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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풀마라톤을, 시카고에서?

2025 시카고 마라톤을 준비하며

by 쪼이

이제는 진짜 미룰 수 없다......!


작년 하반기, 처음으로 뛰어본 하프마라톤과 뒤이은 10km 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나는 단단히 뽕(?)에 취했다. 나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구나!? 월 200km 넘게 뛴 나를 보며 주변에서 다들 내년에는 풀마라톤을 나가봐도 되겠다며 추켜세웠다. 함께 훈련하던 분들도 하나 둘 상반기 풀마라톤을 신청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즈음이었다. 시드니 마라톤이 세계 7대 마라톤이 되었다는 기사가 눈에 띈 것은. 그럼 원래 세계 6대 마라톤은 뭐였을까? 언젠가 해외마라톤을 달려보는 게 인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나는 그냥 한 번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그때가 바로 2025 시카고 마라톤의 신청 기간이었다.


될 거라 생각한 건 아니었다. 계 6대(이제는 7대) 마라톤은 참가인원을 추첨으로 받는다고 했다. 확률이 10%도 안된다는데, 나는 대체로 당첨운이 드럽게 없는 편이었다. 당연히 한 번에는 안될 것 같았다. 내년 2025에 첫 풀마라톤으로 국내 대회를 한 번 달려보고, 그다음 해에는 해외마라톤을 달려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될 리가 없으니 어떻게 신청하는지 한 번 연습이나 해볼까? 뭐, 만에 하나 당첨되면 하늘의 뜻이니까 기쁘게 받아들이자. 그렇게 나는 노빠꾸로 환불 불가 옵션 신청했다.


그로부터 두어 달이 지난 어느 날 겨울 아침, 새벽 수영을 하러 가던 길이었다. 갑자기 해외결제로 약 40만 원이 빠져나갔다는 알림이 왔다. '뭐지? 카드 털렸나?' 생각했는데, 곧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 정도 금액이면, 설마... 그리고 바로 메일함을 확인해 보니 Chicago marathon에서 메일이 와있었다. 열자마자 상단에 굵은 글씨로 박혀있는 'APPLICATION SELECTED'와 'Congraturations!'가 눈에 띄었다. 그 순간 나는 육성으로 내뱉었다. "조졌다!"


2025년 10월 12일, 바로 나의 첫 풀마라톤 예정일. 남은 날짜가 100일도 채 안 남게 되고서야 내 마음은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 겨울로부터 벌써 반년이 훌쩍 지나, 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이 다가오는 게 느껴지고 있는 요즘. 아주 멀게만 느껴졌던 시카고 마라톤이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의미다. 이제는 정말 미룰 수 없다! 항상 평생을 벼락치기로 살아온 나였다. 그리고 역시 이번 마라톤도 예외는 없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러닝을 거의 하지 않고 흘려보낸 2025년 상반기, 잔뜩 떨어진 기량, 뒤룩뒤룩 찐 살... 무엇보다, 잔뜩 해이해진 마음을 다잡고 남은 두 달, 제대로 준비해 보자! 어쩌면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마라톤을 위해!

그리고 그 기록을 여기에 남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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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