말에는
조금의 체념과
조금의 자기합리화가 섞여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멈춘 것도 아니라는
애매한 상태.
‘버티고 있다’는 말은
생각보다 많은 감정을 감추고 있었다.
지금 선택을 바꿀 용기는 없고
그렇다고 이 상태가 좋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고
그래서 나는
‘버티는 중’이라는 말로
모든 걸 덮어두었다.
마치
지금의 나를 평가하지 않아도 되는
면죄부처럼.
어느 날 문득
이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버티고 있는 걸까?”
이 질문 앞에서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버틴다는 말은 있었지만,
그 버팀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버팀은 방향이 없으면
그저 소모가 된다는 걸.
돌이켜보면
나는 버티고 있던 게 아니라,
선택을 미루고 있었다.
결정을 하면
무언가를 잃을 것 같았고,
결정을 하지 않으면
지금은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선택을 미룬 시간만큼
내 에너지는
조용히 닳아가고 있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마음속에서는
이미 많은 것이 무너지고 있었다.
AI와 함께 일하면서
이 상태는 더 또렷해졌다.
AI는 효율적인 경로를 보여준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해도 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AI에게 질문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에게 묻게 되었다.
“이 버팀은,
나를 회복시키고 있는가
아니면 소모시키고 있는가?”
이 질문 하나로
‘버티는 중’이라는 말은
더 이상 편한 말이 되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버틴다는 말을 이렇게 다시 정의한다.
버틴다는 건,
아무 생각 없이 견디는 게 아니라
다음 선택을 준비하는 상태라고.
에너지를 회복하고
기준을 다시 세우고
방향을 점검하는 시간
그렇지 않다면
그건 버팀이 아니라
정체에 가깝다.
혹시 요즘
스스로를 “버티는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면
이 질문을 한 번 던져보면 좋겠다.
“나는 지금,
무엇을 준비하기 위해 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그 답이 없다면
지금의 버팀은
당신을 지치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1막을 마치며
1화부터 5화까지,
나는 질문으로 흔들리는 순간들을 돌아봤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 질문들이
어떻게 일과 선택의 기준으로
구체화되었는지를 나눠보려 한다.
6화. AI에게 답을 묻자, 생각을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